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주 밤거리 무섭다"…툭하면 패싸움, 빅3 조폭 전성시대 [사건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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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도심서 조폭 19명 난투극
팔뚝과 다리에 문신한 남성 19명이 한밤중 도심 한복판에서 서로 뒤엉켜 주먹을 주고받는다. 우르르 몰려다니며 상대편 멱살·머리채를 잡고 얼굴을 마구 때린다.
지난해 3월 21일 오후 11시쯤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술집 인근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월드컵파와 나이트파 조직원 간 난투극 모습이다. 술집에서 서로 무시했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패싸움으로 번졌다. 경찰에 붙잡힌 이들은 대부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이른바 'MZ 조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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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나이트·오거리파 41명 기소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패싸움을 하거나 시민에게 '묻지마' 식 주먹을 휘두른 전주 지역 '빅3' 조직폭력배 40여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23일 "지난 4월 2일부터 이달 5일까지 두 달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월드컵파·나이트파·오거리파 조직원 41명을 기소했다"며 "이 중 혐의가 무거운 9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월드컵파 조직원 1명은 지난달 나이트파 조직원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그의 집 앞에서 삽·각목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월드컵파 조직원 3명은 지난해 4월 조직에서 탈퇴한 동료가 속칭 본인들 '나와바리(활동 구역)'에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폭행해 전치 3주 상해를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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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시민 무차별 폭행
오거리파 조직원 3명은 지난해 9월 2일 술집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옆자리 손님을 무차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나이트파 조직원 1명과 추종 세력 3명은 지난 1월 5일 술을 마시다가 시민을 폭행해 전치 4주 중상을 입혔다. 월드컵파 조직원 2명은 지난해 6월 감금·폭행을 당했던 피해자에게 "채권이 있다"고 억지를 부리며 "사채를 써서라도 빚을 갚으라"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일부 조폭은 대포통장 유통, 보이스피싱, 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이어 전세 사기까지 손을 뻗쳤다. 월드컵파 조직원 2명은 지난해 12월 허위 임차인을 모아 무주택 청년 전월세 대출금 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실제 부동산 가격보다 전세 보증금이 높은 '깡통 전세'를 월세 부동산으로 둔갑시켜 대출금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이영규 전주지검 전문공보관 겸 인권보호관은 "조폭 범죄는 경찰과 협력해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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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00명 기소…활동 주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전북엔 16개 폭력 조직이 있고, 경찰 관리 대상은 모두 371명이다. 양재승 전북경찰청 강력계장은 "조직에 가입한다고 관리 대상이 되는 건 아니고 범죄 전력 등을 고려한다"고 했다. 전주 지역 6개 폭력 조직에 200명(추정) 가까운 조폭이 몸담고 있는데, 이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되고 세력이 큰 '빅3'엔 현재 각각 20~40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월드컵파·나이트파는 1982년, 오거리파는 1986년 조직됐다. 이들 조직은 살인·폭행·갈취 등을 일삼아 악명이 높다.
그러나 2016~2020년 조직 간 마찰 등으로 100여명이 기소되면서 빅3 활동도 주춤해졌다. 2016년 11월 17일 오전 5시39분쯤 전주시 효자동 한 장례식장 주차장에서 야구방망이와 골프채 등을 들고 집단 난투극을 벌인 혐의로 월드컵파·오거리파 조직원 40명(35명 구속)이 기소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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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특징 '개인주의' 조폭 문화 반영"
그러나 "최근 10~20대 조직폭력배 가입이 늘면서 조직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들은 일반 시민을 '민간인'이라 부르고 장난삼아 주먹을 휘두른다고 한다. 또 소셜미디어(SNS) 등에 단체 사진을 올리며 '우리가 더 세고, 잘 나간다'며 폭력단체 조직원임을 과시하는 게 특징이다. 월드컵파는 손가락 3개로 'W'를 표시하고, 나이트파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펼쳐 'ㄴ'을 만드는 식이다. SNS를 통해 전국구로 불리는 타 지역 조폭과도 유대 관계를 맺는다고 한다.
전주지검은 지난해 1월 조폭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전 강력범죄수사대)와 조직범죄 대응 협의체를 만들었다.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 박병연 기동1팀장은 "조직마다 여전히 '선배를 하늘같이 알고, 조직을 배신하거나 상대 조직원에게 맞으면 반드시 보복한다' 등 행동 강령이 있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Z 세대 특징이 조폭 문화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며 "과거 조직은 합숙하거나 조직 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면, 요즘은 산발적으로 활동하면서 조직이 주는 소속감과 메리트는 누리는 느슨한 연대의 개인화가 진행됐다"고 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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