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의 힘 크다지만…‘가해자’ 서사까지 담는 변주 괜찮을까 [D:방송 뷰]

장수정 2024. 6. 2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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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존속살해 범죄자 사연 다뤄 갑론을박

실제 사건·사고를 전문가의 시선에서 분석하는가 하면, 입담이 뛰어난 연예인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풀어내며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범죄 예능이 스테디셀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전문가들이 출연해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 속 이야기들을 풀어낸 tvN ‘알고 보면 쓸데 있는 범죄 잡학사전’ 시즌1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시즌2까지 방송된 바 있으며, 3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1:1로 전달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되며 장수 예능프로그램으로 거듭났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가 출연하는 ‘용감한 형제들’도 E채널에서 세 시즌째 방송 중이며, 강력계 형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국가수사본부’, 악인들의 실체를 파헤치는 ‘악인취재기’ 등 웨이브에서도 ‘범죄’를 소재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시선몰이를 하고 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사건·사고들로 인해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실화를 소재로 한 범죄 예능들은 때로는 분노를 끌어내고, 때로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로 몰입도를 높이기도 한다.

이 같은 장점을 부각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에 방점을 찍는 프로그램도 등장 중이다. 장도연, 장성규, 장항준이 이야기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는 ‘꼬꼬무’는 물론, 오디오 드라마 형식으로 사건을 풀어낸 ‘듣고 보니 그럴싸’가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추리 예능 ‘아파트 404’는 과거 벌어진 실제 사건을 스토리 안에 녹여내며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등 색다른 활용법도 보여줬다.

그러나 알려진 실제 사건 속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 다루는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는 최근 회차에서 가해자의 서사를 담아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알려진 실제 사건 속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 첫 회에서는 2011년 벌어진 존속살해 사건의 가해자가 등장해 사건의 배경을 털어놨던 것이다.

당시 고3이었던 강준수(가명)는 자고 있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집 안에 시신을 8개월 동안 방치했고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는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에서 강준수가 출연해 13년 전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모친이 초등학생일 때부터 11시간씩 공부를 시켰으며, 우수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한 체벌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대걸레봉, 야구 배트로도 맞은 적이 있으며, 외고 입시에 실패한 뒤엔 엉덩이가 피로 절여질 정도로 맞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적이 떨어지자 두려움을 느낀 그는 성적표를 위조했고, 이후 입시 면담일이 다가오자, 압박감을 느껴 어머니를 살해했다고 말했다. “당시 어머니를 위로해 드리지 못한 게 후회된다”며 눈물을 쏟기도 했다.

해당 사건을 단순히 존속살해 사건으로만 알고 있었던 시청자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내기도 했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가해자의 사연을 부각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어떤 사건의 배경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방송이 직접 가해자에게 마이크를 쥐어 준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은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드라마는 물론, 악인들을 응징하며 쾌감을 선사하는 범죄 드라마에서도 ‘악역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것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미 컸었다. 범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자칫 이것이 피해자를 지우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사건을 다양한 시선에서 들여다보며 분석하는 범죄 예능의 ‘순기능’도 없진 않다. 그러나 다양한 변주가 이뤄지는 가운데, 선을 넘는 시도가 이뤄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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