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넘는 인공지능 앞에 인간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권성권 2024. 6.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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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장병탁의 선을 넘는 인공지능> 을 읽고

[권성권 기자]

2016년 인공지능이 전 세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이벤트가 열렸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경기가 그것이다. 그전까지는 컴퓨터가 아무리 발전해도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의 수를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기면서 인공지능에게 무한대의 길이 열렸다. 인간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게 됐다.

물론 공학적인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이세돌이 이겼다고 말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세돌이 소모한 전력은 20와트 정도로 측정된다면 인공지능 알파고는 무려 250킬로와트의 전력을 소모했다는 게 그것이다. 그것은 ChatGPT를 활용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듯 인공지능은 인간의 두뇌를 무한대로 넘어서고 있다. 더욱이 인간이 사용하는 전력양도 훨씬 많이 소모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인간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고 기후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자칫 인간은 인공지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겠냐고, 인공지능을 쓰면 쓸수록 지금보다 엄청난 기상이변에 노출되지 않겠냐고 걱정을 한다.
 
"식물들의 자각 능력을 보면 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식물들은 눈이 없지만 빛을 보고, 코가 업지만 냄새를 맡아요. 기관 없는 지각, 기관 없는 식별이 발생하는 거죠. 이는 어떤 자극에 대한 분자적 반응이 지각이라는 미시적 개념이 없다면 이해할 수 없죠. 중요한 건 인식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어떤 자극에 대한 특정적 반응입니다."(96쪽)
 
이는 <이진경 장병탁의 선을 넘는 인공지능>에 나오는 내용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에게 인공적인 신경전달물질이나 신경반응을 줄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신체까지 줄 수 있다면, 스스로의 자극을 통해 자기 주도권을 실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시각과 청각은 발달했을지 몰라도 후각과 미각은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라고 한다.
 
▲ 책겉표지 〈이진경 장병탁의 선을 넘는 인공지능
ⓒ 김영사
 
이 책은 김재아가 국내 최고 AI귄위자 장병탁 교수와 파격적인 사유의 철학자 이진경과의 대담을 녹취해 펴낸 것이다. 김재아는 AI 소설을 쓰고자 2년간 인공지능 책을 읽고 여러 강연을 찾아다닌 끝에 두 사람을 만났고 1년 6개월에 걸쳐 15차례 대담을 진행했단다.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지능·인지·감각·지각·감정·의식·자아·의지·이해 등의 사유로 확장하며 '신체기반 인공지능'의 필요성까지 나누게 되었단다.
 
"가상이든 현실이든 독자적인 신체성을 갖고 이를 유지하려는 것을 목적함수로 갖지 못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사랑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사랑하는 것처럼 흉내 내게 할 수는 있겠지만, '식별 불가능한 흉내의 어려움'이란 문턱에 다시 걸릴 거예요. 또 하나, 인공지능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할 때, 다른 문제도 있을 거 같아요. 사랑하던 인간을 사랑하지 않게 될 때 혹은 사랑하는 인간이 자기를 버렸을 때, 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요."(178쪽)
 
인공지능에게 사랑이 가능한 로봇이나 사랑할 줄 아는 로봇을 만들 때 예측할 수 있는 문제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 대담을 읽기 전에는 더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와서 인간과 수준 높은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미우새'에 나온 김승수가 인공지능 로봇 쪼꼬미와 하는 대화를 통해서 생각한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와 감정까지 뛰어넘다 보면 인간에게 버림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처음 하게 됐다. 노령층에게 필요한 인공지능 로봇도 딱 그 수준이면 족할 것 같다.
 
"다만 바둑을 두는 데 작은 발전소 용량의 전기를 쓰는 길이라면, 자원의 고갈이나 기후위기 등을 고려할 때 미래는 생각보다 밝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지만요. … 맞아요. 그래서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예요."(184쪽)
 
인공지능은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뛰어넘어 연산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그만큼 자원이 고갈되고 기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인공지능의 특이점'이 온다면 아마도 '자원소모량의 비약적 상승의 때'이지 않겠냐고 내다본다. 이런저런 협약을 맺던 1990년대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말이다.

사실 과학자도 아니고 철학자도 아닌 내가 가장 궁금해한 것은 앞으로의 직업이다. 인공지능이 로봇과 연결되고 인공적인 신경전달물질을 전달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인간의 일자리는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어느 시대든 새로운 게 생겨나면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는 것을 전제로 말한다.

물론 인공지능 시대에는 정말로 남다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마디로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게 그것이다. 판사도 AI가 유사 판례들을 검색하고 조사하는 일은 사람보다 앞서지만 AI가 단독으로 판결하는 것보다 인간과 협력을 할 때 모두가 공감할 만한 판결을 도출했다고 한다.

콜센터 업무도 기본적인 것은 AI가 맡지만 섬세한 심리는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다고 한다. 이진경 교수도 ChatGPT에게 소설을 쓰게 했지만 기존의 문장과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들도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대체 불가한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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