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눈물과 유명인 가족 [하재근의 이슈분석]
애틋한 부녀관계로 유명했던 박세리가 사실은 아버지 문제로 고통 받아왔다는 점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박세리희망재단이 박세리의 아버지를 고소하면서 불거진 사건이다. 새만금 관광단지 개발 사업안에 국제골프학교가 있는데 박세리의 아버지가 여기에 의향서를 냈다는 것이다. 박세리희망재단은 그런 학교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박세리의 아버지가 재단 도장을 위조해 일방적으로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이미 경찰이 수사를 거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재단 측은 처음엔 박세리 부녀관계와 상관없이 재단이 고소했다고 하면서 박세리가 이번 일에 연루되는 걸 경계하는 듯했다. 하지만 박세리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고, 거기에서 아버지 고소를 본인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딸이 아버지를 고소하게 된 기막힌 사연이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박세리는 절절하게 털어놨다. 골프 선수로 활동할 때까지는 아버지의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은퇴 후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알게 됐다고 했다. 아버지의 채무 문제가 연속적으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하나의 채무를 해결하면 마치 줄을 선 것처럼 다음 채무의 차례가 됐다고 했다.
박세리는 가족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빚을 계속 갚아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박세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고 그래서 결국 기자회견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박세리 측의 주장을 근거로 추정해보면, 오랫동안 박세리가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는 방식으로 부녀관계가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굳어진 관계를 수정하려면 말 몇 마디 가지고는 안 되기 때문에 박세리가 고소와 기자회견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 같다.
이 상황을 방치했다가는 박세리의 꿈이 담긴 희망재단의 꿈나무 육성 사업마저 피해를 당할 수 있고, 재정적으로도 심각한 처지까지 몰릴 수 있다는 점이 박세리에게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게 했을 것이다.
바로 그래서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이제부턴 아버지의 채무를 책임지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언했다. 이건 아버지를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모든 국민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앞으론 아버지에게 받을 돈을 자신에게 요구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고, 혹시 아버지가 박세리 이름을 내걸면서 투자를 요구하거나 돈을 빌려도 거기에 응하지 말라는 말이기도 하다.
유명인은 일반인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한다. 특히 박세리는 돈독한 부녀관계로 유명했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깨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를 고소하고 직접 기자회견까지 한 것을 보면 이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지경까지 내몰린 것 같다.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 성공한 유명인이 가족 때문에 금전적으로 고통 받는 일들이 매우 많다. 가수 장윤정은 "내가 지금까지 번 돈은 모두 어머니가 날렸다. 어느 날 은행에서 연락이 와 찾아가 보니 은행 계좌 잔고에 마이너스 10억 원이 찍혀 있었다"라며 어머니와 큰 분쟁을 겪었고, 박수홍도 지금 송사를 겪고 있다. 안정환의 사례도 유명하다. 이렇게 널리 알려진 사례 말고도 가족 관련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한 연예인들이 부지기수다. 가족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대응하지 않아서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을 뿐이다.
이번 박세리 관련 사건으로 유명인 가족 이슈가 불거지자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씨가 했던 말이 새삼 화제가 됐다. 지난 4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아들이 용돈은 주지 않느냐?”라고 묻자 손웅정 씨는 "자식 돈은 자식 돈, 내 돈은 내 돈, 자식 성공은 자식 성공, 내 성공만이 내 성공"이라며 "숟가락을 왜 얹느냐"고 했다. 또, "앞바라지하는 부모들이 자식이 잘됐을 때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바라지’는 자식을 무조건 부모가 원하는 성공으로만 다그치는 모습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손웅정식 표현이다.
이런 손웅정 씨의 말을 유명인 가족들이 유념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돈을 모두 가져다 쓸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은 보통 바빠서 돈 관리를 못하는데 가족이 관리해주면서 내 돈처럼 쓰다가, 나중에 유명인이 그걸 못하게 하면 부당하다고 느끼면서 거꾸로 유명인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라서 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그런 권리는 세상에 없다고 손웅정 씨가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박세리 아버지 관련 논란의 진실은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유명인 가족의 금전문제에 대해선 가족들이 확실하게 이 부분을 알아야 한다. 가족의 돈을 쓸 권리라는 건 없다는 것 말이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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