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들도 면회…"삼성은 美약탈기업" 외친 무역전사 곧 출소 [후후월드]

서유진 2024. 6.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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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세계 각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때 누가 경제 수장이 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트럼프 1기 무역정책의 설계자 피터 나바로(74)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을 '트럼프 2.0 시대' 경제 수장 '1순위'로 꼽으면서 그와의 서면 인터뷰를 게재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는 트럼프 2.0 시대에 복귀할 수 있는 인물로 피터 나바로(74, 오른쪽)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 국장을 1순위로 꼽았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는 기사에서 나바로를 "트럼프에게 누구보다 영향을 많이 줄 수 있으나 현재 교도소에 있어 당장 만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나바로는 지난 3월부터 수감번호 '04370-510'를 달고 마이애미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는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이 미 의회에 난입한 1·6 사태와 관련, 의회 청문회 소환을 거부해 의회 모독죄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4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 중 이와 관련해 실형을 받은 건 그가 처음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바로가 의회 청문회 소환장을 거부하면서 트럼프에게 완전한 충성심을 보여 줬고 신임을 얻었다"며 "그의 호전성이 트럼프를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의 매파적인 무역 책사가 옥중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코노미스트 홈페이지 캡처


무역 정책학자인 댄 이켄슨은 이코노미스트에 트럼프 재집권 시 재무장관 후보로 고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트럼프의 두뇌 역할"을 했다면, 나바로는 "열정 있고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전사"라고 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나바로는 매우 안 좋은 대우를 받고도 계속 전진하는 애국자"라면서 “그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말한 적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경제 책사였던 피터 나바로가 1.6 사태 관련, 2024년 3월 19일 마이애미 연방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새 행정부에 반드시 피터(나바로)를 다시 데려올 것"이라고 말했고, 트럼프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교도소로 찾아가 나바로를 면회했다.


신작 저서 들고 내달 복귀

트럼프 1기 대중 무역 전쟁의 설계자였던 나바로는 내달 16일 저서『더 뉴 마가(MAGA) 딜』을 출간할 예정이다. 마가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란 의미로 트럼프 지지자들의 구호다.

이 책은 '트럼프의 2024 정책 플랫폼에 대한 비공식 가이드'를 표방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출간 일정이 나바로의 출소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신작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바로가 말하는 것은 매우 존중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나바로는 내달 16일 저서『더 뉴 마가(MAGA)딜』을 출간할 예정이다. 마가는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머릿글자를 딴 단어로 극렬 트럼프 지지층을 뜻한다. 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이코노미스트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나바로는 보호 무역을 옹호하면서 대중 강경 기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하면 거의 모든 국가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바로는 미국을 강경한 보호 무역으로 이끌고 싶어 한다"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어두운, 분노에 가득 찬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중국 전기자동차, 태양광 패널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 나바로는 "경제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트럼프식 원칙의 승리"라고 평했다. 그는 유럽 등 각국 경제가 위태로워진 건 중국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이 중국 자본에 중독됐고, 그리스와 이탈리아 항구는 중국 자본에 저당 잡혔다고 본다. 또 독일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베트남 등 제3국이 중국 상품의 통로로 이용되는 것을 막자"고 주장했다. 베트남이 중국의 '그림자 수출 플랫폼'이 되지 않도록 단속하자는 주장이다. 또 "멕시코가 중국 투자를 너무 많이 받으면 멕시코-미국-캐나다 간 자유 무역 협정(FTA)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멕시코가 중국 공산당의 교두보가 되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스트는 "나바로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을 쫓아내고 보호무역을 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런 제안은 실행하기 어렵고 오히려 미국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철강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금속 재료비가 올라가 미국 제조업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

피터 나바로가 2월 24일 보수정치행동회의 CPAC 2024에서 연설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극단적인 견해는 현실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면서도 "누구도 나바로를 비웃어서는 안 되며, 그의 생각이 다시 한번 백악관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입장에서도 나바로의 복귀는 긴장할만한 일이다. 과거 그는 LG전자와 삼성전자를 ‘약탈(predator) 기업’이라 부르면서 "삼성과 LG가 미국 가전업체 월풀을 밀어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나바로는『중국이 세상을 지배하는 그 날』,『웅크린 호랑이』 등의 저서에서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왔다. 또 2012년 ‘중국에 의한 죽음’이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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