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고 강렬하게 외치는 행위미술
[이혁발 기자]
▲ 성백 자신이 만든 조각품을 설치해 놓고 던지기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장면 |
ⓒ 손경대 |
'미친 짓'이라는 발언은 그렇게 말하는 심장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증거
요즘은 덜해졌지만 행위미술을 보며 여전히 "저런 미친 짓거리", "쓸데없는 짓거리를 왜 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을 하는 분들은 예술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이다. '쓸데없는 짓'이란 예술의 무목적성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목표를 갖고 디자인하면 포스터가 되고, 광고물이 되는 것이다. 쓸모 있는 것을 만들면 '용품'이 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쓸모없는 것이 예술인 것이다.
'미친 짓'이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관자가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미친 짓은 통상적이고 일반적인 관념을 뛰어 넘었다는 것이고, 나름 자신의 평상시 관념/사고체계에 타격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준영 시인은 시 <비문>에서 "씨앗 하나가 날아와 심장에 꽂히는 일/ 그것은 균열을 준비하는 일// 문장의 일이었다"고 했다. 예술은 누군가의 심장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술은 관자의 온몸을 뒤흔드는 일이다. 그 균열된 심장에 씨앗이 박혀 푸른 나무를 키우는 일이다.
▲ 붉은 리본 달린 공으로 힘차게 팔매질하는 행위 중 |
ⓒ 이혁발 |
예술화염병으로 저항과 분노의 역동적인 팔매질
천 덮은 가로 6m, 높이 3m나 되는 철판에 붉은 색 묻힌 물감 뭉치(천 감은 야구공, 테니스공)를 역동적인 동작으로 던진다. 이 물감 묻은 공은 붉은 리본을 달고 있어 마치 화염병이 날아가는 듯하다.
던질 때마다 '꽝', '쨩'이 혼합된 소리가 공간을 찢으며 가슴으로 직진해와 온몸을 흔들며, 그 소리의 발원지엔 붉은 점이 각인으로 남았다. 부산에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백 작가의 퍼포먼스 <메신저-20240622>이다.
화염병처럼 날아가 비명처럼 소리내며 찍힌 붉은 점들은 상처이고 상흔인 것이다. 붉은 점을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팔매질은 저항과 분노의 몸짓이며, 희생을 애도하는 몸짓이며, 핍박받고 있는 민중들의 저항을 응원하는 몸짓인 것이다. 성백 작가는 문명사회라는 이 시대가 여전히 "야만의 시대"라 규정하고 그 야만의 만들어내는 "자본, 권력, 폭력"에 저항하고 투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 관객도 함께 던지는 장면 |
ⓒ 이혁발 |
아픔, 상처없이 곳마다 길마다 꽃같이 아름다워지기를
이 작품은 홍콩에서, 미얀마에서, 우크라이나에서 민중들의 생명이 고통스럽게 죽어 나가고, 자유로운 생명의 존엄이 하릴없이 짓밟혀나가는 이 상황들이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천둥 같은 목소리로 "그만 멈추라"라고 강력하게 발언하는 것이다.
인명 경시, 인권 파괴자들의 가슴에 분노의 예술 화염병을 던지는 것이다. 그 화염병이 그들을 활활 태워서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숨져간 이들을 위로하는 붉은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색색의 꽃잎들이 너울너울 온 세상을 다 덮어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자유, 평화, 행복이 번져 나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 붉은 점을 연결하여 매화나무로 바꾸는 그림 작업 |
ⓒ 이혁발 |
화염병 대신 꽃다발을 던지는 뱅크시 그림이 행위미술로 현현한 듯한, 이 행위미술작품과 그 흔적을 보기 원한다면 오는 28일까지 부산 복합문화예술공간MERGE?을 찾으면 된다. 그곳에서 성백 작가의 예술혼을 대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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