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아닌 선생님으로 불려요” 요양보호사 미정씨의 하루

김은빈 2024. 6.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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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장미정(29)씨의 하루는 아침 9시 서울 은평구 노블케어스 요양원으로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개발원은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시범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활동 가능성을 확인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은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는 요양보호사나 요양보호사 보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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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요양원 점심시간을 대비해 앞치마를 정리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발달장애인 장미정(29)씨의 하루는 아침 9시 서울 은평구 노블케어스 요양원으로 출근하면서 시작된다. 먼저 방마다 찾아가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체온을 재는 등 어르신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간식을 배분한 뒤 침대 시트와 기저귀를 교체한다. 점심시간엔 어르신들에게 앞치마를 둘러주고 식사 배식에 나선다. 이후에도 청소, 목욕 지원 등으로 오후 6시까지 분주히 움직인다. 업무 일지를 작성하고 나서야 퇴근 뒤 쉬는 시간을 갖는다. 

동료들의 배려로 야간 근무는 서지 않지만, 일반적인 요양보호사가 하는 일을 그대로 수행하며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주고 있다. 미정씨는 “요양보호사가 되면서 해야 할 일이 많아졌지만 성취감이 크다”면서 “선생님으로도 불리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요양보호사 동료들과 어르신들에게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장애인들이 전문 직종으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2021년부터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전문자격 취득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다. 지난 3년간 총 113명이 교육과정을 수료했고, 35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해에는 49명의 수료생 중 19명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얻는 성과도 이뤘다. 이 가운데 5명은 민간 기업 취직에 성공했다. 

개발원은 지난 2013년부터 시행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시범사업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요양보호사 활동 가능성을 확인했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민간 일자리 취업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요양원 어르신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요양보호사 보조자로 첫발을 뗀 미정씨 역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꿈이 생겨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어르신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인 만큼 공부해야 할 것이 많다고 생각해 지난해 3월 자격증을 따게 됐다”면서 “요양보호사로 취직하기 전에는 제과 공장, 사무 보조일 등 여러 일을 전전했는데, 이젠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할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특히 경제적 자립 기반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단순히 공공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신체적 제약 등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직업 능력을 키우면 생활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효과가 있다.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반영한 데다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어 현장에선 만족도가 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개발원이 장애인 근로자, 고용기관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3년 장애인일자리 만족도 조사’에서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는 85.6점으로 만족도가 높은 편에 속했다.

지난해 6월 효도로노인전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취업에 성공한 여세종(24)씨도 직업적 성취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나중에 혼자 살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는 급여가 적어서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며 “요양보호사는 정규직이라 매년 일자리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좋고, 일하러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예뻐해 주셔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했다.

요양보호사 보조자로 일하고 있는 이현지(41)씨는 “누군가는 장애인이 된 저를 안타깝게 볼 때도 있다”면서도 “일터에선 저를 찾고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발달장애인이 많은데,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말벗이 되는 요양보호사나 요양보호사 보조자의 직업적 특성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이경혜 개발원장은 “중증장애인도 각 장애 유형에 맞는 직무를 개발해 훈련을 받는다면, 어느 곳에 가든 근로자로서 한 사람의 몫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장미정(29)씨가 업무일지를 작성하고 있다. 장애인개발원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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