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훈련병 사망’ 늑장 대응… 군사경찰 4시간 뒤에야 출동
신고 및 출동 모두 지연
안규백 의원 “은폐·축소 합리적 의심”
지난달 ‘군기훈련(얼차려) 사망 사건’이 발생한 육군 12사단이 늑장 대응을 한 정황이 드러났다. 신병교육대 차원의 신고 및 군사경찰의 현장 출동 모두 사건 발생 한참이 지난 뒤에 이뤄졌다. 사건 초기 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일보가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12사단 신병교육대 위병소 차량 출입 기록’ 등 국방부 자료에 따르며 사건 당일 군사경찰은 훈련병이 쓰러진 뒤 약 4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단 참모가 훈령병 사건에 대해 군사경찰부대에 처음 연락한 시간은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오후 7시38분쯤으로 확인됐다. 이날 훈련병은 오후 5시20분쯤 얼차려를 받다 쓰러졌다. 이후 의무실에서 수액 등 응급조치가 취해졌지만, ‘기면’(자꾸 잠에 빠져들려는 것)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민간 의료기관인 속초의료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속초의료원에서도 고열과 의식 저하 증상이 계속돼 상급병원 전원을 검토했는데, 그 무렵 군사경찰에도 연락이 간 것이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오후 7시45분 전원이 결정됐다.
사태를 더 이상 사단 내부 힘으로 수습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군사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부대관리훈령에 따르면 인명피해가 있는 사고의 경우 당사자 또는 당사자로부터 보고를 받은 사람은 인지 즉시 관할 군사경찰부대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신교대에서 사단 본부에 상황을 최초 보고한 시간과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훈련병은 최종적으로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달 25일 결국 숨졌다.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A중대장(대위)과 B부중대장(중위)은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실신한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훈련병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신고를 접수한 군사경찰의 출동도 기민하지 못했다. 위병소 출입 기록에 따르면 군사경찰 차량은 사건 당일 오후 9시19분쯤 위병소를 처음 통과했다. 신고 접수 1시간40여분 만이자, 사고가 발생한 지 4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이후 군사경찰 차량 3대가 오후 9시49분에서 10시2분 사이 연달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신교대까지 거리가 멀지도 않은데 군사경찰의 출동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군사경찰이 근무하는 사단 본부는 사건이 벌어진 신교대와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군사경찰범죄수사규칙은 범죄현장을 직접 관찰할 필요가 있을 때 신속히 그 현장에 가서 필요한 수사를 행하여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대장의 ‘선탑’(군 차량을 운행할 때 운전병 옆에 간부가 탑승해 상황을 통제하는 것) 기록도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위병소 차량 출입 기록에 따르면 A중대장은 사건 당일 오후 5시45분 군 상용 AMB(구급차량)를 타고 위병소를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앞서 군인권센터측은 A중대장이 훈련병을 직접 후송하며 병원 측에 사건을 축소해 설명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경찰은 중대장이 선탑자로서 병원에 동행한 것은 맞지만 의료기관에 환자 상태를 설명한 건 군의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을 마치는 대로 국방위원회를 가동해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건’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3일 고위전략회의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대응 방침을 논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은 “군 사고 발생 즉시 군 수사기관에 즉각 신고하지 않고, 은폐 및 축소하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증거를 인멸하려고 했다면 넘치고도 남는 시간이다. 군 사고 대응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김판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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