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성심당 말고 이것도 있어요"…대덕연구단지 이색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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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지역 빵집 성심당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앞다퉈 성심당을 이용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전국의 특구 내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특구재단 주차장에 인근 성심당 DCC(대전컨벤션센터) 점을 찾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회차를 안내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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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지역 빵집 성심당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도 앞다퉈 성심당을 이용한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22일 대덕연구단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원(KAIST) 브랜드숍은 최근 성심당의 대표 상품인 튀김소보로를 들고 있는 넙죽이 키홀더 신상품을 출시했다. 넙죽이 캐릭터는 타원형 얼굴에 무표정한 눈빛을 가진 KAIST의 대표 마스코트다. 상품 설명에는 'KAIST 본원이 위치한 대전은 사실 성심당으로도 유명하다'며 '빵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손님들이 늘어선 줄도 끝이 없는데 우리 넙죽이는 운이 좋게도 빵을 들고 있다'고 돼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3일 공식 유튜브에 '대전에는 성심당 말고 지질박물관도 있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올렸다. 대전 시내 전경 사진을 배경으로 고양이 두 마리를 합성한 뒤 최근 유행하는 고양이 밈을 이용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제작했다.
노란색 털 무늬 고양이가 "이번에 대전 여행 가셨다면서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라고 묻자 진갈색 털 무늬 고양이가 "성심당하고…성심당 부띠끄…성심당 DCC…"라고 답한다. 노란색 고양이가 펀치를 날리며 응징하는 장면으로 끝나는 이 유튜브는 게시 일주일 만에 조회수 1천회를 넘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국립중앙과학관장으로 임용된 권석민 관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성심당을 넘어서는 대전의 대표 명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과학관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는 대전은 전통적으로 '과학도시'로 자리매김해왔지만, 최근에는 '성심당 대전시'라 불릴 정도로 성심당이 도시 브랜드를 압도하다 보니 이를 활용한 홍보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깨고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본래의 기관 목적이 전도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생긴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전국의 특구 내 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이지만, 특구재단 주차장에 인근 성심당 DCC(대전컨벤션센터) 점을 찾은 고객들이 몰리면서 회차를 안내하는 일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 입구에 주차 차단기를 설치하는 한편 성심당 DCC점 주차장 위치를 안내하는 현판을 세웠다.
성심당이 대전의 도시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지만, 역설적으로 대전은 성심당밖에 없는 '노잼도시'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전세종연구원 주혜진 책임연구위원의 저서 '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내비게이션 데이터 분석 결과 사람들이 대전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장소는 성심당 본관(41만 2364건)으로 나타났다. 대전오월드가 35만 4567건으로 뒤를 이었으며 성심당 DCC점이 24만574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주 연구위원은 "대전 방문의 해를 맞은 2019년부터 '지인이 대전에 온다는데 어떡하지' 알고리즘이 확산하면서 노잼도시가 강력한 밈이 됐다"며 "성심당 빵과 칼국수만 먹고 떠나는 대전에 머물지 않으려면 지역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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