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자신의 페이지로 만들어가는 삼성 김헌곤

김효경 2024. 6. 2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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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외야수 김헌곤. 사진 삼성 라이온즈

끝이라 생각했지만, 주어진 기회를 단단히 붙잡았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36)이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 시즌 삼성은 확 달라진 타선을 앞세워 3년 만의 가을 야구를 향해 질주중이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다시 2위 자리까지 치고올라갔다. 특히 외야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10개 구단 외야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스탯티즈 기준) 1위가 삼성(8.51)이다. 호세 피렐라란 좋은 외국인 선수가 있었음에도 7위였던 지난 시즌과 대조적이다. 구자욱, 김지찬, 이성규, 김헌곤의 활약 덕분이다.

특히 김헌곤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21일 현재 56경기에 출전, 타율 0.310(129타수 40안타) 6홈런 19타점 23득점 OPS(장타율+출루율) 0.860를 기록중이다. 허리 통증으로 보름 정도 쉬었지만, 복귀 이후 6경기에서 18타수 5안타를 기록하며 건재를 입증했다. 16일과 18일에 걸쳐 연타석 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무려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팬들도 김헌곤의 활약을 반기며 '대(大)헌곤'이란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 사진 삼성 라이온즈

김헌곤은 "(TV로)중계를 보면서 경기장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 결과가 나왔다"면서도 "올라오자마자 3연패해서 편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19일에 이겨서 좋았다"고 했다. 최근 3시즌 동안 김헌곤은 1·2번으로 나섰을 때 타율 0.333을 기록했다. 그는 "1번 타자로 나서도 특별한 건 없다. 제일 먼저 나가는 타자니까 '한 번 더 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만 한다"고 했다.

김헌곤은 2011년 삼성에 입단해 꾸준히 뛰었다. 2017년부터는 주전급으로 발돋움했고, 준수한 타격과 주력, 수비력을 선보였다. 성실하고 팀원들의 신망을 받는 '팀 플레이어'였다. 그러나 지난 2시즌 동안 삼성 팬들에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선수가 김헌곤이었다.2022년에는 43타석 연속 무안타를 기록하기도 했고, 지난해엔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다.

자칫 팀을 떠날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김헌곤은 "선수도 구단에서 고용된 직원이다. 그런데 지난해엔 한 게 없더라. 야구를 못 할 뻔 했는데 기회를 주셨다. 프로는 냉정하다. 못하면 옷 벗는게 당연한데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니폼 입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유난히 든 한 해였다"고 돌이켰다.

삼성 외야수 김헌곤. 사진 삼성 라이온즈

그러나 그 순간을 이겨냈고, 거짓말처럼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김헌곤은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예전엔 공을 치고 나서도 신경을 썼다. 왜 잡혔을까 하는 아쉬움에 사로잡혔는데 그건 내가 어쩔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잘 된다고 너무 들뜨지 않고 운이 좋은 것이라고 여긴다"고 했다.

김헌곤은 이제 욕심이 없다. 오로지 팀이 잘 되야 한다는 생각만 한다. 삼성 후배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자주 상의하는 선수가 바로 김헌곤이다. 김헌곤 자신도 백정현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발전의 토대로 삼았다. 이런 분위기가 삼성의 반등으로 이어졌다.

최근 삼성은 이재현, 김영웅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에 힘을 얻고 있다. 김헌곤은 "진짜 대단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내가 저 친구들 나이일 때 (대학에서)선배들 빨래할 때인데"라고 미소지으며 "옆에서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 밖에 안 든다"며 "힘들어하는 선수들 보면 '그냥 내가 저랬구나' 싶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 주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삼성 주장 구자욱(왼쪽)과 김헌곤. 사진 삼성 라이온즈


그런 김헌곤이기에 주장으로서 팀을 잘 만들어가는 구자욱의 모습이 대견하다. 김헌곤은 "까까머리 어릴 적부터 봤다.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으며 "자욱이가 정말 열심히 한다. 저도 짧게나마 주장을 해봤지만 신경 쓸 일이 정말 많다. 정말 대견하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어려움을 겪었던 김헌곤이기에 목표 역시 소박하다. 김헌곤은 "이번에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갔을 때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아프지 않고 시즌 끝까지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등장음악처럼 2024년을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김헌곤다운 대답이었다.

대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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