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탄쿠르, 징계한다니 똥줄탔나...SNS에 손흥민 인종차별 또 사과문 게재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두 번째 사과문을 업로드했다.
이번에는 24시간 뒤 사라지는 사과문이 아닌, 자신이 직접 삭제해야 사라지는 게시글에 사과문을 썼다.
벤탄쿠르는 22일(이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주일 전 손흥민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한 본인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난 내가 손흥민과 다른 사람들에 대해 언급한 뒤 모든 팬들, 팔로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난 손흥민을 언급했고 논리적으로 우리의 깊은 관계를 감안한 손흥민은 이것이 불운한 오해라고 이해한다. 모든 것들은 내 친구 손흥민과 명확히 했고 해결했다"라고 했다.
계속해서 "누군가 미디어에서 내가 했던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꼈다면 난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또 여러분들이 내가 절대 다른 누군가를 언급한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주기를 바란다. 단지 손흥민만 언급했고 누군가를 직접 언급하려는 의도가 절대 없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우루과이 출신 미드필더인 벤탄쿠르는 앞서 자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우루과이 방송 프로그램인 '포르 라 카미세타(Por la Camisaeta)'에 출연해 진행자와 나눈 짧은 대화가 화근이었다.
당시 프로그램 진행자가 벤탄쿠르에게 한국 선수의 유니폼을 부탁하자 벤탄쿠르는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의 유니폼을 원하는 것인지 되물었고, 진행자는 세계 챔피언의 유니폼을 줘도 괜찮다고 했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아니면 쏘니 사촌의 유니폼은 어떤가? 어차피 그 사람들은 모두 다 똑같이 생겼다"라며 웃었다. 아시아인들의 외모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뉘앙스가 담긴 멘트였다.
벤탄쿠르의 발언은 곧바로 논란이 됐고, 이를 인지한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벤탄쿠르는 자신의 말이 '나쁜 농담'이었다면서 손흥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그러나 벤탄쿠르의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벤탄쿠르는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 그리고 인스타그램의 기능 중 스토리 기능을 사용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스토리 기능은 사용자가 지우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 않는 게시글과 달리 24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기록에 보관되기는 하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사용자 본인밖에 없다.
때문에 24시간이 지나면 벤탄쿠르의 사과문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일각에서는 벤탄쿠르의 진정성을 의심했다. 또한 벤탄쿠르는 자신의 사과문에 손흥민의 애칭인 '쏘니(Sonny)'를 일본 전자제품 브랜드 '소니(Sony)'로 적어 추가 논란을 자초했다.
일부 우루과이 팬들은 벤탄쿠르의 발언에 나쁜 의도가 전혀 없었고, 우루과이에서 이 정도는 농담에 불과하다면서 벤탄쿠르를 두둔했다. 그러나 이는 팬들의 분노를 키울 뿐이었다.
영국 '풋볼 런던'에서 활동하는 토트넘 전담 기자 알레스데어 골드는 이를 두고 "정말 멍청한 발언이다. 악의적이거나 비하하는 의도는 없었겠지만, 벤탄쿠르의 발언만 두고 보면 인종차별적으로 들린다"라며 의견을 보탰다.
더 큰 문제는 토트넘의 태도였다. 벤탄쿠르의 손흥민 인종차별 논란이 터지고 며칠이 지나도록 토트넘은 침묵하며 사태를 방관했다. 과거 시즌 중 크리스털 팰리스 팬이 손흥민을 향해 눈을 찣는 제스처를 보이자 PL 사무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토트넘은 자신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을 비할 수 없었다.
토트넘보다 먼저 이번 사태에 관심을 보인 건 인권단체인 '킥 잇 아웃(Kick It Out)'이었다.
PL과 함께 영국 축구계 인종차별 철퇴를 외치고 있는 '킥 잇 아웃'은 20일 공식 SNS를 통해 벤탄쿠르의 사과와는 별개로 이번 문제가 동아시아를 비롯한 더 넓은 범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상당한 수의 제보들을 토트넘 구단과 관련 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인 손흥민도 입을 열었다. 인종차별이 터지고 약 5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손흥민은 절친의 실수를 감쌌다.
손흥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통해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고, 사과를 받았다며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썼다. 그리고 프리시즌에 벤탄쿠르를 다시 만나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면서 벤탄쿠르의 실수를 감싸안았다.
손흥민의 입장문이 올라오자 마침내 토트넘도 움직였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입장문 내용을 공유한 뒤 이 문제를 두고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또한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 선수들에게 다양성과 평등에 관한 추가 교육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용서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안은 꽤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영국 '타임즈'에 따르면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벤탄쿠르 출전 정지 징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트넘에서는 자체적으로 징계를 내리는 걸 꺼려했지만, FA가 나서서 벤탄쿠르에게 징계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FA는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에게 징계를 내린 전례가 있다.
시기상 징계 가능성이 거론되자 벤탄쿠르가 부랴부랴 추가로 사과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앞서 24시간 만에 지워지는 반쪽짜리 사과문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벤탄쿠르는 징계 가능성이 대두되자 이번에는 지워지지 않는 게시글을 써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사진=연합뉴스, 벤탄쿠르 SNS, 손흥민 SNS, 킥 잇 아웃 SNS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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