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보스턴 셀틱스' 우승과 스포츠의 경제학
주말을 앞두고 전날 오후 방문한 보스턴은 다운타운 곳곳이 축제 분위기였다.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결정전에서 16년 만에 우승을 거머쥔 보스턴 셀틱스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수많은 인파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초록색의 셀틱스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축제 분위기를 즐겼고, 차량이 통제된 거리는 퍼레이드 행렬이 지나간 흔적을 보여주듯 초록색 종이 꽃가루로 가득 찼다. 이날 셀틱스의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운집한 인파만 1만명. 보스턴 인구 65만명의 1.5%다. 다운타운 인근 상점들도 금요일 이른 오후부터 모처럼 대목을 맞았다. 보스턴 커먼 공원 부근 식당 곳곳은 손님들로 꽉 찼고 대기 없이는 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셀틱스가 NBA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면서 보스턴 지역 사회 역시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산된다. 보스턴 내 900개 기업으로 구성된 비영리조직인 밋 보스턴(Meet Boston)은 7전 4승제로 이뤄지는 NBA 결승전 한 게임이 보스턴 경제에 창출하는 효과가 600만달러라고 분석했다. 경기를 보기 위해 보스턴 호텔, 식당, 주점을 찾는 방문객들이 늘어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틱스는 올해 NBA 결승전에서 홈 경기장인 TD 가든에서 세 차례 경기를 펼쳤다. 밋 보스턴에 따르면 단순히 결승전 경기로만 보스턴에 1800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NBA 결승전의 경제학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이뤄졌다. 투자자문사 실버맨 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덴버 너게츠가 지난해 NBA에서 우승하면서 덴버는 최대 2500만달러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결승전 티켓, 너게츠 유니폼 등 굿즈 판매금액은 제외하고 덴버 내 호텔, 식당, 주점 등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만 계산한 수치다. 밀워키 역시 2021년 NBA 챔피언인 밀워키 벅스 효과로 그 해 지역 사회가 5760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NBA 결승전이 열리는 도시가 방문객 증가에 대비해 교통 시스템, 경기장 주변 시설 및 공공장소 개선 등 도시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지속적인 도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NBA의 경제적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건 뭐니 뭐니 해도 중계권 가격이다. NBA는 NBC, ESPN, 아마존 등에 경기 중계권을 향후 11년간 760억달러에 판매하는 계약을 앞두고 있다. ESPN 소유주인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중계권 계약을 갱신하면서 연간 26억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10년 전 계약금 15억달러에서 급증했다. TV 시청자는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방송사 역시 고가에 스포츠 경기 TV 중계권을 사들이는 대가로 막대한 광고 수익을 올릴 수 있다. TV 데이터·분석 회사인 EDO에 따르면 올해 NBA 경기 중계로 방영된 광고 횟수는 2만9000회다. 평균 황금 시간대보다 NBA 경기 시간대에 편성되는 광고 효과는 4배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시청자들 역시 평균 황금 시간대 방송 광고보다 NBA 경기 시간대 광고를 12% 더 봤고, 결승전의 경우 39% 더 본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3대 스포츠인 미식축구, 농구, 야구 결승전은 미국인들의 소비를 자극하는 주요 스포츠 이벤트다. 특히 미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은 올해 2월 치러진 후 소비 유발 효과가 173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연간 24조달러가 넘는 미국 경제 규모의 극히 일부지만, 미 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서 스포츠의 직간접적 기여도를 아예 무시할 순 없다. 스포츠에 대한 미국인들의 식지 않는 관심 만큼 하반기에도 소비를 동력으로 삼은 미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지 주목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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