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구부터 200m 줄 섰다…'선업튀' 여운 즐기는 그곳 [비크닉]
" “파묘요~!” " 지난 20일 서울 성수동의 팝업 스토어 ‘파묘: 그곳의 뒤편‘에서 우렁찬 소리가 돌려왔다. 이곳은 올 2월 개봉한 영화 ‘파묘’를 공간에 구현한 몰입형 전시. 한쪽에선 방문객들이 공간 안쪽 작게 조성된 무덤 앞에서 삽으로 무덤 위를 두드리며 퍼포먼스를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선 영화 속 ‘대살 굿’ 장면에 등장한 방울·북·칼 등 실제 소품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한여름 더위를 무색하게 하는 오싹한 공간도 볼 수 있다. 바로 극 중 파묘 후 꺼낸 관과 영안실을 재현한 것. 관은 영화 속에서 실제 촬영 소품으로 썼던 관이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불에 탄 수의까지 전시돼 있어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벽면 시체보관실 문을 열면 미공개 스틸 컷이 등장하고, 버튼을 누르면 화면에 극 중 등장한 요괴 사진이 깜빡이는 등 공간 곳곳 재미 요소도 가득하다.
600명 대기, 하루 1300명씩 몰린다
지난달 종영한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도 팝업 스토어를 마련, 드라마의 여운을 즐기려는 팬들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선재 업고 튀어’ 팝업스토어는 매일 100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아침마다 백화점 입구에 200m 넘는 긴 줄이 늘어섰으며, 판매한 기획 상품 역시 대부분 ‘완판’ 됐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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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팝업의 새로운 주인공
이처럼 영화·드라마 등 문화 상품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를 활용하는 건 최근 새롭게 나타나는 팝업 스토어의 유형이다. 인터넷 화면상의 팝업 창처럼 특정 기간 열렸다가 닫는 팝업 스토어는 그간 특정 브랜드의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 열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엔 IP를 활용한 문화 콘텐트 팝업으로 확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상품이나 브랜드가 주인공이 아니라 캐릭터·아이돌·영화·드라마·만화 등을 주제로 삼는 변화다.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던 에버랜드 판다 푸바오 캐릭터를 활용 팝업 스토어가 열린다거나, ‘인사이드 아웃2’ ‘하이큐’ 등 만화나 영화를 주제로 한 팝업이 열리는 식이다.
최근에는 아이돌도 팝업 스토어 열풍에 뛰어들었다. 주로 앨범을 내면 진행했던 쇼케이스 형식의 팝업이 아니라, 제대로 공간을 구현해 체험 거리를 만드는 식이다. 일례로 샤이니의 키는 지난 3월 서울 성수동에서 ‘스위트 이스케이프(Sweet Escape)’라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단순히 작품(아트 워크)을 보여주고, 굿즈(기념품)를 판매하는 형식이 아니라, 캐릭터(미스터 프릭)의 이야기 진행해 맞춰 관람객들에게 미션을 주는 등 놀이 형식을 띠었다. 최근에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주로 ‘사전’에 기획됐던 기존 팝업과 달리, 콘텐트를 다시 체험할 수 있는 ‘사후’ 기획도 늘어나고 있다. 주로 콘텐트의 팬들이 몰린다는 점에서 ‘팬덤형 팝업’이라고 볼 수 있다.
놀이 문화된 팝업, 새로운 ‘수익 모델’ 의미도
이 같은 IP 팝업의 성행 배경에는 팝업을 신개념 놀이 공간으로 여기는 젊은 층의 등장이 깔려 있다.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성수동에 가면 매장 앞에 줄을 길게 선 풍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친구들과 함께 팝업 스토어에 방문해 사진을 찍고, 제품이나 브랜드 체험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즐겁고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IP 팝업이 일반적인 브랜드 팝업보다 유리하다. 등장인물·이야기·세계관 등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요소가 풍부하고, 2차원 텍스트를 3차원으로 입체화해 펼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재미 요소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IP의 팬들을 오프라인에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보름간 열린 푸바오 팝업 스토어는 10억원의 매출을, 지난 3월 한 달간 열린 가상 아이돌 릴레이 팝업 스토어는 방문객 10만명과 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콘텐트 팝업은 두꺼운 팬덤과 충성도 높은 고객들로 인해 집객력과 응집력이 높다”며 “콘텐트 관련 브랜드 사업자들도 무형의 IP에 머물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고객을 대면하고 굿즈 등 2차 저작물을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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