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뛰어난' 고마나루 백사장은 사라졌다

박은영 2024. 6. 2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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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천막 소식 54일차] 장마 기간 동안 일명 '세종천막 재난안전본부'를 꾸리다

[박은영 기자]

▲ 천막농성은 계속된다 재난안전본부로 천막농성장을 꾸렸다. 장마를 대비해 강의 흐름과 보를 지켜볼 계획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비설거지 해야죠."

장마가 시작되었다. 천막농성장도 장마 대비 대청소를 시작했다. 동조텐트들을 잠시 거두고 천막 안 물품들을 정리하다보니 짐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긴 시간을 이 천막에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농성을 할 사람들의 짐만 남겨두고 천막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그 간 쌓였던 새똥들도 말라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얼가니새, 나귀도훈과 함께 짐들을 정리하고 농성장으로 내려오는 길목에 '세종천막 재난안전본부'를 만들었다. 의자와 텐트가 전부지만 금강과 세종보, 천막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금강의 흐름이 전체적으로 보여 원래 천막농성장에서 못보던 금강의 풍경들이 보인다. 
 
▲ 비설거지를 마친 천막농성장 장마기간을 대비해 천막 비설거지를 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하루 사이 물이 많이 빠져 중간중간 형성된 하중도의 모습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 속에 살던 친구들도 장마가 온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지 않을까. 분주하게 움직이며 비를 피하고 제 집과 몸을 정비하고 분주할 모습들에 '함께 산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라진 고마나루 모래사장… 세종보의 미래다
 
▲ 녹조 피기 직전의 공주 금강 ⓒ 김병기

"딩동댕동~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폭염경보가 발표중이오니…"

황량한 쌍신공원에 뜬금없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공주보 담수 이후 녹조상황을 살피러 간 쌍신공원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폭염 때문이 아니라도 나무 하나 자라지 않은 땡볕이라 운동하러도 올 수 없는 곳이다. 관리되지 않아 풀들이 무성하고 예산들여 심어놨던 나무들은 다 말라 비틀어져 있다.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모두 수몰되었다. 국가문화유산청이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450여주의 솔밭이 금강과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경승지"라고 소개하고 있는 고마나루 백사장은 사라졌다.

물은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어 하늘을 검게 비추고 있다. 호수가 된 강 수면 위로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이미 펄이 상당히 쌓였다. 악취가 난다. 고마나루에는 생명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 악취가 나는 고마나루 모래사장 모래사장은 뻘이 되고 악취가 나고 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환경부가 한 일이다. 지금 공주보 담수가 왜 필요한가. '보 탄력운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이 정부의 환경부가 결국 강을 모두 죽음에 빠트리고 있다. 비가 오면 눈 가릴 수 있겠지만 금모래로 덮인 고마나루를 펄로 뒤덮은 것은 환경부다. 강을 재난에 처하게 한 환경부는 과연 환경부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건 학살이다. 
하천준설로 재난대비? 예산만 허비하는 일
 
▲ 공주보 담수 후 뻘로 변한 모래사장 거북이 등껍질 처럼 갈라져 있다
ⓒ 이경호
시민들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진 펄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하나하나 뜯어냈다. 그러면 그 속에 모래의 하얀 살이 드러났고 사람들은 원래 이 곳이 어떤 곳이었나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걷어내도 물떼새는 고마나루에 완전히 돌아올 수 없었다. 공주보 수문을 닫으며 재앙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전국의 하천도 이렇게 몸살을 앓고 있다. 보여주기식 준설때문이다. '재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이지만, 결국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른다. 왜냐하면 또 쌓이기 때문이다. 근본적 해결책을 준비하기보다 장마 되면 몰아닥쳐서 '땜빵'하듯 준설을 강행한다. 그저 뭔가 '노력했다'는 표시를 하는 것일까.
 
▲ 하천준설 반대 피켓팅 지난 6월 5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하천의 무분별한 준설을 강행하는 대전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하천에 있는 하중도를 긁어내면 거기를 기대어 살아가던 야생동물들도 삶도 긁어내게 된다. 수달 발자국도, 삵 똥도, 너구리 화장실도 자갈도 모래도 모두 긁어낸다. 1년~2년이 지나면 다시 쌓이고 또 긁어낸다. 이런 일이 전국에서 수두룩하게 벌어진다. 쓸모없는 보를 해체하면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회복한 뒤 준설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물길은 물길대로 막아놓고 긁어내기만 하니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윤석열 정부가 세운 '최악의 물정책'이다. 이 정부의 뜻에 따라 세종보만 닫혀도 우리나라 물정책은 수십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 준설하고, 댐을 짓겠다 하고 있지 않은가. 이번의 물정책이 실패해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연계도 못하는 '댐보하굿둑 연계'를 주문처럼 말하고 홍수 예방 기능조차 없는 보를 또 짓겠다고 또 떠들어 댈 것이다.  
 
▲ 확연히 다른 자갈의 모습 왼쪽 편은 고였던 강 뻘로 덮였던 자갈, 오른쪽은 댐 방류 후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흐르는 강의 자갈이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여울 자갈이 다 드러났어."

대청댐 방류량을 줄이면서 금강 수위가 낮아졌다. 여울의 자갈이 드러나고 걸어서 하중도까지 건널만큼 얕아졌다. 물 흐름이 없어 펄이 쌓였던 자갈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고운 모래도 살결을 드러냈다. 저 멀리 키가 한참 자란 나무들이 모인 하중도는 신비한 숲 같다. 

뜨거운 햇빛에 짐정리를 하자니 땀이 비오듯 흘렀지만 드러난 하중도의 모습을 한동안 기분 좋게 지켜보았다. 공주의 금강은 아주 멈췄는데, 세종의 금강은 아직 힘차게 흐르고 있다. 원래 제 모습을 찾아가는 금강의 숨은 풍경이 잠시 줄어든 물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 위에서 바라본 금강의 모습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멀리 금강을 바라보니 물이 빠지면서 하중도의 숨은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대전충남녹색연합
 
이제 비가 내리면 고운 모래는 또 흐르는 물 속에 숨어 역동하며 제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그대로 두길, 이대로 흐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 장마에 우리의 투쟁이 잘 유지되고 다시 뜨거워지기를 기도한다.

흐르는 금강 그 옆 우리 천막농성장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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