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파인 옷에 미니스커트…진짜 60대 맞아? 이 언니들 정체

서정민 2024. 6. 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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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여배우 패션 화제


이 언니들, 60대 맞아?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연예인 패션 기사를 보면,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그룹 사이로 60대 여배우들의 소식들이 눈에 띈다. 중견 배우다운 세련되고 우아한 스타일은 물론이고, 여느 20대 못지않게 캐주얼하고 과감한 차림도 거뜬히 소화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멋진 실버 라이프 ‘그레이 크러시’ 선도

드라마 ‘우리, 집’에서 추리소설가 ‘홍사강’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의 제작발표회 때 모습. [사진 MBC]

“나이 들어도 여전히 멋있으시다.” “홍사강은 오로지 이혜영님만의 영역이다.” “배우님 환갑이 지난 연세에도 참 멋있으신 듯.”

MBC 드라마 ‘우리, 집’에서 ‘홍사강’ 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이혜영(62)을 좋아하는 유튜브 댓글들이다. 정확한 발음과 흔들림 없는 시선, 매력적인 목소리와 드라마틱한 대사 처리 등 배우 이혜영의 연기실력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요즘 이 드라마를 하면서 이혜영에 대한 찬사가 하나 더 늘었다. 바로 ‘60대 패셔니스타’이다.

그녀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도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보디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인어공주 스타일 드레스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라마에서도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옷차림은 화제가 되고 있다. 남편의 죽음을 기뻐하며 그로데스크하게 춤출 때 입었던 모노톤의 꽃무늬 가운, 검정색 가죽 재킷과 롱 드레스 그리고 레이스 모자가 묘하게 믹스매치된 미망인 의상, 혼자 국수집을 찾았을 때 입었던 실버톤 시가렛 스커트 등. 투톱으로 함께 나오는 40대 배우 김희선 역시 다양한 럭셔리 패션으로 시선을 사로잡지만, 시청자들 중에는 ‘김희선보다 이혜영’이라고 평하는 이들이 많다.

‘60대 제니’로 불리는 배우 박준금. [사진 인스타그램]

그의 옷이 이렇게까지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60대 패션’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60대 여성의 옷차림은 ‘아줌마 스타일’로 한정적이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느라 변변히 새 옷 한 벌 장만하지 못한 소박한 모습. 그 반대쪽에는 깔끔한 슈트 차림의 고집 센 ‘회장님’이 있다. 그런데 이혜영의 극중 옷차림은 오로지 ‘홍사강’이라는 캐릭터에 충실하다. 오만하면서도 허점 많고, 허세와 아이같은 욕심으로 똘똘 뭉친 이 60대 여성 ‘홍사강’에선 우리의 선입견 속 아줌마도 할머니도 회장님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이혜영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한 여성의 캐릭터만 보일 뿐이다.

60대 ‘그레이 크러시(Gray Crush·나이 들어도 멋진 실버 라이프를 추구하는 중장년 세대를 이르는 신조어)’ 여배우들의 화려한 패션 기사는 점점 더 증가하는 추세다. 배우 황신혜(61)는 얼마 전 휴양지에서 선보인 수영복과 미니스커트로 화제가 됐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22만명인 황신혜는 20대 뺨치는 날씬한 몸매와 더불어 발랄하고 개성 있는 사복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릴 장식의 미니스커트도 거뜬히 소화하는 배우 황신혜. [사진 인스타그램]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현빈)의 엄마 문분홍 여사로 눈도장을 찍은 박준금(62)은 요즘 유튜브 ‘매거진 준금’을 통해 맹활약 중인데 구독자가 13만7000명이다. 지난 6일에는 ‘시원+센스 여름 클래식 룩’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하면서 한쪽 어깨를 과감히 드러내는 옷을 선보였는데 “여름에는 파인 옷이 예뻐 보이더라. 자신감도 있어 보이고 라이프를 즐기는 것 같다”며 “요즘 나이가 어딨냐. 예전에는 내 나이에 이렇게 벗고 다니면 미쳤다고 할 텐데, 요즘은 그런 거 없다”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이런 박준금의 별명은 ‘60대 (블랙핑크) 제니’다.

박준금 “요즘은 나이 그런 거 없다”

사랑스러운 헵번 룩을 선보인 배우 최화정. [사진 인스타그램]

27년 동안 진행한 SBS 라디오 프로그램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최근 하차한 중견배우 최화정 역시 ‘옷 잘 입는 여배우’로 유명하다. 개인 인스타그램은 없지만 그는 이미 라디오 프로그램 인스타그램 계정과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뽐낸 바 있다. 그녀의 장점은 작고 아담한 체구에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잘 연출한다는 점이다. 흑백영화 속 여주인공처럼 스카프를 머리에 둘러쓴 차림이나 허리를 잘록하게 강조한 뗑뗑이 무늬 스커트 차림은 귀여운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 라디오 하차 후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에 도전 중이다.

얼마 전 화제의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 출연했던 두 배우 이미숙(64), 나영희(63)도 ‘60대 패셔니스타’로 화제였다. 지적이고 도시적인 이미지의 실력파 배우 배종옥(60)은 최근 동안 피부를 유지하는 비법인 ‘레몬꿀팩’으로 홈쇼핑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모두 60대이지만 자기관리에 충실하고 확실한 개인 취향을 가진 배우들로 젊은층에서 인정받고 있다.

LVMH 그룹 내 최고 경영자 중 한 사람이었던 미레유 갈리아노는 자신의 저서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에서 나이 들수록 아름다워지는 프랑스 여자들의 비결을 묻는 말에 “마음가짐이 바로 묘약”이라며 “당당하게 나이 먹기”를 조언했다. 점점 더 젊고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미 과거의 60대에 비해 훨씬 젊고 세련된 마인드를 갖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고금리, 집값 상승 등으로 지갑이 텅텅 빈 2030세대와는 달리 은퇴 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세대다. 젊고 세련된 ‘나’의 취향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소비를 늘릴 준비와 욕구가 충분하다. 60대 여배우들의 젊어진 패션은 이렇게 달라진 세대 트렌드를 반영하는 증거다.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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