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악어’ 덕에 재벌 된 형지…브랜드 창업자는 영면 [재계 TALK TALK]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4. 6.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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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5세였던 닥터 탄 회장이 본인의 흉상 제막식 때문에 한국 패션그룹형지를 찾았던 때. (패션그룹형지 제공)
패션그룹형지의 모태가 된 브랜드 ‘크로커다일레이디’.

지금도 그룹 내 최고 매출 브랜드로 혁혁한 공헌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브랜드 주인은 따로 있다. 싱가포르의 다토 탄 박사가 1947년 출시한 브랜드다. 당시에는 남성 브랜드로 전개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을 한국 중년 여성복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최병오 회장이 싱가포르까지 날아가 탄 회장을 설득, 1996년 세계 최초로 여성복으로 국내에서 출시했다. 출시 초기부터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았다.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다가 품질은 괜찮은데 가격은 또 착하다 보니 소위 대박을 쳤다.

최병오 회장은 “아직도 크로커다일 창시자인 다토 탄(Dato‘ Dr.Tan Hian-Tsin)과의 만남을 잊지 못하고 있다”며 “당시 탄 회장은 형지를 못 미더워 했는데 간절하게 설득한 결과 라이선스를 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계약 후 탄 회장이 “생각은 창의적으로, 일은 근면하게, 곤경에 처한 경우에는 긍정적으로, 성공에는 겸허한 자세로 임한다”라고 했던 말을 지금껏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에는 당시 95세가 된 탄 회장을 한국으로 초청, 그의 흉상 제막식을 가졌을 정도로 끈끈한 인연을 이어왔다.

싱가포르 패션왕 영면

싱가포르 출국 전 본사에 있는 닥터 탄 회장 흉상 앞에서 예우를 갖추는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패션그룹형지 제공)
닥터 탄 회장을 그리며 헌화하는 패션그룹형지 임직원. (패션그룹형지 제공)
형지와의 인연은 어느덧 28여년이 흘렀다. 탄 회장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최 회장을 올가을 생일 파티에 초대했다. 싱가포르에 볼 날을 기다리는 6월 중순 어느날, 최 회장은 비보를 접한다. 탄 회장이 서거한 것이다. 최 회장은 부인 박종길 여사, 아들인 최준호 부회장과 함께 지난 18일 무거운 마음으로 싱가포르로 향했다. 한편 형지 본사에서는 최 회장 일행이 싱가로프행 비행기에 오르기 바로 직전, 크로커다일레이디, 주요 임직원들과 사옥에 있는 다토 탄 회장 흉상 앞에 모여 묵념과 헌화를 하는 행사를 거행하기도 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는 장례식이 진행된 싱가포르 예수재림교회(seventh-day Adventist Chiness church, singapore)에서 최 회장이 추도사를 낭독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싱가포르 장례식장에서 추도사를 하는 최병오 회장. (패션그룹형지 제공)
최 회장은 “사업뿐 아니라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는 다토 탄 회장의 가르침을 얻고 또 존경하는 멘토로 삼아왔다. 평소 대중 강연이나 직원들에게 탄 회장의 철학을 설파하며, 그런 삶을 닮도록 노력했다”고 운을 뗀 그는 “한국의 단풍을 좋아해 특히 설악산, 제주도 등 여러 곳을 사모님과 함께 여행을 다녔던 추억, 그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고 회고했다.

더불어 그는 “그동안 너무나 큰 은혜를 받았다”며 “탄 회장의 위업을 받들어 더 위대한 크로커다일을 만들고,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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