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쓰는 삶을 위한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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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은 기자]
'원컨대, 내 생각이 명확한 표현을 찾게 해주소서.' 단테신곡 천국편 24곡에 있는 문장이다. 책상 위, 이 문구를 볼 때마다 나도 간절히 바랐었다. 프렉탈 구조처럼 얽히고 설킨 생각을 또렷하고 적절한 단어와 문장으로 가지런히 표현할 길은 없을까? 하고 말이다.
▲ 나에게 있어 글쓰기 동력은 ‘마음속 말을 질서 있게 꺼내고 싶은 마음’이다. |
ⓒ 픽사베이 |
글을 쓰려고 노트북 앞에 앉는다. 주제 하나를 정하지 못하고 각각의 주제의 아이디어들이 여러 개 떠올라 일단 적어둔다. 그러다 큰 수확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처음에 떠오른 몇 개의 글감들은 결국 임시보관소에 다시 저장된다. 그러다 '됐다'라고 생각한 그 주제는 끝도 모르고 서술되어 많은 시간이 흐른다.
근사한 요리가 목적이면 그 목적에 맞는 요리가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할애해야만 한다. 매일 대어를 낚으면 좋겠지만 힘을 빼는 글쓰기를 훈련 중인 요즘은, 어쩌다 한 번으로 족하기로 했다. 그래도 열정은 버리지 않기로 한다.
미술에서 재능은 타고난 감각, 창의력, 꾸준한 연습이 모두 합해 드러나지만, 가장 큰 재능은 '그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한동안 그림 콜라보 하면서 아파서 너무 힘든데도, 그리고 싶은 마음 하나로 마감을 지켰다. 덧붙이면 마감이 명작을 낳는다는 말에도 동의가 됐다. 거창한 명작이 아니어도 열정과 시간의 압박, 이 두 박자만 맞는다면 적어도 스스로 만족 되는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 글쓰기도 예술의 영역이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 글쓰기 동력은 '마음속 말을 질서 있게 꺼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그 또한 체력의 한계와 지병으로 인해 쉽게 약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글쓰기 수업을 듣기 전까지 나의 동력은 나 스스로 만족한 글을 쓰는 것에 맞추어졌었다. 그런데 그 기준은 정량으로 유지되지 않고 변동성이 매우 크다. 거기 맞추다 보면 어느 날은 잠을 못 자고 어느 날은 너무 무리해서 아프기도 하는 것이다.
글 쓰면서 삶의 패턴에도 깨달은 바가 있다. 에너지의 그래프가 있다면 내 에너지는 한정적인데 너무 모든 일에 100을 쏟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나의 삶의 패턴이 매번 치열하게 빡빡하게 흘러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나머지 일에 대한 배분이 없다. 모든 것에 열심히 사는 것이 삶을 균형 있게 사는 것에 어려움을 가져왔다.
심지어 의사는 오래된 배터리라는 표현을 하셨다. 오래된 배터리는 충전을 해도 쉽게 소진되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이 바둑을 배울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 중 남는 말이 있다.
"당신이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데미지를 입은 후에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떨어지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러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또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으면 고민을 충분히 견뎌줄 몸을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내가 아무리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있어도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글 쓰고 싶다는 말은 허공에 울리는 공허한 말이 된다. 글은 머리도 가슴도 아닌 온몸으로 쓴다는 '이덕무'님 말도 귓가에 맴돌며 조언을 건넸다.
글쓰기뿐 아니라 나의 모든 삶을 살 때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래서 나는 글을 매일 쓰기 위한 몇 가지 원칙을 정해본다. 첫째, 매일 새벽, 조용한 기도 시간을 가진 후 아침 운동시간을 확보한다. 단, 운동은 땀이 나서 샤워하고 싶을 정도까지로 조정한다.
둘째, 샤워 후 생각을 정리한 후 글쓰기 아이디어들을 간단히 정리한다. 매일 같은 시간, 글을 쓴다. 안 써지는 날도 많다는 것을 상기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버퍼를 늘 남겨둔다. 열정은 버리지 않되, 모든 열정을 쏟아붓지 않는다. 건강히 글 쓰는 삶이 계속되어 매일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날을 꿈꾸며 오늘도 열정 몇 스푼 빠진, 온 몸으로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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