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쇼크…상장사 절반,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1100곳 중 절반 이상은 ‘번 돈으로 이자를 못 갚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 압박’ 받는 강도는 코로나 때보다 더 커졌다. 삼각 파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영업이익은 쪼그라들고, 이자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코스닥 상장사 1100곳 가운데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은 567곳(영업적자 포함)이다. 비중으로 따지면 51.5%로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1년 1분기(42.8%)보다 8.7%포인트 증가했다.
대기업이 포진한 코스피 시장으로 대상을 넓혀보면, 1680곳(코스피+코스닥) 중 올해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상장사 비중은 43.8%로 상당히 높다. 3년 전(35.3%)과 비교하면 8.3%포인트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알 수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면 기업이 번 돈으로 이자조차 갚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이런 잠재적 부실 상태(3년 연속 1 미만)가 3년 연속 지속할 경우 한계기업으로 간주한다.
코스닥 상장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것은 고금리·고물가에 영업환경은 나빠지고,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1100곳의 영업이익(누적)은 1조6466억원으로 최근 4년 새 처음으로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3년 전 코스닥 기업이 1분기 기준으로 평균 26억원을 벌었다면, 현재는 1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자비용은 확 늘었다. 상당수가 코로나 기간 빚을 늘렸는데, 최근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다. 1분기 기준 코스닥 1100곳의 이자비용(누적)은 1조1345억원으로 3년 새 2.2배 증가했다.
코스닥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으로 떨어진 주요 업종은 의료장비·서비스, 반도체 관련 장비, 전자장비 등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은 “연초부터 (반도체 등) 수출 전선에 있는 대기업은 실적이 회복되고 있지만, (이들의) 수출의 온기가 중소기업으로 확산되는 속도는 상당히 더디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안심하긴 어렵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1조원 넘는 GS건설, 호텔신라, 현대제철 등 덩치가 큰 기업은 물론 롯데지주가 이자보상배율 1미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1590억원)대비 55.3% 감소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공사비가 뛰고, 분양시장이 침체된 영향이다. GS건설뿐 아니라 신세계건설, 한신공영, 동부건설 등도 올해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타격으로 1분기 영업이익(121억원)이 1년 전보다 65% 감소했다. 면세업계 ‘큰손’인 단체 관광객(유커)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쇼핑보다 K팝 공연 등 관광으로 몰리면서다.
지난해 증시를 이끌었던 2차전지(배터리) 대표 기업인 에코프로 형제가 올해 이자보상배율 1 미만에 포함된 게 눈에 띈다.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덩달아 '배터리 캐즘(수요 둔화)으로 실적이 후퇴했다. 특히 코스닥 시가총액 3위의 에코프로는 지난 1분기 29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지주는 계열사들에 대한 자금 지원 영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그룹은 올해도 수익 창출력 대비 이자비용 부담이 다른 그룹에 비해 높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은 부진한 업황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나빠진 게 원인”이라며 “부동산 등 보유한 자산을 고려하면 재무건전성 위험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가총액 1조원 넘는 기업 중에는 1분기 기준으로 한진칼, HD현대중공업, 넷마블, 롯데쇼핑 등이 포함된다.
상당수 전문가는 특히 코스닥에서 유동성 압박을 받는 한계기업이 더는 ‘빚내서 버티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센터장은 “코스닥엔 수년간 저금리에 빚으로 버텨온 한계기업이 누적됐다”며 “최근 예상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이들이) 더는 버티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돈 벌어도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코스닥의) 과반수 이상인 것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며 “적어도 좀비기업은 정리하는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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