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으로 환자들 많이 속상해 하고 있어"

이영광 2024. 6. 2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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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316] MBC < PD수첩 > 이세진 PD

[이영광 기자]

 < PD수첩 > 예고편
ⓒ MBC
지난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사와 정부의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피해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갈 수밖에 없다. 의정 갈등의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지난 18일 방송된 MBC < PD수첩 >에서는 '의료비상사태 - 누가 병원을 멈추게 하나' 편이 전파를 탔다. 두개골조기유합증을 앓고 있는 아기의 엄마인 이정은(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현재 상급 병원 상황과 함께 2000명이란 숫자가 어떻게 결정된 건지 알아봤다. 취재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19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해당 회차를 연출한 이세진 PD와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환자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 동동 굴러"

- 의료대란 문제를 다루셨잖아요. 의료대란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됐나요?

"올해 2월에 전공의들이 사직서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지난 상황이었습니다. 대형 병원의 진료대기 환자는 늘어가고, 수술이 연기되고 있었어요. 의료대란의 문제가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취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처음에 취재는 뭐부터 했어요

"의정 갈등 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환자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환자들이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병원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피해 보는 환자들이 많은 거 같은데 환자나 보호자들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환자들은 많이 속상해하고 있더라고요. 수술이 연기되거나 진료 예약을 잡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병원 상황이 뉴스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나오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 이정은(가명)씨 딸 이야기가 나와요, 딸은 두개골조기유합증을 앓고 있는데 제때 수술 받지 못하면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죠. 근데 수술 날짜가 잡히고도 연기되고 우여곡절 끝에 수술을 받긴 했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이정은씨 딸이 두개골조기유합증을 앓고 있었고 수술이 미뤄졌어요. 첫 번째 미뤄졌을 때는 날짜를 잡아줬는데, 2번째 미뤄질 때는 수술 날짜를 잡아주지 않은 거죠. 수술할 수 있다는 기약이 없었기 때문에 이정은씨가 굉장히 불안해했습니다. 아이의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뇌압이 높아져 시신경이나 청신경이 손상되어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어요. 이정은씨가 여기저기 병원에 다니면서, 수술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니다 결국 수술이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냈습니다. 아이는 수술하고 현재 회복 중입니다."

- 같은 병 앓고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나 봐요. 거기에서 정보도 얻은 거 같은데.

"오픈카톡방에 있었고 그 오픈카톡방에서 부모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병원 정보라든지 수술 가능한 의사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찾아보고 함께 이 문제를 헤쳐 나가려고 했더라고요. 정부가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지혜를 발휘한 거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 배장환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사 증원을 주장했는데도 윤석열 정부의 의사 증원 방식에는 반대하나 봐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찬성했지만, 그 방식과 결과은 반대하고 있었습니다. 의대 정원의 증원 규모가 충북대가 교육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선 숫자였고, 증원 규모를 정할 때도 교수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교육시설과 수련병원의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원을 급격하게 늘렸기 때문에, 배장환 교수님께서 현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식에 반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의사 증원을 매년 2000명씩 늘리는 건데 5년 후 계획이 없다고 나와요. 50년 후도 아니고 5년 후 계획이 없다는 게 이해 안 돼요.

"2000명씩 5년 늘리는 것은 계획에 있는데, 그 이후 즉 6년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로드맵이 없어 보입니다. 특히, 5년 동안 1만 명의 의사를 교육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교육 인프라를 6년 후에는 어떻게 활용할지 등에 대한 계획도 없습니다. 당장 교육도 문제이지만, 교육이 끝난 후의 계획도 없는 상황이니 의대 교수들은 답답한 것 같습니다."

- 의사 증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지역에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증원하는 건가요?

"정부가 4대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고 그중에 의사를 지원하는 정책들이 있어요. 정부가 대책 없이 증원만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에요. 정부는 의사를 많이 양성하면, 의사들이 지역 등 의사가 부족한 곳으로 갈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데 의사들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인력의 재배치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 거지요. 의사를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어떻게 지역에 남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필수 의료라고 하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에 남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대책이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 전공의 이탈을 전국 공중 보건 의사 차출로 막는 것 같은데, 지역에 가뜩이나 의사가 부족한데 서울 상급 병원으로 차출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상급병원도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응급환자를 받기 위해 정부가 그렇게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공보의는 보건소 중심으로 지역의료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고 하는 정부가,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공보의를 상급병원으로 이동시키는 게 이해가 안 됩니다."

- 지역민들은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보건소는 지역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중요한 1차 병원입니다. 특히, 시골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2차 병원 등으로 어르신들이 이동하기 무척 어려워요. 1차 병원인 보건소가 탄탄하게 있어야 지역의료에 안정감이 생깁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여러 보건소를 소수의 공보의가 맡아서 진료 보고. 지역민들은 오늘 보건소 문을 여는지 확인하고 보건소에 오는 상황입니다. 지역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에요."

- 의대생 유급 사태가 벌어질 경우 내년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내년에 의대생이 수업을 듣느냐의 문제이죠. 지금 수업 거부하는 의대생이 거의 약 3000명 정도가 되고, 내년에 새로 4500명이 뽑히면 7500명이 수업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7500명을 한꺼번에 수업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 문제입니다. 두 번째 문제는 지금 휴학한 3000명이 과연 복학을, 휴학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라 복학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수업을 들을 것이냐죠."

- 그리고 내년에 의사가 안 나오는 것 아닌가요?

"우선 당장 국가고시를 봐야 할 의대생들의 유급 사태가 벌어지면 국가고시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신규 의사 배출이 안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정부가 그런 상황을 최대한 막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들 살인적 스케줄 견디는 중"

- 의대 정원 확대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주나 봐요?

"의대 정원이 확대되면서 상위권 이공계열 학생들이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다시 보려고 준비 중이라고 해요. 실제로 대치동 재수반 등록 수강생이 많아졌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학원은 최대 2배까지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학에서는 이공계 인재들이 빠져나갈까 봐 걱정하고 있죠."

- 공대 교수들 만나보셨잖아요. 뭐라고 하나요?

"의대 정원을 갑작스럽게 대규모로 증원하기 때문에, 이공계열의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 우려되는 게 현실인 것 같아요. 이를 걱정하는 이공계열의 교수님들도 계셨고요. 의대 정원 확대가 단순히 의대생을 더 뽑는 문제가 아니라, 이공계열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는 거죠. 점차적으로 했다면 좋았을 텐데, 약 1500명을 한 번에 추가로 뽑게 되었으니, 올해 입시에 어떤 상황이 올지 가늠이 안 되는 게 현실이죠."

-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 인터뷰하셨는데 어떠셨어요?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에게 왜 병원에 남았느냐고 물었더니, 환자를 두고 갈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어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도 고충이 많겠지만, 남아있는 전공의 또한 병원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견디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더라고요.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 2000명 증원에 대해 1시간 만에 결정한 거예요? 이거는 논의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거든요.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정부가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논의한 회의로 1차 보정심 회의를 들어요. 그 회의록에 보면 2000명 증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요. 1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 결정하고, 회의 직후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위 사안을 발표해요. 당시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도 2000명이나 증원하는 것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요.

의사는 의대와 의전원에서 교육 받으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 증원이 곧 의사의 증가와 같아요. 우리 사회에서 의사를 5년 동안 1만 명 양성하는 방식에 대하여, 교육할 전문가 집단과 보건 의료계와 좀 더 논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의대생, 전공의, 대학병원 교수들까지 2000명 증원을 반대하는 것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했던 것으로 보여요."

- 정부가 이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를 28차례 운영하면서 의대 정원에 대해 5차, 8차, 10차 회의 등에서 논의하였고, 12월 6일 20차부터 12월 27일 23차까지 지속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당시 의사들은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접점을 찾지 못했던 것으로 보여요. 이 때문에 결국 의협이 빠졌던 보정심 회의에서 1만 명 의사 양성하는 것을 골자로, 1년에 2000명의 의대 정원 늘리는 것을 심의해서 결정 난 것이죠."

- 의대와 정부의 갈등 해소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의 핵심은 의사의 수가 정말 부족할 것이냐의 지점인 것 같아요. 정부는 OECD 기준, 우리나라의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러나 의사들은 OECD 기준, 우리나라 의사의 생산성이 높고 앞으로 기술이 더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않은 추계는 과학적이지 않다고 주장해요. 의사 수가 부족할지에 대해서 변수를 협의로 정해서 과학적으로 추산하고, 정말 부족하다면 부족한 의사의 수를 충원하면 될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환자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오늘 진료를 본 대학병원 의사가 다음 달에 진료 보지 않고 휴진할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방송에 나왔던 이정은씨는, 아이의 수술 날짜를 어렵게 잡은 후에 의사에게 아이 수술할 때까지 병원에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더라고요. 환자들이 치료받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고, 그 두려움이 제게도 느껴졌습니다. 요즘 시기에 아프면 안 된다고, 의사가 없다는 말이 무서웠습니다. 갑작스럽게 다가올 사고나 질병 앞에서 의사가 없이 우리는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없으니까요. 의료대란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취재했는데 방송에 담지 못한 게 있을까요?

"의대 정원 확대 이후에 수능을 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서 대치동 취재하러 갔어요. 대치동은 의대를 다시 가려고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실제로도 의대 전문 입시 학원들의 수강생이 많게는 2배 정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의대 정원 확대가 사교육시장에까지 엄청난 폭풍을 몰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방송은 의료대란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에, 취재는 했지만, 이 부분은 방송에 넣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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