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여자들의 밤!
한국 영화계에 미술감독이란 말조차 없었을 시절부터 영화 미술에 뛰어들어 칸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최고의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벌칸상을 받은 류성희 미술감독은 “한 번 했던 것을 또다시 반복하는 걸 싫어한다”며 “’FEARLESS’한 선택을 함으로써 ‘FUN’을 만드는 것이 나의 삶”이라는 FFF다운 명언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명단을 보니 한 분 한 분 다 제가 정말 만나고 싶었던 분들이더라. 팬심으로 왔다”며 설렘을 내비쳤다.
영화 〈헤어질 결심〉 〈아가씨〉 〈박쥐〉 〈친절한 금자씨〉, 드라마 〈작은 아씨들〉 〈마더〉의 각본을 쓰며 꼿꼿한 욕망이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정서경 작가는 “나는 우리 집에서 제일 웃긴 사람”이라며 “차기작 〈북극성〉(전지현, 강동원 주연)을 마감 중이지만 코스모의 초대를 받고 하룻밤 정도는 재미있게 즐기고 싶어서 왔다”며 인사를 전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한국 영화에 뉴 타입의 여성 캐릭터를 제시한 김초희 감독은 “나는 고민 않고 ‘FUN’한 사람이다. 세상에 웃기는 것만큼 돈 안 들고 즐거운 일이 있나? 무조건 웃기는 게 최고”라 웃었다. 이어 “저도 내일이 마감이라 진짜 고민하다가 여기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어깨너머라도 엿보고 싶어서 왔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프라우드먼의 수장인 댄서 모니카는 2월의 FFF로 선정된, 여자들이 사랑하는 여자. 그는 “너무너무 멋진 언니야들이 오신다고 해서 기대하고 왔다”고 친근감을 드러내며 “여기 기운이 장난 아니다. ‘오매, 기죽어’ 하는 느낌인데, 막상 대화를 나눠보니 너무 포근하고 따듯하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한편 〈생방송 오늘 아침〉에서 생후 5개월 아이를 안고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며 노키즈존이란 화두를 던지고, 여성해방을 위해 노브라로 뉴스를 진행해 화제가 되기도 한 임현주 아나운서는 “오늘은 브라 입었다. 이 시간만큼은 육아에서 해방돼 재미있게 놀겠다”며 모두를 웃겼다. 이어 “보기보다 낯을 가려 파티에 가본 적 없는데, 오늘은 만나고 싶은 분들이 너무 많아 ‘FUN’과 ‘FEARLESS’ 둘 다 가지고 이 자리에 왔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늑대가 나타났다〉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포크 음반’을 수상하고, 단편소설 〈오늘은 화해하지 않을 여자들〉을 발표한 가수 이랑은 “불편한 게 있으면 불편하다 말하는 ‘FEARLESS’한 성격”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각개전투를 치르느라 고생 많을 텐데 이렇게 모였으니 위로하고 즐기자”며 모두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안경을 쓰고, 청바지를 입은 채 아나운싱을 하고, 기자처럼 발로 뛰며 취재하는 등 전형성을 탈피한 행보를 걸어온 강지영 아나운서는 3월호 FFF로 선정된 인물. 그는 “이 자리에 오신 분들 모두 인터뷰해보고 싶은 분들이다. 친분을 쌓고 돌아가는 게 오늘의 목표”라고 인사를 건넸다. 29만 구독자의 북튜브 〈겨울서점〉 운영자이자 〈겨울의 언어〉 등을 쓴 김겨울 작가는 “재미있는 걸 하면 두려움 없이 나아갈 수 있기에 ‘FUN’, ‘FEARLESS’ 모두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라 소개하며, “오늘 명단을 보고 반드시 다 함께 사진을 찍고 와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나왔다. 두근두근하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채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출간해 인식의 지평을 넓히며,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출산해 육아 중인 FFF 그 자체, 용감한 부부 김규진과 김세연도 자리했다.
“많은 분들이 저희를 ‘FEARLESS’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사실 너무너무 무섭지만 울면서 해내는 것에 가깝다”며 “결혼하고 아기를 낳았을 뿐인데 이런 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다니 정말 이득”이라고 웃으며 “남자 파트너는 데려오지 못하는 이 자리에 레즈비언인 덕에 파트너와 함께 올 수 있었다. 많이 마시고 가겠다”며 호탕하게 말해 박수를 받았다.
키치하고 독특한 작업으로 아트 신에서 주목받는 미술가로 바밍타이거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류성실 작가는 “내 작업에서 내가 ‘FUN’을 추구하는 사람인 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시간을 작업실에서 독수공방하는데, 뵙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나왔다”며 활짝 웃었다.
독서와 구독 문화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일간 이슬아’의 주인공으로 가부장제를 비튼 소설 〈가녀장의 시대〉의 일본판과 대만판 출간을 앞둔 이슬아 작가는 “웃긴 것을 하기 위해 두려움을 없애려고 하는 중”이라며 이 자리에 동경하는 선배들이 많이 계시다. 한 분 한 분에게 어울리는 시집을 맞춤형으로 챙겨왔다”며 자리의 모든 이들에게 어울리는 시집을 선물하며 훈훈하게 선물 증정식을 하기도.
마지막으로 온 이는 데뷔 9년 차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에서 자신만의 색깔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채영. 그는 “앨범을 낼 때마다 매 순간 ‘FEARLESS’하게 도전 중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제가 모임에 나가지 않는 성격인데,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을 만나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수줍은 인사를 건네 모두의 귀여움과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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