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축복 듬뿍 받은 친환경 와인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
프랑스 루시옹 와인 산지는 거대한 피레네 산맥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마치 지중해를 향해 열려 있는 ‘원형 극장’을 연상시킨다. 북쪽으로는 코르비에르산, 서쪽으로는 까니구산, 남쪽으로는 알베르스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높은 해발과 바다에 근접한 입지에서 비롯한 변화무쌍한 기후가 섬세한 풍미의 와인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다.
도메인 까즈가 소유한 포도밭은 크게 2개 지역으로 나뉜다.
우선 내륙에 있는 220헥타르 규모 바이오 다이내믹 포도밭이다. 코르비에르 산기슭에 천혜의 테루아를 갖춘 곳으로 루시옹 내 유명 AOC가 모두 이곳에 집중돼 있다. 주로 점토-석회암으로 구성된 토양은 편암 파편과 규산질 자갈로 뒤덮여 있어 최고 와인 생산에 부족함이 없다. 바닷가 포도밭이 있는 앙세 드 폴릴레스(Anse de Paulilles)가 두 번째 지역이다. 루시옹의 바닷가 도심을 끼고 있는 곳으로 그중에도 레 클로 드 폴리(Les Clos de Paulilles) 90헥타르 포도밭은 최고 품질 와인을 생산한다. 세계적으로 와인 품질을 인정받는 루시옹의 콜리우르(Collioure)와 바뉠스(Banyuls) 마을 사이에 포도밭이 있다.
도메인 까즈 역사는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쉘 까즈(Michel Cazes)가 루시옹 지역에 건물을 매입 후 와인 생산을 시작했고 그 가족이 이후 4대에 걸쳐 포도나무 재배와 와인 양조를 이어오며 루시옹 내 유명 가문이 됐다. 1927년 미쉘 까즈의 아들 에메(Aime)는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프랑스 유명 장군이었던 마스 조프레를 설득해 그의 모든 포도밭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1955년부터 수년 동안 40헥타르 포도밭을 구입·확장하면서 사업은 번창해나갔다. 1971년 에메의 큰아들 안드레가 아버지 에메를 설득해 첫 번째 까즈(Cazes) 병을 제작, 와인 판매에 성공했다. 안드레는 도메인 까즈의 마케팅을 책임지고, 동생인 버나드(Bernard)는 포도밭 관리를 맡았다.
자연환경 보호 관점에서도 도메인 까즈 역사는 길다. 1997년 3대인 버나드의 아들이자 농업대 졸업생 출신 엠마누엘은 포도밭을 유기농 와인을 위한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으로 완전하게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220헥타르 포도밭을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법으로 전환하고 바이오 다이내믹 인증을 받았는데, 이는 프랑스 최대 규모 바이오 다이내믹 포도밭이다. 엠마누엘 까즈는 “땅과 함께 일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에서 얻은 혜택을 그대로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은 매우 중요한 가치”라고 했다.
도메인 까즈 방문 시 7개 와인을 시음했다. 그중에서 ‘르 크레도 2021(Le Credo 2021)’ 와인이 매우 인상 깊었다. 포도 품종은 그르나슈·무르베드르·시라·까리냥을 블렌딩했다. 검붉은 색상과 풍부한 아로마, 높은 성숙도 덕분에 검은 과일 향과 자두·블루베리·후추·체리·향신료·가죽, 감초 향이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마셔보니 약간 스파이시하면서 공격적인 타닌과 함께 복잡하고 관대한 맛, 그리고 잘 잡힌 균형감이 인상적이었다. 긴 여운과 더불어 신선함까지 놓치지 않고 강조된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갈비찜, 파스타, 야생 엽조류, 지중해식 음식 등이 잘 어울린다.
‘고재윤의 스토리가 있는 와인’은 이번 호를 끝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애정과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호중, 징역 30년형 수준 중범죄”…사실상 지상파 퇴출 - 매일경제
- 배터리 업계 사면초가… ‘사는 사람도 없고 원자재가도 떨어지고’ - 매일경제
- “오늘 배달 안 해요” 라이더·음식점주 뭉쳤다 - 매일경제
- “어제 본 집 벌써 나갔나요?”...매수자 속 타는 이 동네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최시중의 딸...서울시의회 68년 만에 첫 ‘여성 의장’ - 매일경제
- 어느새 한국 대표 ‘스타’ 바이오주...알테오젠, 넌 누구냐 [카드뉴스] - 매일경제
- “이러다 20억 뚫으려나”...무섭게 집값 오르는 이곳 [김경민의 부동산NOW] - 매일경제
- “파묘·범죄도시 인기 많던데 왜”…투자자 95% ‘울상’ - 매일경제
- 뉴욕타임스 극찬 ‘돼지국밥’ ... 주인장 누구?[신기방기 사업모델] - 매일경제
- 예상치 못한 수주에 ‘활짝’…고공행진하는 이 종목 -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