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단어 빼고 대충대충…벤탄쿠르, 손흥민 2차 사과 '진정성 없는' 이유
(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2차 사과문에도 진정성이 없다는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그가 인종차별이라는 단어 혹은 이와 비슷한 단어를 써서 용서를 구하지 않고 손흥민과 대화를 통해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식의 발언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22일(한국시간) 새벽 SNS를 통해 "손흥민과 대화했고, 우리의 깊은 우정을 고려해 손흥민은 이 사건이 단지 안타까운 오해였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밝혔다.
이어 "언론을 통해 나온 내 발언 때문에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면서도 "난 다른 사람은 언급한 적이 없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썼다. 아울러 "다른 누구에게도 직·간접적인 불쾌감을 줄 의도는 아니었다. 모든 걸 내 친구(손흥민)와 함께 해결한 상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글에 첨부된 사진은 소속팀인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차분하게 패스 건네는 장면이었다. 사과문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동시에 게재됐다.
자신이 조국인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충격적인 인종차별 발언한 것에 대한 두 번째 사과문인 셈이다.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하고 이틀 만에 나온 입장문이기도 했다. 앞서 손흥민은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발언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영문으로 밝혔다.
손흥민은 "이미 롤로(Lolo, 벤탄쿠르 애칭)와 대화를 했으며 그가 실수를 했고 그도 이를 안다. 그는 내게 사과했다"며 "벤탄쿠르가 뭔가를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우린 형제다. 그리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손흥민은 이어 "지나간 일이다. 우린 하나다. 우린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팀에서 하나로 뭉쳐 싸울 것"이라고 했다. 벤탄쿠르가 자신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으며 손흥민도 이를 받아줬다는 뜻이다
손흥민은 최근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인한 '피해자'가 됐다. 문제의 발언은 벤탄쿠르가 조국 우루과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한국시간) 우루과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 등장한 뒤 자녀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토트넘 간판 선수는 당연히 손흥민이다. 벤탄쿠르는 진행자로부터 손흥민의 셔츠를 받을 수 있겠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러자 벤탄쿠르가 내뱉은 본능적인 한 마디가 지금의 긴 파문을 몰고 왔다. 벤탄쿠르가 "쏘니 거? 쏘니 사촌 거는 어때? 어차피 걔네 다 똑같이 생겼잖아?"라고 받아친 것이다. 남미 사람들이 아시아 사람들을 크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저질 농담이었고, 당연히 인종차별적 발언이었다. 벤탄쿠르 입장에선 크게 개의치 않고 한 발언이었을 테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면 엄청난 실수라는 것이 드러난다.
논란이 커지자,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소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라며 "내가 널 정말 좋아하고 너를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너나 다른 사람들을 상처 주지 않으려 한다는 걸 알 거야. 사랑해 쏘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성의 없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글을 게시하고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이용한 데다 손흥민의 별명인 쏘니(Sonny) 대신 일본 전자회사 이름인 소니(Soy)란 표현을 썼기 때문이다. 16일 오전이 되면서 그의 사과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벤탄쿠르는 이후 추가 사과보다는 21일 미국에서 개막하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우루과이 대표 선수들과 미국 마이애미에 입성,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이젠 손흥민 발언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는 듯 다시 SNS에도 몰두하고 있다.
일부 우루과이 팬들을 제외하곤 이런 벤탄쿠르의 행동에 폭발하는 중이다. 제대로 된, 영구적으로 볼 수 있는 사과문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코파 아메리카 참가를 위해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우루과이 대표팀 훈련 캠프에서 벤탄쿠르가 24시간 후 사라지지 않는 곳에 글을 적고 손흥민과 팬들에게 사과했다.
다만 이 문제는 토트넘이 소속된 국가인 영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중이어서 여진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스포츠 미디어 '디 애슬레틱'은 "벤탄쿠르가 방송 도중 한국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그의 사촌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고 말한 뒤 손흥민에게 (1차)사과했다"며 "지난 11월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손흥민을 향해 인종차별적인 제스처를 취한 한 팬이 3년간 축구 경기 관람 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는 말로 인종차별의 심각성을 알리고는 벤탄쿠르 발언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전했다.
같은 날 영국의 시민단체마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이 커졌는데 피해자인 손흥민이 나서니까 토트넘도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가 됐다.
스포츠계 차별을 반대하는 국제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은 20일 SNS를 통해 "킥 잇 아웃은 벤탄쿠르가 토트넘 팀 동료인 손흥민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대한 제보를 상당히 많이 받았다. 이 제보들은 이미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보내진 상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벤탄쿠르가 자신의 잘못을 인지했다는 점을 시인했으나, 이것은 동아시아와 더 넓은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다가오는 시즌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면서 "보거나 들을 경우 제보해달라"라고 했다.
벤탄쿠르의 발언이 명백한 인종차별임을 못 박은 것이다.
상당수 토트넘 팬들도 이런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토트넘이 다음달 말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 바이에른 뮌헨과 두 차례 한국 투어를 치르는 것 등을 고려,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여기에 손흥민의 용서와 토트넘의 재발 방지 대책 약속에도 불구하고 축구 관련 시민단체의 문제 제기에 이어 FA가 징계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벤탄쿠르 인종차별 파문은 판이 제대로 커졌다.
그런 가운데 벤탄쿠르가 다시 시과문을 내놨으니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인종차별 행위에 따른 정중한 사과라고 보기는 여전히 힘들다는 지적이다. 벤탄쿠르는 손흥민과 개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는데, 뭐가 잘못했는지를 적시하지 않았다. 팬들도 "손흥민을 말고 전세계 축구팬들과 아시아인들을 위해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당장 우루과이가 24일 코파 아메리카 일정에 돌입하는데 벤탄쿠르 논란으로 계속 시끄러워질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트넘 SNS, 방송화면, 벤탄쿠르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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