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철수 "與, 국민 신뢰 회복 필수…하나부터 끝까지 다 개혁해야"

김민석 2024. 6. 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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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인터뷰
"당권보다 '시급한 현안' 많아…공정·
정직한 나라 만드는 정치에 집중할 터"
"제도·문화 바꿔 정치 향한 시선 바꿔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치인 안철수'는 항상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로 정계에 첫발을 디딘 이후 모든 대선·총선·지선 심지어 당대표 선거까지 '정치인 안철수'란 인물의 이름은 국민들 입에 오르내리는 상수(常數)였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성남분당갑 지역구 수성을 노리던 안 의원은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맞아 경쟁을 벌였다. 여야 대권 잠룡 간 대결이라고까지 표현된 '분당갑 혈전'에서도 안 의원은 시종일관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결과는 안 의원의 승리. 안 의원은 분당갑에서 53.27%(8만7315표)를 얻어 이 전 총장(46.72%·7만6578표)을 6.55%p(1만737표차)로 꺾어내며 4선 고지에 올랐다.

이런 길을 걸어온 안 의원이 이번 7·23 전당대회에 도전할지 여부가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특히 당내 유일한 '경기도 4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어려움을 겪었던 '수도권 민심' 획득의 선봉장으로 안 의원 만한 인물이 없다는 당 안팎의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불출마' 결단을 내렸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눈앞의 정치 쟁투, 당권투쟁, 권력의 사유화는 나 안철수의 정치적 소명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또 안 의원은 당대표 불출마의 이유로 한 가지를 덧붙였다. "전당대회보다 대한민국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들에 집중하겠다"는 게 그것이다. 또 "당이 민심을 담아내는데 시늉만 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과연 안 의원이 생각하는 당권을 포기할 만큼의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민심을 담는 시늉만 한다는 당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일까. 데일리안이 안 의원을 직접 만나 그의 말을 직접 들어봤다.

안 의원은 "이번 총선이 끝나고 곧바로 전당대회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고민한 건 사실"이라며 "그 과정에서 당내 역할뿐 만 아니라 제가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정치를 하면서 뭘 이루려고 했는지를 다시 원점에서 생각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생각할수록 간단하고 명료해졌다. 나는 우리나라를 중산층이 두터운 나라, 정직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는 나라,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땀 흘린 만큼 보답을 받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고 싶어서 정치를 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최근 극심해지는 양극화의 현실까지 떠오르자 당권이 아니더라도 내가 할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안 의원은 현재 국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왜 이렇게까지 연금개혁이 표류하나를 살펴보려고 근원에, 근원에, 근원까지 들어가 본 적이 있다"며 "결국 연금개혁을 하는 목적을 먼저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 방법을 찾아야 하는게 순서인데 그걸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국민의힘은 부모가 돈을 펑펑 쓴 다음에 그 빚을 자녀 세대에 넘기는 건 옳지 않다고 보고 재정의 지속가능성의 확보를 연금개혁의 목표로 정했다면, 민주당은 연금개혁 목표를 지금 세대의 노후생활 보장에 둔 것"이라며 "이 의견 차이조차 좁히지 않으니 2년 간의 논의를 거쳐 등장한 최종안에 대해 양쪽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이해들이 정치를 하기 전에 필요한데도, 그것도 없는 상황에서 세부내용도 정확하게 모르고, 다른 나라의 연금개혁 역사도 잘 모르는 상황까지 겹친 상태에서 논의만 거듭하다보니 결국 협상이 잘 될 수가 없었던 것"이라며 "이런 난이도가 높은 사회문제들의 본질을 파악해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일의 일선에 서보고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현안인 경제·물가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안 의원은 직접 프린트한 경제 지표를 꺼내들기도 했다.

그는 "경제 지표들을 분석해보면 최근 수출 경제성장률만 호전됐고, 내수경기는 어려워진 걸 알 수 있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작년 8월부터 계속 100p이하를 기록하면서 향후 전망도 기약 없는 상황인 것도 쉽게 알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경제 상황의 팩트를 제대로 보기보단 좋지 않은 것을 감추려고만 하니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팩트에 근거한 정책을 낼 수 있는 역할도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의원회관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책의 성공을 위해 안 의원은 당 차원에서의 혁신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그게 어떤 정책이든지 정책이란 건 단기간에 바꿀 순 없다. 정책 이전에 국민들이 신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스피커로서의 힘이 떨어져있다. 말을 해도 국민들께서 그 말을 듣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스피커로 영향력을 확대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당의 혁신과 개혁은 필수적"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런 만큼 안 의원은 이번 7·23 전당대회가 가진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이번 당대표가 해야될 일은 크게 3가지인데 1번은 무조건 당의 개혁"이라며 "개혁은 하나부터 끝까지 전부 다 해야 한다. 민심을 반영하는 기능을 확대하고 정책 기능도 키우고 협상력 등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이게 무조건 1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약화된 홍보 기능을 끌어올리는 것도 당대표의 역할이다. 건강한 당정관계 재정립도 필수다. 정부는 민심과 떨어져있고, 당은 민심을 잘 아니까, 정부가 정책·인사를 냈을 때 민심과 동떨어진 부분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며 "결국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여당대표의 역할이다. 현재 민생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미래 어떤 먹거리를 가질 것인가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도 꼭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이 같은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안 의원은 제도와 문화의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여당이 혁신에 성공하더라도,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더라도, 이를 뒷받침할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분석에서다. 그는 "정치가 자꾸 나빠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론 제도와 문화에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수명이 다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를 보면 제도는 놔두고 사람만 바꾸는 형국으로 '물갈이'가 아닌 '물고기'만 갈아치우고 있다. 오염된 물을 그대로 두니 오염된 물에서 사는 고기만 살아남게 되는 구조가 된 것"이라며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60%에 육박하는 사표율이 나오는데, 바꿔 말하면 40%의 유권자들만 만족하는 국회와 정부가 구성되는 셈이다. 이런 구조이기에 어떤 합의가 나온들 받아들이기 어려운 국민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심의 분포와 국회 분포가 다른 이 정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중선거구제를 실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실험 후 여러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에 개선한 제도를 전국적으로 적용하면 반발도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대통령제도 손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행정권·입법권·인사권·예산권·감사권 등 다섯 권력을 모두 누릴 수 있다. 거칠게 표현하면 대통령이 아니라 5년짜리 왕을 뽑는 제도를 갖고 있는 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야당도 이렇게 독주에 목을 매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형태로 가고, 국회와 다른 기관들의 견제의 균형추를 무겁게 하는 쪽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안 의원은 지역구인 분당에서도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고 얘기했다. 그는 "분당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재건축을 제대로 진행시키는 것과 지하철 연장을 포함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교육기관과 연구소를 유치해 엔지니어뿐 아니라 파이낸스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 등을 직접 길러내고 고용하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판교 테크노밸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리콘밸리를 보면 구글이란 기업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나사 모펜 연구소가 함께 있다. 학교나 연구소가 회사와 함께 있으니 영속성이 확보된 것"이라며 "내가 카이스트 인공지능 연구원을 판교에 유치해 내년 착공에 들어가는 성과를 냈다. 단순히 판교라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가 어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내가 앞장서서 우선 판교를 실리콘 밸리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고, 전국으로 확장시키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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