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선풍기 화재 빈번…"여름철 냉방기구, 가동 전 점검·청소 필수"

김인희 2024. 6. 2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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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외기와 외벽 사이 먼지, 에어컨 화재 원인 주범…수시로 청소해야
무심코 선풍기 켜 놓은 채 외출하면 과열로 인한 화재 일어나기도
아파트 화재에선 무조건적인 외부 대피는 위험…상황에 따라 행동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10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인근 하교하던 학생들이 화재현장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구 사용이 늘고 있다. 하지만 사전 점검과 정비 없이 냉방기구를 무작정 가동하면 화재로 인한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전기와 소방 전문가들은 "여름철 화재 원인 상당수가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되고 있다"며 "사전 점검과 정비만 잘 해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21일 소방청에 따르면 2019∼2023년 아파트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한 계절은 여름이다.

이 5년간 아파트 화재는 총 1만4112건 발생했는데, 여름철(6∼8월) 화재가 4018건으로 28.5%를 차지해 3555건(25.2%)인 겨울철(12∼2월)보다 많았다.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한 화재가 3188건(45.7%)으로 가장 많기는 했지만 에어컨 등 기기에서 발생한 전기적 요인 화재 비중이 겨울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외기와 건물 외벽 사이에 끼게 되는 먼지는 실외기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작은 불꽃만 일어나도 불이 붙는 가연물로 작용하게 된다.

소방청 관계자는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실외기에서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며 "실외기 주변에 가연물을 놔두지 않고, 이물질이 발화 물질로 작용하지 않도록 청소하는 등 주기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실외기와 아파트 외벽 사이에 비둘기가 만든 둥지ⓒ비둘기 퇴치 전문업체 '반짝반짝 열매' 제공

한국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도심 곳곳에 서식하는 비둘기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실외기와 아파트 외벽 틈새는 길고양이 등 천적은 물론 비바람으로부터도 안전해 비둘기가 둥지를 짓는 경우가 많다"며 "여기에 새털과 나뭇가지가 쌓이면 실외기 통풍에 큰 장애가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둥지를 방치하면 화재 위험 뿐만 아니라 악취와 해충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새가 둥지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철망이나 플라스틱 가시 등 예방용품도 판매되고 있으니 적절히 설치하면 실외기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선풍기로 인한 화재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서큘레이터'라는 이름으로 집 안의 공기를 순환시키는 목적의 선풍기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기기들은 장시간 가동되는 경우가 많아 과열의 위험성도 높다. 그리고 선풍기는 소비전력량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잠시 외출할 때 작동을 정지시키는 것을 잊는 경우도 많은데 이 역시 화재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선풍기나 서큘레이터를 가동시킬 때는 가동할 때마다 타이머를 함께 동작시키는 것을 권장한다"며 "특히 야간에 수면을 취하면서 선풍기를 이용할 때는 타이머를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선풍기는 가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먼지가 쌓이고 내부 모터에 있는 윤활유가 사라지면서 마찰열이 많아져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며 "선풍기는 대부분 모터와 날개, 보호망 등으로 간단한 구조로 돼 있으니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전에 분해해서 먼지를 청소해주고 모터 회전부에 윤활유를 보충해주면 화재 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성능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컨을 가동하기 전에 실외기 주변을 청소해주면 화재위험을 줄이는 것은 물론 효율도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도 중요하다. 비교적 저층인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은 무조건 외부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고층인 아파트는 상황이 다르다.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불이 다른 곳으로 쉽게 번지기보다는 대부분 발화한 곳이나, 불이 난 층에서 연소가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2019∼2021년 '국가화재정보시스템' 통계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화재 시 '발화지점만 연소'하거나 '발화층만 연소'한 경우가 전체 98.2%를 차지했다. 다른 층으로 화재가 확대하는 경우는 1.4%로 매우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아파트에서는 불이 났다고 무조건 집 밖으로 대피에 나섰다가는 오히려 인명피해를 키울 수도 크다. 먼저 살고 있는 집에서 불이 났다면 집 안에 있는 사람에게 불이 난 사실을 알리고서 현관을 통한 대피가 가능한지, 현관 입구 등의 화재로 대피가 어려운지를 파악해야 한다.

현관을 통해 대피가 가능할 경우 연기를 피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엘리베이터 이용은 연기로 인한 질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아파트 내 다른 세대나 복도, 계단실 등 다른 곳에서 불이 났을 경우 화염·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는지 여부에 따라 대피 방법이 달라진다.

화염·연기가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면 밖으로 대피할 것이 아니라, 집안에서 대기하며 화재 상황을 주시한다.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닫고서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만약 다른 곳에서 난 화재로 화염·연기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경우 밖으로 대피가 가능하면 앞선 대피요령에 따라 밖으로 지상층이나 옥상으로 이동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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