"국힘에 주목도 내줄까 걱정" 반전도 경쟁도 없는 어대명 시즌2?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표직 연임 도전이 초읽기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 본인은 명확한 입장을 안 밝혔지만, 이번 주 연임 도전 발표에 무게가 실린다. 당 관계자는 23일 “추가 원구성 협상이 결론 나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8월 18일 전당대회 도전을 선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와 함께 새 지도부를 구성할 최고위원 후보군으로는 김민석(4선)·전현희(3선)·강선우·민형배·한준호(이상 재산) 의원 등 친명계가 거론된다. 원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과 김지호 부대변인 이름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이 대표의 공식 선언과 맞물려 최고위원 후보군도 자연스레 교통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 전당대회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 주 후보 등록을 공고한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이 대표의 대항마가 없어 전당대회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많다. 야권 관계자는 ”반전도, 경쟁도 없는 전당대회에 어떤 중도층이 호응하겠나“라며 “이 대표와 친명 지도부를 추대하고 강성 지지층이 환호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정치인들이 4파전을 벌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와도 비교되고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뒤 우리 당이 줄곧 여론 주도권을 쥐었는데,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여당에 주목도를 내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5선인 이인영 의원의 당 대표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586 운동권의 맏형격인 이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속한 민평련계로 분류된다. 한 야권 인사는 “당에 20~30명이라도 친명 아닌 다른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의원을 설득하는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더라도 “이 의원이 출마해도 어대명 판세를 뒤집긴 역부족”(3선 의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대표의 연임 도전은 사법리스크와도 직결돼 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되면서 '주4일 재판'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권을 쥐고 있어야 사법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대표직을 계속 이어가야 향후 당이 검찰에 맞설 때 ‘당 대표를 지킨다’는 명분이 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이 대표의 연임이 당에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북 송금 의혹 관련 이 대표의 방북비 논란이 새로 떠올라 당이 들썩거렸듯,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당이 그 리스크를 함께 져야한다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명실공히 ‘이재명 당’이 되면서 불가피해진 현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당 주류인 친명계에서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특검법, 대정부 공세에 힘이 실린다”는 주장이 대세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당 인사는 “이 대표가 연임하더라도 향후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물러나는 등의 행보를 보이면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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