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황인범의 특별한 시즌 ② 대표팀의 혼란과 파행운영, 선수의 시각은?

김정용 기자 2024. 6.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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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범(츠르베나즈베즈다).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황인범의 여름은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세르비아 리그 MVP를 수상한 황인범은 츠르베다즈베즈다와 바이아웃 조항이 있어 여러 빅 리그 팀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시즌 어느 팀에서 뛰게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한동안 안정적이었던 국가대표팀 상황도 올해 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부터 요동치고 있다. 황인범에게 이적시장과 대표팀의 상황 등 미래에 대해 물었다.


- 맨체스터시티전 득점 이야기를 했는데요(1편 참고). 그런 경기를 치르고 나면 연락이 많이 오나요? 지인들의 축하는 당연히 많을 거고, 생전 처음 보는 해외 에이전트가 '나랑 일 하나 하자'라면서 전화를 걸어온다든지.


유독 몰렸던 건 아니고, 평소에 가끔 옵니다. 특히 아랍 쪽에서 연락을 주세요. 튀르키예도 있고 가끔 이탈리아, 독일에서도 와요. 제 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어요. 전부 에이전트에게 넘기는 걸로 대응합니다. DM(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의 개인 메시지)이요? DM도 오죠. 가끔 아랍식 흰 정장 입은 프로필 사진에서 오기도 하고, 큰 에이전시의 직원이라는 분도 있고요.


- 이적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희 후배기자 한 명이 이런 말을 전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올여름 이적할 팀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겠지만, 제발 축구팬과 기자들이 중계를 볼 수 있는 리그로 가 달라"라고요.


감사한 말씀이죠. 시즌 끝날 때마다 더 좋은 리그로 가라는 이야기를 듣는 건 제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인정해주시는 거니까요. 이번 대표팀 소집 때도 이적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요. 그런데 올림피아코스에서 나올 때,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시겠지만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로 에이전트를 교체하게 됐거든요. 그때부터 실질적으로 도와주신 에이전트들과 지금 함께 하고 있는데,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에서 교체했던 거죠. 사실 올림피아코스 때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조급하게 굴었던 면도 있고 그러다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바꾼 에이전트들을 믿고 일을 맡기려 해요. 그리고 저는 즈베즈다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마인드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예요. 일단 제 축구 인생을 살려줬다고 해도 될 정도로 고마운 팀이고요. 올림피아코스에서 위기에 처한 저를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써서 영입해 줬고 여기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해 줬죠. 그래서 전 남아도 된다 생각하고 운동에 전념하려고요.


- 방금 이야기를 정리해 보면, 본인은 선수의 본분에 맞게 현 소속팀에서 운동에 전념할 것이고, 이적에 대한 건 에이전트에게 일임한다는 말씀이죠? 즈베즈다도 인범 선수의 이적을 반대하는 건 아닌데다 바이아웃 조항도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운동에 전념할 겁니다.


- 1년간 지내 본 세르비아는 후배들에게 추천할 만한가요? 라이벌 파르티잔에서 우승을 다퉜던 고영준 선수, 노비파자르에서 임대 생활을 한 조진호 선수(원소속팀 페네르바체), 추카리츠키로 임대 왔던 유지운 선수(원소속팀 대구) 등 지난 시즌 한국인이 유독 많았습니다.


지운이는 데뷔를 못해서 아쉽죠. 그 친구들과 같이 밥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어요. 사실 열악하다면 열악한 곳이에요. 세르비아가 재정적으로 좋은 리그는 아니잖아요. 중하위권 팀들은 물론이고, 파르티잔조차 즈베즈다에 비하면 좀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돈이 있어도 인프라 개선을 못할 때가 있어요. 팬들이 낡은 경기장이 좋다고 리모델링을 극구반대한다고 합니다. 다른 팀보다 즈베즈다부터 이야기해본다면, 전 즈베즈다 이적은 베스트라고 생각해요. 제가 성장한 것처럼 어린 선수라면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죠.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유럽의 더 많은 팀에서 관심을 받을 수 있고요. K리그에서 똑같은 활약을 하는 것에 비해 훨씬 관심 받기 쉬워요. 다른 팀 선수들도 도전한 걸 후회하진 않더라고요. 지운이는 정 힘들면 조기복귀할 수도 있을 텐데,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훈련하며 배운 게 많다고 기간은 다 채우고 싶다고 했어요.


- 유지운 선수는 대구에서 1년 기한으로 임대된 뒤 그중 절반을 보냈죠.


그 모습을 보면서 한국 후배들의 도전이 멋지고, 그들이 더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그들의 도전은 각자의 꿈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축구팬들의 유럽에 많이 나가라는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전 선수들이 선택을 내릴 때 어느 정도는 한국축구의 발전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전하는 선수들이 더 '리스펙트(존중)'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종종 중동이나 동아시아에 가는 선수를 비난하고 유럽 도전을 당연시하는 의견도 보는데, 그쪽을 비난하는 게 아니라 유럽에 나와 발버둥치는 선수들에게 더 리스펙트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 시즌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있는 메가 이벤트가 카타르 아시안컵입니다. 아시안컵을 보면서 제가 줄곧 느꼈고 기사로도 썼던 건 황인범에게 과부하가 걸리는 전술이었다는 것입니다.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경기를 시작하지만 공격형 미드필더에 가깝게 전진해서 측면에 붙어주지 않으면 한국의 숏패스가 순환되질 않았어요. 게다가 황인범이 전진하지 않으면 필드골이 아예 안 나올 정도였습니다(한국의 대회 득점 11골 중 필드골은 4골이었고 황인범은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자책골 유도도 1회 있었다).


아시안컵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스럽고, 일단 결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팬들이 원하는 목표도, 저희의 목표도 우승이었잖아요. 4강에서 탈락했는데 결과도 과정도 많이 힘들었던 대회였어요. 그리고 아마 시청자들에게도 느껴지셨을 텐데 저희 몸이 많이 무거웠어요. 제가 대회 초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갈수록 몸 상태가 좋아지는 사이클로 훈련했다고. 그런데 이제 와서 말씀드리지만 몸이 좋아지지 않고 끝까지 무거웠어요. 심지어 나중에는 워밍업부터 종아리가 말을 안 듣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 경기 시작하기도 전인데 근육이 뭉쳐있는 느낌이었나요?


약간 비슷해요. 정확한 이유는 저도 모르겠어요. 저처럼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시즌 도중 합류한 건데도 고작 몇 주 전 소속팀에 있을 때와 몸 상태가 다르더라고요. 근데 그런 컨디션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클린스만) 감독님이 제게 원하신 역할이 있었죠. (박)용우 형이 홀딩에 있고 저나 (이)재성이 형, (손)흥민이 형이 하프스페이스의 포켓에 있길 원하셨어요. 파울루 벤투 감독님 때보다 제가 훨씬 올라가 있었죠. 그러면 수비수와 용우 형은 어려움을 토로해요. 공을 줄 곳이 없다고요. 제 입장에서는 용우 형을 도와주러 가야 될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공격도 서포트해야 되고, 딜레마가 있었죠. 결국 효율적으로 뛰지 못했던 것 같아요.


황인범(츠르베나즈베즈다). 서형권 기자
황인범(츠르베나즈베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인범. 서형권 기자

- 효율이 떨어지면 괜히 전력질주 거리만 늘어나고, 체력은 더 소진되는 악순환이 반복됐겠네요.


저희는 어쨌든 결과로 말하는 직업이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아쉬워요. 아시안컵 끝나고 나서 축구 인생 처음으로 소위 '현타'가 왔어요. 결과도 이런데 그 뒤에 많은 말이 오가고 대표팀이 흔들리는 걸 봤죠. 많은 선수들이 3월 대표팀 소집 때 두려웠을 거예요. 경기장에서 우릴 보는 시선이 어떨지, 인터뷰에서는 뭐라고 해야 되는지.


- 벤투 감독이 떠났던 2022년 말 인범 선수가 남긴 코멘트가 있어서 가져와 봤습니다. "어떤 감독님을 원하는지 내가 이야기할 입장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원하는 건 4년을 끌고 갈 수 있는 감독님이면 좋겠다." 그런데 단 한 가지 바람이 이미 깨졌습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질됐고요. 임시감독 두 명 황선홍, 김도훈 감독은 최선을 다해주긴 했지만 애초에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팀을 맡은 거죠.


임시감독 두 번을 다른 감독님이 하셨잖아요. 임시 감독이 오실 수 있고, 정식감독 선임이 늦어지면 여러 번 지휘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소집 때마다 한 분씩 하신다는 건, 저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임시라도 한 분이 끌고 가시는 게 맞죠. 대표팀은 소집될 때마다 하루 훈련하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데 감독님이 계속 바뀌면 그분들의 새로운 전술과 철학에 매번 맞추는 게 쉽지 않거든요. 당연히 9월 전에는 새 감독님이 선임되실 거라고 믿고 있고요. 흥민이 형도 새 감독님이 오실 거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요. 김도훈 감독님 스스로 임시는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시기도 했고요. 그리고 황선홍 감독님과 김도훈 감독님은 축구팬들이 아쉬운 부분도 있으실 테고 실제 비난이 있었던 걸로 알지만 그래도 박수를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조심스런 생각입니다. 거대한 압박감 속에서 그걸 맡아 하셨다는 것 자체로요. 용기를 내 주셔서 대표팀 선수로서 정말 감사하고요. 다음 감독님은 누가 되시든 한국 축구에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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