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지났는데도 안 말라"…로마 유골함 '붉은 액체' 정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액체 상태의 와인이 발견됐다. 이 액체는 붉은색을 띠고 있지만 화이트와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호세 라파엘 루이즈 아레볼라 스페인 코르도바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로마 시대 무덤 유골 항아리 안에 담긴 액체를 분석한 결과 화이트와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국제학술지 '고고학 저널: 보고서'에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세비야주 카르모나 지역의 한 일가족이 소유지에서 유골 등이 담긴 항아리를 발견했다고 마을에 알렸다. 연구팀이 건네받은 항아리는 약 2000년 전 로마 시대 무덤 속에 있던 것으로 항아리에는 붉은 액체가 담겨있었다.
연구팀은 액체가 응결이나 홍수로 인한 게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분석을 시작했다. 그 결과 액체에는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는 등 오늘날의 와인과 매우 유사한 화학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또 액체가 붉은색을 띠지만 레드와인의 주요 색소인 안토시안이 분해될 때 형성되는 시링산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이는 화이트와인일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화이트와인이 시간이 흐르며 산화돼 붉은빛을 띠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항아리에 액체가 가득 차 있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며 "무덤이 잘 보존됐고, 와인이 납 재질의 항아리에 밀봉돼 있었기 때문에 200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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