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가 뛰어난' 고마나루 백사장은 사라졌다
[박은영 기자]
▲ 천막농성은 계속된다 재난안전본부로 천막농성장을 꾸렸다. 장마를 대비해 강의 흐름과 보를 지켜볼 계획이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장마가 시작되었다. 천막농성장도 장마 대비 대청소를 시작했다. 동조텐트들을 잠시 거두고 천막 안 물품들을 정리하다보니 짐이 적지 않았다. 그만큼 긴 시간을 이 천막에서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농성을 할 사람들의 짐만 남겨두고 천막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니 그 간 쌓였던 새똥들도 말라서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 비설거지를 마친 천막농성장 장마기간을 대비해 천막 비설거지를 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 녹조 피기 직전의 공주 금강 ⓒ 김병기 |
"딩동댕동~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알려드립니다. 폭염경보가 발표중이오니…"
황량한 쌍신공원에 뜬금없는 안내방송이 울려퍼진다. 공주보 담수 이후 녹조상황을 살피러 간 쌍신공원은 그야말로 폐허였다. 폭염 때문이 아니라도 나무 하나 자라지 않은 땡볕이라 운동하러도 올 수 없는 곳이다. 관리되지 않아 풀들이 무성하고 예산들여 심어놨던 나무들은 다 말라 비틀어져 있다.
고마나루 모래사장은 모두 수몰되었다. 국가문화유산청이 "백제 역사의 중심에 있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가 클 뿐 아니라 금강변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450여주의 솔밭이 금강과 연미산과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자아내고 있는, 역사 문화적·경관적 가치가 뛰어난 경승지"라고 소개하고 있는 고마나루 백사장은 사라졌다.
▲ 악취가 나는 고마나루 모래사장 모래사장은 뻘이 되고 악취가 나고 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환경부가 한 일이다. 지금 공주보 담수가 왜 필요한가. '보 탄력운영'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이 정부의 환경부가 결국 강을 모두 죽음에 빠트리고 있다. 비가 오면 눈 가릴 수 있겠지만 금모래로 덮인 고마나루를 펄로 뒤덮은 것은 환경부다. 강을 재난에 처하게 한 환경부는 과연 환경부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건 학살이다.
▲ 공주보 담수 후 뻘로 변한 모래사장 거북이 등껍질 처럼 갈라져 있다 |
ⓒ 이경호 |
▲ 하천준설 반대 피켓팅 지난 6월 5일, 대전충남녹색연합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하천의 무분별한 준설을 강행하는 대전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하천에 있는 하중도를 긁어내면 거기를 기대어 살아가던 야생동물들도 삶도 긁어내게 된다. 수달 발자국도, 삵 똥도, 너구리 화장실도 자갈도 모래도 모두 긁어낸다. 1년~2년이 지나면 다시 쌓이고 또 긁어낸다. 이런 일이 전국에서 수두룩하게 벌어진다. 쓸모없는 보를 해체하면서 자연스러운 물의 흐름을 회복한 뒤 준설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물길은 물길대로 막아놓고 긁어내기만 하니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 확연히 다른 자갈의 모습 왼쪽 편은 고였던 강 뻘로 덮였던 자갈, 오른쪽은 댐 방류 후 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흐르는 강의 자갈이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여울 자갈이 다 드러났어."
대청댐 방류량을 줄이면서 금강 수위가 낮아졌다. 여울의 자갈이 드러나고 걸어서 하중도까지 건널만큼 얕아졌다. 물 흐름이 없어 펄이 쌓였던 자갈과는 색깔부터 다르다. 고운 모래도 살결을 드러냈다. 저 멀리 키가 한참 자란 나무들이 모인 하중도는 신비한 숲 같다.
▲ 위에서 바라본 금강의 모습 재난안전본부를 설치하고 멀리 금강을 바라보니 물이 빠지면서 하중도의 숨은 부분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 대전충남녹색연합 |
이제 비가 내리면 고운 모래는 또 흐르는 물 속에 숨어 역동하며 제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 자연의 이치대로 그대로 두길, 이대로 흐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 장마에 우리의 투쟁이 잘 유지되고 다시 뜨거워지기를 기도한다.
흐르는 금강 그 옆 우리 천막농성장을 바라보며 간절히 기도한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