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먹고 기부도 하고… ‘도네이션 버거’를 아세요?
수제버거 프랜차이즈 ‘블리스버거’에서 가장 비싼 메뉴는 ‘도네이션(기부) 버거’다. 수플레 방식으로 만든 빵 사이에 쇠고기와 생새우살 패티, 각종 채소와 치즈 등을 넣은 메뉴다.
필리핀 등 해외 저소득층 아동의 교육비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착한 버거’는 최근엔 국내 보육원 아동을 돕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버거로 조성한 성금 절반이 매달 1회 보육원을 찾는 ‘수제버거 푸드트럭 나눔’에 쓰여서다. 성금은 버거 판매로 발생한 기부금에 같은 금액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더해 기부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으로 조성한다. 버거로 고객과 기업이 함께 나눔을 실천한다는 아이디어를 낸 ㈜블리스F&B의 정우정(48) 공동대표를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점 매장에서 만났다.
블리스버거는 프랜차이즈 카페 ‘민들레 영토’ 본점 점장 출신인 정 공동대표와 맥도날드 브랜드 총괄팀장을 지낸 이정환(48) 공동대표가 합심해 만든 수제버거 브랜드다. 각자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두 대표의 인연은 정 공동대표의 카페에서 시작됐다. 카페 컨설턴트로도 활동하던 정 공동대표의 카페 단골이던 이 공동대표는 당시 본인이 경영하는 정통 수제버거 전문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맛은 있지만 메뉴 자체가 과해 부담 없이 먹기엔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었다. 마침 정 공동대표 역시 우후죽순 카페가 생기는 국내 카페 생태계 속 경쟁력을 갖출 방안을 고민하던 차였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대중적인 수제버거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의한 이들은 2020년 지금의 브랜드를 론칭했다. 브랜드명인 블리스(Bliss)는 ‘더없는 행복’이란 의미로 ‘매장을 찾는 모든 이들이 최고의 행복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은 통상 본사가 자본을 들여 본점인 첫 매장을 출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블리스버거는 지인의 브런치 카페를 개조하는 것으로 1호점을 시작했다. 이후 매장도 기존 카페를 바꾸는 식으로 출점했다. 당시 외식업의 걸림돌이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매장 손님이 급감하고 배달 주문이 늘면서 수제버거 전문점으로 전환을 고려하는 카페 사장이 늘어서였다.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버거 및 음료, 밝고 화사한 매장 분위기 등으로 점차 입소문을 타면서 이들은 팬데믹 시국 속 1년 반 만에 21개 점을 출점했다.
‘이건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내 능력 밖의 일이다.’ 홍보 없이 출점이 이어지는 걸 보며 정 공동대표가 떠올린 생각이다. 내공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와 인테리어 전문가가 신생 브랜드에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일도 이어졌다. 두 대표가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 본사 수익구조를 빡빡하게 잡더라도 점주 이익은 늘리고 사회 공헌에 힘쓰자”고 결정한 배경이다.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목회자 등 소외 이웃을 도울 목적은 있으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이들을 도우면서 출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 공동대표는 “이 공동대표는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이웃 나눔과 선교 지원에 저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여러 기회를 체험하면서 사회와 나누고자 하는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저 역시 ‘어려운 환경 속에서 하나님이 대신 영업을 뛰어주신 게 아닌가’란 생각을 많이 했다”며 “현재 32곳에 매장을 냈는데 앞으로도 우리 사회와 교회에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쓰임 받는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태신앙인’인 정 공동대표는 결혼 후 자녀들과 세계 곳곳의 선교지를 방문하며 ‘저소득 국가 소외아동 지원’과 ‘비즈니스 선교’의 필요성에 눈떴다. “하나님의 시선은 굶주리고 소외된 이들에게 있다”는 신념으로 방문국의 현지 아동과 선교사, 구호시설을 돕던 그는 2022년 우연한 계기로 보육원 봉사에 동참한다. 점주이자 개척교회 목회자가 부채 청산 기념으로 보육원에 수제버거 80개를 보내는 일에 참여한 게 계기다.
만든 지 2시간 가까이 지난 버거를 맛나게 먹는 아이들의 모습을 본 정 공동대표는 ‘갓 만든 버거를 선물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보육원 봉사용 푸드트럭을 제작한다. 시설보호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야나(YANA) 홍보대사인 배우 신애라씨와 함께 뜻을 모은 것도 이즈음이다. 현재 이 공동대표와 직원들은 야나 봉사단과 매월 둘째 토요일 보육원을 찾아 봉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님이 주신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지, 고객·점주·본사가 모두 좋은 내용인지 등을 고려해 주요 결정을 내린다’는 회사의 다음 목표는 해외 지사 설립이다. 브랜드 확장 차원이 아닌 각국 선교지의 한인 선교사의 자립을 돕자는 취지다. 한국 토종 브랜드로서 현지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는 기회도 이들에게 제공하려 한다.
아울러 개척교회·이중직 목회자의 자립을 돕는 ‘비즈니스 선교’도 본격 준비 중이다. 정 공동대표는 “최근 개척교회 목회자의 어려움을 여럿 접하며 비즈니스 선교를 통한 자립 목회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목회자의 정체성 혼돈 없이 자립 목회를 할 수 있도록 외식 사업 분야에서 이들을 지원하려는 게 향후 소망”이라고 밝혔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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