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채 상병 입법청문회 생중계만 안 한 게 아니다
[박성우 기자]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이른바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를 공영방송인 KBS가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KBS 측이 "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이뤄져 일방적 입장만 전달될 수 있다"라고 중계를 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자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단독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국민들에게 알리는 게 공영방송의 의무"라고 지적했다(관련 기사: "KBS만 채 상병 특검 청문회 모르쇠... "공영방송 맞아?" https://omn.kr/295e2).
한편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가 열린 21일 KBS <뉴스9> 보도를 살펴본 결과, 다른 지상파 뉴스와는 달리 청문회 관련 뉴스의 비중이 적었다.
▲ 21일 KBS <뉴스 9>은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관련 뉴스를 전체 32개 뉴스 꼭지 중 7번째 뉴스 꼭지로 보도했다. |
ⓒ KBS |
21일 KBS <뉴스 9>은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관련 뉴스를 전체 32개 뉴스 꼭지 중 7번째 뉴스 꼭지로 보도했다. 방송화면 헤드라인은 <야 단독 청문회 진행… "이 대표 방탄 공세">로, 야당 단독을 강조하고 청문회를 비판하는 국민의힘의 입장만을 내보냈다. 청문회에서 언급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보도 내용도 부실했다. 해당 보도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주장이 상충하는 것을 두고 "이른바 'VIP 격노설'에 관해 증언은 엇갈렸다"고 전할 뿐, 지금까지 나온 증언과 근거를 토대로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지는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야당이 증인의 주장에 대해 여러 차례 반박한 것에 대해 보도하지 않았다. 대신 "야당은 '윤 대통령 청문회'가 돼야 한다며 공세를 퍼부었다"고만 설명해 마치 야당의 청문회 목적이 대통령을 향한 정쟁인 것처럼 보도했다.
표현이 정확하지 않은 대목도 발견됐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을 향해 "사직서를 제출할 의향이 있냐"고 물은 것을 두고 KBS <뉴스 9>은 "현직 군 지휘관에 대해 사직을 압박하는 장면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지난해 11월 1사단장직에서 물러난 뒤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정책연수를 떠난 신분으로 현직 지휘관이 아니다. 군 지휘관은 부대를 지휘·관리 및 훈련하는 임무를 맡은 직책을 뜻하며 중대장부터 지휘관으로 칭한다. 임 전 사단장은 현재 부대를 지휘 및 관리하는 직책이 아닌 만큼 "현직 군 지휘관"이 아니라 '현직 군 장성'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어 <뉴스9> 보도는 "여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공세'이자 권력 남용, 사법 방해라고 반발했다"며 "이러니 '법무법인 민주당'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 극히 제한적으로 추진해야 할 특검을 거꾸로 이화영 사건 수사와 재판을 방해할 목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을 보도하며 청문회 관련 보도를 끝맺었다.
▲ 21일 SBS <뉴스8>는 전체 28개 뉴스 꼭지 중 청문회 관련 뉴스를 첫 번째 꼭지로 삼고 연달아 세 꼭지를 보도했다. |
ⓒ SBS |
그렇다면 같은 날, 다른 지상파 뉴스는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 관련 소식을 어떻게 보도했을까. 먼저 21일 SBS <뉴스8>는 전체 28개 뉴스 꼭지 중 청문회 관련 뉴스를 첫 번째 꼭지로 삼고 연달아 세 꼭지를 보도했다.
첫 번째 꼭지는 <'외압 의혹' 용산 정조준... 이종섭 "보고 안 해">를 헤드라인으로 삼았다. 해당 보도는 박정훈 전 수사단장과 이종섭 전 장관의 주장을 상세히 전달하면서 "야당 의원들은 청문회에 출석한 정부 측 증인들의 답변 내용이나 태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특검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며 야당 측의 비판을 전달했다.
두 번째 꼭지의 헤드라인은 <치열한 신경전.. '지시냐 지도냐' 엇갈린 주장>으로 야당 측과 증인들 사이의 실랑이를 '신경전'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KBS가 보도하지 않은 수중 수색작전 지시를 둘러싼 임성근 전 사단장과 이용민 전 해병대 1사단 포7대대장의 상반된 증언에 대해서도 다뤘다.
세 번째 꼭지에선 보도 당시 끝나지 않았던 청문회 현장에 있는 취재기자를 연결해 채 해병 특검법의 처리 일정과 국민의힘 측의 청문회 비판 주장을 함께 보도했다. SBS의 경우 뉴스의 배치나 내용 등이 KBS보다 훨씬 상세했지만 청문회에서 나온 증언들을 따로 검증하는 보도는 없었다.
▲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꼭지를 시작으로 8번째 꼭지까지를 청문회 관련 뉴스로 보도했다. |
ⓒ MBC |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와 관련해 가장 자세한 내용을 보도한 지상파는 바로 MBC였다. 21일 MBC <뉴스데스크>는 첫 번째 꼭지를 시작으로 8번째 꼭지까지를 청문회 관련 뉴스로 이어갔다. 전체 26개의 뉴스 꼭지 중 약 1/3을 할애한 것이다.
보도 분량만 많은 것이 아니다. MBC는 이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선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경찰 쪽에서 전화가 올 거"란 연락을 받았다고 증언한 것을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보도했다.
MBC는 해당 내용을 청문회 관련 첫 꼭지로 꼽으며 <회수 직전‥ 윤석열→임기훈→유재은 통화 '확인'>이라는 헤드라인을 내보냈다. 앵커는 "오늘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이 수사 기록 회수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고, 보도 또한 유 법무관리관의 증언이 "사전에 대통령실이 개입해 경북경찰과 조율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MBC는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해와 달리 대통령 격노설을 부인하지 않고 답변을 거부한 것을 전하며 "공수처의 김 사령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대통령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음성 파일이 나오고 나도 들었다는 제2, 제3의 진술도 확보되면서 사건의 진실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상파 방송 중 유일하게 청문회 외에 알려진 근거들을 규합해 청문회에서의 내용을 검증하고 진단한 것이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0대들이 잇몸에 몰래 넣는 '이것'... 미국이 위험하다
- 부채발 경제위기 막아낼 마지막 카드
- 비극적 최후... 이 사람이 왜 독립운동가가 아니란 말인가
- 개미가 무섭다는 딸, 아빠는 네가 무섭다
- "도시가스 없애고 다 인덕션 쓸텐데... '산유국 꿈' 경쟁력 없다"
- 이 아파 못 먹었으니 회비 돌려달라던 70세 동창
- 일산 야산에 걸린 가슴 아픈 현수막... 정녕 한국이 민주주의인가
- 장호진 "러, 북에 정밀무기 주면 우크라 지원에 어떤 선도 없어"
- 한기정 공정위원장 "대전 의사 휴진율 가장 높아, 현장조사"
- 김장겸, MBC 상대 손해배상 소송 2심도 패소... "해임 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