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된 박보검-태국인 된 박명수, 김태호 실험 통할까

김상화 2024. 6. 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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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JTBC < My Name is 가브리엘 >

[김상화 기자]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 JTBC
 
<무한도전>(이하 무도) 김태호 PD의 신작 예능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1일 첫 방영된 JTBC  < My Name is 가브리엘 >(연출 김태호-이태경)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세계 80억 인구 중 한 명의 이름으로 72시간 동안 '실제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관찰 리얼리티 예능이다.   

어느 정도 소개된 것처럼 과거 2011년 방영되었던 MBC <무도>의 에피소드 중 하나였던 '타인의 삶'의 확장판 같은 형식을 빌려 <가브리엘>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판을 키웠다. 그 결과 그때의 주역이던 박명수를 비롯해서 배우 박보검-지창욱-염혜란, 예능인 홍진경, 댄서 가비, 유튜버 덱스 등 쟁쟁한 인물들이 누군가의 인생 속에 뛰어드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됐다. 

14년 전 '타인의 삶'은 <무도> 특유의 유머와 그 속에 담긴 철학 등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단발성 소재로만 활용되는데 그쳐 아쉬움을 자아낸 바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그때의 제작진과 새로운 인물의 합으로 만들어진 <가브리엘>은 과연 달라진 환경 속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합창단 지휘자가 된 박보검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 JTBC
 
스튜디오 MC 데프콘-여성 듀오 다비치와 함께 <가브리엘> 첫회의 이야기를 나눠볼 주인공은 박보검이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머나면 유럽 국가 중 한곳인 아일랜드였다. 늦은 밤 공항에 도착한 그를 반겨준 건 어느 택배 배달원이었다.  그에게 건내받은 서류 봉투에는 박보감이 찾아가야 할 집에 대한 간략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곳은 현지 전통 주택의 3층에 위치한 타인의 쉐어 하우스였다. 박보검은 누군가가 쓰던 생활도구뿐만 아니라 휴대폰, 현금까지 고스란히 놓히 놓인 방안에서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휴대폰을 집어 들고 사진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장에 꽂힌 악보집 등을 통해 이 사람의 직업을 어느 정도 유추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잠을 청하고 다음날 식습관도 똑같이 따라하기 위해 시장에 들러 오렌지도 구입한 그를 현지 동료들이 반갑게 맞이했다. 19살 청년부터 43살 중년 신사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된 이들은 '루리'라는 인물의 전칠이자 아카펠라 합창단원들이었다. 루리는 이들을 이끄는 지휘자였던 것. 게다가 이틀 후엔 공연도 해야 한다. 대략난감한 상황. 박보검은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태국인의 삶 뛰어든 박명수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 JTBC
 
별다른 정보 없이 공항에 도착한 건 박명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작진으로부터 건네 받은 항공권의 도착지는 태국의 치앙마이였다. 그곳에서 박명수를 반겨준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여인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박명수가 잠시 동안 대신 인생을 경험하게 된 35살 태국인 '우티'의 아내였다.  

심지어 같은 노란색 커플 티셔츠까지 착용한 탓에 '베테랑 예능인'도 어찌할 줄 몰라했다. 간신히 집에 도착한 그를 반겨준 건 생후 6개월된 딸 '나란'이었다. 졸지에 자녀까지 생긴 박명수는 그야말로 '멘붕'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줄을 잡고 그는 능숙한 솜씨로 아이를 품에 안고 잠을 재우는 등 평상시 방송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제작진괴의 별도 인터뷰를 통해 박명수는 "솔직히 민서(박명수 딸) 옛날에 내가 재운 적 별로 없다. 한창 바쁠 때였다. 그때 생각이 많이 났다. 아이는 다 기억을 한다"라면서 미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 박명수는 오토바이를 도난당하는 등 역대급 난관에 봉착하기에 이른다. 그는 과연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익숙한 방식의 제작...요즘 시청자들 사로잡을 수 있을까?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 JTBC
 
냉정히 말해서 <가브리엘>은 새로울 게 없는 신규 예능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해외 현지 체험, 관찰 예능, 이를 지켜보는 스튜디오 패널들의 추임새 등은 이미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익숙한 포맷이었다.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하려면 결과적으로 재미, 그리고 출연진들의 진정성 담긴 내용이 필요하다. 일단 <가브리엘> 1회에선 박보검과 박명수라는 상반되는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차별화를 모색했다. 낯선 공간에서 재빠르게 적응해 나가는 박보검은 합창 연습 과정에서 눈물을 흘려 보는 이들을 잠시 놀라게 했다.  

"마음이 경건해졌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면서 잘하고 싶은데 이 분들이 잘하라고 눈빛 보내주면서  너무 아름답게 화음을 불러주시니까 거기서 울컥하더라"라는 박보검의 고백은 많은 이들이 공감을 사기 충분했다. 그런가 하면 늘 투덜대지만 막상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박명수 또한 마찬가지였다. 
 
 JTBC 'My Name is 가브리엘'
ⓒ JTBC
 
갑작스럽게 생긴 부인과 딸과의 만남은 예능적 웃음을 선사했고 이 과정에서 진짜 가족들에 대한 속내와 미안함을 드러내며 진정성도 볼 수 있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관찰 예능의 특성상 이른바 '추임새'를 맞춰주는 스튜디오 패널의 역할이 작지만 필수적 요소로 활용되기 마련인데 다비치는 감탄사 나열 외엔 변변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한 출연자 2명의 촬영분이 교차 편집 없이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눠 소개되다 보니 본 방송 기준 2시간 이상의 방영시간을 감안하면 다소 지루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다음 주에는 해외 촬영 소재 예능에 있어선 가히 독보적인 나영석 PD의 신작 tvN <서진이네>와의 맞대결도 예상된다. 결이 다른 두 프로그램이라곤 하지만 예능적인 요소가 더욱 강조되는 나 PD표 작품의 특성을 감안하면, <가브리엘>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여부가 이 작품의 시리즈화 가능성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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