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女 국방장관하는 느낌"…워킹맘 씁쓸했던 尹 저출생 회의
“20대 여성이 국방부 장관을 한다면 남성들이 공감할 수 있겠나. 그런 비슷한 느낌 아닐까 싶다.”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 뉴스를 봤다는 한 40대 워킹맘이 전한 말이다. 이 여성은 “뉴스에 나온 사진을 보니 회의장에 검정색 양복을 입은 중년 남성들만 가득했다”며 “그분들이 일·가정 양립에 얼마나 고민을 해보셨을지 솔직히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맘카페에도 회의 뒤 “공감가는 정책이 없었다. 뭔가 좀 혹해서 아이를 한 명 더 낳아볼까 이렇게 생각할만한 내용이 없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19일 경기도 판교 HD현대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저고위 회의를 주재했다. 일·가정 양립과 양육 및 주거를 저출생 해결의 3대 분야로 제시하며 육아 휴직 급여 및 남성 출산 휴가 확대, 출산 가구 특별공급 청약 기회 추가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앞선 워킹맘의 말처럼 회의 현장에서 이런 윤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받아적는 정부 고위직은 모두 1960년대생 남성들이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해 이날 모습을 드러낸 정부 부처 장관들은 모두 남성이었고, 대통령실 참모들과 경제계 및 지자체 출신 인사 중에서도 여성을 찾기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민간 분야에서 맞벌이 워킹맘이 소수 참석했는데 초대 손님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남초 인사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또다른 50대 초반 워킹맘은 윤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내놓은 정책들에 대해 “변죽을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 워킹맘은 “여성들은 아이를 낳은 뒤 직장 내에서 차별과 불합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본질적 두려움을 갖고 있고 실제 현실이기도 하다”며 “저출생을 국가 재난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이 여성 인재 발탁에 인색한 것은 아니냐”고 되물었다.
현재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는 국가안보실 1·2차장을 포함해 모두 남성이다. 비서관급도 구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이 회의 전 HD현대 어린이집을 찾은 걸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한 30대 워킹맘도 통화에서 "대기업 어린이집을 누리는 직장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가장 보통의 흔한 어린이집을 가는 건 어땠을까 싶다”고 아쉬워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저출생수석 신설을 지시하며 “저출생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한 분을 모셔오라”는 당부를 전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윤 대통령과 윤 대통령의 동생 윤신원씨를 키우며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다 교수직을 포기했던 모친 최성자 전 이화여대 교수를 언급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고위 회의에서 저출생의 어려움을 몸소 체감한 참석자가 많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인터뷰에 응한 워킹맘들의 공통된 평가였다.
대통령실은 최근 저출생 수석 후보군을 한 자릿수로 압축하고 검증을 진행 중이다. 워킹맘을 중심으로 후보군을 물색했다는데 아직 최종 후보자가 낙점되진 않았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여권 관계자는 “후보군을 넓혀 추천을 더 받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석 경력을 고려할 때 워킹맘 인선이 어렵다”며 말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최선의 인선을 위해 후보군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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