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시티 학령인구 67% 증가…재건축·대단지 학교 신설 갈등

김원 2024. 6.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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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헬리오시티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최근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조성된 대단지 아파트의 학교 설립이 무산되거나 규모가 축소돼 지방자치단체·교육청과 주민들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대전 유성구 용산지구의 경우 일부 초등학생이 임시 모듈러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이 2019년 학생 수가 적다며 초등학교 예정 부지를 없앴는데, 신혼부부 특별 공급 물량이 늘면서 학생 수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학부모 반발이 거세자 대전교육청은 최근에야 초등학교 신설을 확정했다.


둔촌주공 중학교 설립 무산...주민들 “신설 꼭 필요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5구역 재건축’,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와 은평구 ‘갈현1구역’ ‘응암2구역’ 등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도 학교 신설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1만2034가구 규모의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단지 내 중학교 신설이 최근 무산돼 주민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에는 위례초·둔촌초와 동북중·고가 있는데, 서울시교육청과 재건축조합은 2014년 8월 학교 용지의 기부채납 협약을 맺고, 단지 내 중학교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현행 학교용지확보법에 따르면 300가구 이상 주택을 공급하려는 개발사업자는 시·도 교육청과 협의해 적정한 학교 용지를 확보해야 한다. 개발 사업으로 늘어나는 학령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020년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설립 수요가 없다”며 중학교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근 중학교의 이전도 추진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일단 서울시교육청은 ‘도시형 캠퍼스’ 형태로 중학교 분교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교육부 심사 결과에 따라 단지 내 부지를 학교가 아닌 ‘공공 공지’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용지는 학교만 세울 수 있지만, 공공 공지는 공원·체육 시설, 상업·업무 시설 등 여러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 방침에 조합원과 입주 예정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헬리오시티 중학생 7년 새 2배 급증


실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학교를 신설했지만, 학급 과밀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 여럿이다. 예상 밖으로 학령인구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2019년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의 경우 초·중학생 학령인구가 7년 새 6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단지에는 중학교 한 곳(해누리중)이 신설됐는데, 이 학교 학생 수는 2019년 325명에서 올해 71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차준홍 기자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중도 현재 50학급, 1428명(학급당 29.1명)으로 인근에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과밀 학교다. 2021년 대비 40% 가까이 늘었다. 고덕중 인근 4932가구 규모의 재건축 단지인 고덕그라시움이 2019년 9월 입주를 시작한 여파다. 재건축이 활발한 강남·서초구도 학급 과밀이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에서 학급당 학생 수 30명 넘는 과밀중학교 24곳 가운데 18곳이 강남·서초구에 몰려있다. 강남구 단대부중은 학급당 학생 수가 34.1명에 달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경우 이미 입지가 우수한 지역이며, 실제 이 지역 청약 당첨자도 아이를 키우는 30~50대에 몰려있다”며 “저출생 시대에 결혼·출산에 대한 청약 특별공급 기회도 늘고 있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기 신도시와 서울 여의도·목동·상계 등 노후 택지지구의 재건축이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학교 신설을 둘러싼 갈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부족해 학교를 더는 신설하기 어렵다면, 학령인구 수요가 늘어나는 곳에 학교를 지어주고, 수요가 줄어든 곳의 오래된 학교를 정리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40년 전에 지은 학교는 내진 설계가 안 돼 있거나 석면 등 환경오염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을 해야 한다면 수요가 있는 지역에 학교를 신설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교육청 입장에서는 저출생이 심각한 상황에서 학교 신설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학생이 몰려도 향후 수요가 감소해 과소학교가 될 가능성 등도 충분히 있어 부지의 다양한 활용 방안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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