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텍스트의 만남 [‘힙’=인스타 매거진①]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정보 소비 방식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우리는 이제 종이 잡지를 대신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를 습득하는 시대를 맞이 한지 오래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급성장으로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콘텐츠는 ‘빠른 소비’와 ‘즉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환경이 됐다.
이에 시각 콘텐츠인 영상과 사진은 텍스트 중심의 전통적 매체를 밀어냈다. 그러나 모든 콘텐츠의 기본은 글이 된다. 중심이 옮겨졌을 뿐 글이 갖는 영향력은 여전하다. 그러다보니 ‘글+영상‧사진’의 ‘영상‧사진+글’의 상황을 바꾸고, 변칙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 속에 탄생한 것이 ‘인스타 매거진’이다. 영상과 사진이 주 콘텐츠였던 인스타그램에서 시각적인 콘텐츠와 시너지를 낸 ‘글’이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인스타 매거진은 이미지와 영상을 동반한 비주얼을 강조한 글로 제품을 홍보하거나 자신의 취향을 많은 사람과 나누는 역할을 한다. 콘텐츠 생산자와 구독자의 소통이 손쉽다는 점에서 인스타그램의 특장점인 '소통'을 필두로 한 ‘쌍방형 미디어’라는 점이 특징이다. 인스타그램 검색 탭에서 '인스타 매거진'을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업로드되어 있다.
인스타 매거진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이하 MZ) 타깃으로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로, 전통적인 미디어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요한 것을 수월하게 얻어왔다.
인스타 매거진은 기업, 지자체부, 개인 등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인스타 매거진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매거진들은 사람들이 점점 자신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선호하게 된 개인화된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에 맞춰 특정 관심사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구독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인스타 매거진은 명확하고 선명한 기준을 가진 개인이 운영하는 매체로 운영자의 취향과 관점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친밀하고 세심하게 구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인스타 매거진을 즐겨 있는 20대 A씨는 "인스타 1인 매거진은 음악, 영화, 패션, 트렌드, 문학 등 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아닌, 운영자의 독특한 관점과 큐레이션을 통해 문화 콘텐츠를 접하고 식견을 넓힐 기회를 준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기업 매거진은 제품 홍보, 행사 홍보 등이 주를 이루는데 이건 은밀하게 개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고, 공감 간 콘텐츠는 나의 취향에 반영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영상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MZ 세대가 텍스트를 ‘힙’하다고 여기는 인식도 인스타 매거진의 부흥을 키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18일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지난해 책을 읽은 인원은 43%로,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독서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 종합 독서율(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등 포함, 교과서·참고서·수험서 제외)은 43%로 2021년 47.5%에 비해 4.5%p 하락했다. 매체별로는 종이책은 40.7%에서 32.3%, 오디오북은 4.5%에서 3.7%로 각각 감소한 반면, 전자책은 19%에서 19.4%로 소폭 상승했다. 연간으로 치환하면 3.9권, 2년 전에 비해 0.6권 줄어든 결과다. 독서자들의 독서를 가장 크게 방해하는 요인은 부족한 시간과 책 이외의 매체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MZ세대를 중심으로 문해력 논란으로 독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등 텍스트 중심 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며 텍스트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상승했다. 이에 독서를 취미로 하는 트렌드가 급부상하며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인스타 1인 매거진은 이러한 흐름과 잘 맞물리며, 텍스트 힙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안성맞춤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현대시를 소개하고 있는 포엠 매거진 운영자는 "대한민국 성인 절반 이상이 1년에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최근 쇼츠와 다양한 도파민 대체제가 등장하면서 더 심해졌다. 이런 현상이 자연스레 독서에 '힙' 성향을 부여한 것이다. 아무도 읽지 않으니, 오히려 읽는 게 멋져 보이는 거예요. 일종의 카운터 트렌드인 셈"이라고 전했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콘텐츠 창구로서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인스타 매거진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텍스트의 가치와 매력을 재발견하게 하며,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문화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심' 한동훈 56.3% 유승민 9.0%…'민심' 한동훈 28.8% 유승민 28.7% [데일리안 여론조사]
- "강간범 안 자르냐" 주주들 분노에 밀양 가해자 결국
- "68세 아버지가 맞고 오셨습니다" 처참한 몰골 된 피범벅 택시기사
- 껴안고 엉덩이 '주물럭'…女외노자들만 노린 50대 공장장
- 국민 48.5% "민주당 차기 대표, 새로운 인물이" [데일리안 여론조사]
- 국민의힘, '특별감찰관 추천' 당론 추진…'김건희 특검법'은 재의요구 건의
- 한동훈, 당원게시판 논란에 첫 입장…"분열 조장할 필요 없다"
- 김혜경 벌금 150만원 선고…"범행 부인하고 책임 전가"
- ‘민희진 플랜’대로 흘러가나…뉴진스, 어도어에 내용증명 초강수 [D:이슈]
- ‘불공정위원회’ 이기흥 회장, 직무정지 카드 받고도 승인...정몽규 회장도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