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에서 에이스 되기” 숨진 19살 노동자, 생전 메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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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 숨진 19세 노동자의 생전 메모장이 공개됐다.
최근 유족 측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A씨(19)의 메모장에는 업무 관련, 자기계발, 재테크 등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카메라 촬영법 배우기, 편집 기술 배우기, 악기 배우기 등 취미 생활에 대한 목표도 정성스레 나열했다.
다만 제지공장 측은 과로사 정황이 없고, 유독가스 등 위험성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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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설비 점검을 하다 숨진 19세 노동자의 생전 메모장이 공개됐다. 해당 메모장에는 ‘파트에서 에이스 되기’ ‘미래 목표 세우기’ 등 고인의 여러 소망이 담겼다.
최근 유족 측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A씨(19)의 메모장에는 업무 관련, 자기계발, 재테크 등 앞으로의 목표에 대한 내용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A씨는 ‘경제-통장 분리하기’라는 항목에서 ‘생활비 통장’ ‘적금 통장’ ‘교통비 통장’ ‘경조사 통장’ 등 필요한 통장 목록을 꼼꼼히 분류했다. 그 아래에는 자신의 현재 자산과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한 뒤 매달 목표 저축액을 기입했다.
언어 공부에 대한 목표도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며 ‘인강(인터넷 강의) 찾아보기’ ‘독학기간 정하기’ 등 세부 계획을 세웠다. 카메라 촬영법 배우기, 편집 기술 배우기, 악기 배우기 등 취미 생활에 대한 목표도 정성스레 나열했다.
자신의 생활 습관에 대한 다짐도 기록했다.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등이었다.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이라며 업무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라며 미래에 대한 꿈을 꿨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는 ‘여행하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라고 적었다.
A씨의 메모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많은 네티즌은 A씨의 메모에서 열정적인 사회초년생의 모습이 엿보여 고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빛나고 어여쁜 한 사람의 세상이 끝나버렸다는 게 너무 슬프다”고 했고, 다른 네티즌도 “저렇게 열심히 잘 살려고 했던 친구였는데 눈물 난다”고 말했다. A씨의 메모장이 공유된 한 게시물에는 23일 낮 12시26분 기준 635개의 댓글이 달렸다.
A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22분쯤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기계 점검을 하다 사망했다. 그는 입사한 지 6개월쯤 된 신입사원으로, 지난해 3개월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고 한다. 당시 6일가량 멈춰 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에 들어갔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되기까지 최소 1시간 정도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신입사원인 A씨가 홀로 작업을 수행한 점과 안전 매뉴얼이 명확히 지켜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족은 지난 20일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과 함께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유족 측 박영민 노무사는 기자회견에서 “종이 원료의 찌꺼기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 등 유독가스가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이었는데도 왜 설비실에 혼자 갔는지, 2인1조 작업이라는 원칙은 왜 지켜지지 않았는지 알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주 전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는 “A씨는 평소 엄마에게 본인은 1, 2층에서 일하고 3층은 고참 선배들이 작업해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그날 A씨는 3층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다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실하고 밝은 모습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19세 청년이 왜,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지공장 측은 과로사 정황이 없고, 유독가스 등 위험성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A씨가 사고 전 열흘 동안 하루 8시간만 근무했고, 사고 후 이틀에 걸쳐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가 홀로 작업을 진행한 점 또한 2인1조가 필수인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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