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0%가 ‘법카 장사’…기업 빗장에 콧대 높던 골프장들 '삐끗'[법카골프]
상위 골프장 매출·고객수 꺾이기 시작
회원제 골프장 이용객 7.7% 감소
편집자주 - 기업 법인카드를 이용하는 '접대골프'가 코로나19 이후 골프산업의 황금기를 견인했지만 최근 기업들이 골프장 법인카드 결제를 제한하면서 골프산업이 위기에 놓였다.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골린이(골프+어린이)란 용어까지 생길 정도로 '골프열풍'이 불었지만 지금은 경기불안 속에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는 것. 실제로 2020년 접대비 한도 증액으로 법인카드 매출 성장의 최대 수혜를 입었던 골프장들은 지난해부터 내장객이 줄면서 경영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는 대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코로나19 이후 법인카드 매출 증대에 힘입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던 골프장들의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해외로 떠나는 골프 여행 인구 가 늘어난데다 경기 악화 우려로 대기업들이 앞다퉈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골프장들은 매출 3분의 1을 법인카드에 의존하고 있어 대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 자제 확산은 골프장 수익감소로 직결된다.
주요 매출 상위 골프장들의 지난해 실적이 감소했다. 코로나19 전후 4년 만에 실적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충주 대영베이스의 매출액은 622억원으로 전년 700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같은기간 제주 SK핀크스도 668억원에서 603억원으로, 경기 파주 서원밸리는 578억원에서 555억원,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는 616억원에서 604억원으로 매출이 각각 감소했다.
골프장 이용객수도 줄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 이용객은 4772만명으로 전년 5058만명 대비 5.7% 감소했다. 특히 법인들이 많이 보유한 회원제골프장 이용객 감소율이 7.7%로 대중형골프장의 감소율 4.6%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골프장의 법인카드 매출 비중이 2022년 말 기준 27.6%에 이른 상황에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골프장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제한 분위기가 확산되자 매출 타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던 대기업들은 올해 공식적으로 임직원들에게 골프장 출입 자제령을 내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3월부터 골프장 출입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롯데 지주사가 전체 계열사에 내려보낸 '근무 기본 가이드라인 준수'에 따르면, 임원들의 주중 골프장 출입을 제한하고 주말을 포함한 해외출장 일정을 되도록 삼가며 협력사와 관계유지 명목으로 과도한 친목 및 사교활동을 요구해선 안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부터 임원들을 대상으로 주 6일 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환율, 유가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경영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자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도 주 6일 근무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SK그룹도 4월부터 토요사장단 회의를 20년만에 부활시켰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은 개인적으로 골프를 치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지만 회사 비용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최소화 해야 한다고 방침을 전했다. 이마트도 경영난 심화 속에 필수적인 접대활동 이외 임원들의 골프장 이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LS도 일부 계열사에 골프 자제령을 내렸다. LS일렉트릭은 비용절감 목적으로 최근 일부 임원들의 골프회원권을 거둬들였다. 한화도 최근 임원들의 골프회원권을 축소하면서 제이드펠리스 회원권이 시장에 풀리기도 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필수적인 영업활동 외에 가급적 개인적 사유로 골프장에 가는 건 제한하는 분위기"라며 "법인카드 사용지침도 기존보다 강화됐다"고 전했다.
이렇게 기업들이 앞다퉈 접대골프 제한에 나서자 골프장 업계의 고민도 커졌다. 특히 지방 골프장의 경우 이미 경영악화를 빠르게 체감하고 있어 앞으로 골프인구가 줄까봐 노심초사다.
코로나19 특수가 컸던 제주도에서 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는 A 대표는 "평일에는 티타임을 채우기도 만만치 않다"며 "대회를 유치해 사용료를 받는 것이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골프장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만 이미 대중들에겐 골프장 비용이 비싸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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