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크리스천 솔로! ‘결혼 천국’에 도전합니다
요즘 미디어에 등장하는 결혼 이미지는 ‘결혼 지옥’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부정적이다. 서로 너무 달라 괴로워하며 이혼을 고민하는 사연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이혼 후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토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런 프로그램을 접한 이들이 “나 같아도 결혼 안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며 동조한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최근 한 기독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소개팅 영상이 크리스천 청년들의 연애 세포를 춤추게 하고 있다. 영상엔 채널 운영자인 이종찬 전도사가 자신이 속한 서울 강북구 벧엘선교교회 남자 청년과 이웃 교회 여자 청년의 만남을 주선하는 모습이 나온다. 영상 제목은 ‘뒷 교회 자매를 짝사랑한 형제에게 소개팅 시켜주기’.
두 청년은 두 교회 사이에 있는 한 카페에서 첫 만남을 갖는다. 이 전도사와 서정모 우이중앙교회 청년부 담당 목사는 인근에 주차한 차 안에서 모니터를 통해 두 남녀를 지켜본다. 영상에는 “이 콘텐츠 고정으로 가자” “사실상 대부분 교회 청년들이 원하던 콘텐츠” 등 긍정적인 댓글이 이어졌다.
이 전도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요즘 청년들의 생활이 어렵고 경쟁이 심해 내적 갈등도 크다”며 “결혼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단순히 결혼을 권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도사가 운영하는 종리스천TV는 본인의 소개팅을 비롯해 구독자 소개팅 등 크리스천 청년들의 만남 주선에 힘써왔다. 향후 서울 강북구 지역교회 대상 청년 소개팅이나 단체 미팅 콘셉트의 ‘기독교판 나는 SOLO’도 방영할 방침이다.
종리스천TV처럼 콘텐츠로 만들지 않았을 뿐 교회 신자 간 만남이나 크리스천의 만남을 주선해 온 프로그램은 적지 않다. 인스타그램 구독자 8만명을 보유한 기독 매거진 채널 ‘러브그로우레터’는 지난 5월부터 크리스천 단체 소개팅 ‘러브 코이노니아’를 주선 중이다. 건강한 교단 소속 교회에 출석 중인 직장인 혹은 대학원생이 지원할 수 있으며 경쟁률은 약 2대 1이다.
러브그로우레터 운영자 추진주씨는 “참가자들이 자신과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참가자들의 소개팅 신청 동기를 보면 ‘믿음의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출석 교회 내 연애에 부담을 느껴 지원한다’는 사유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브그로우레터는 지금까지 세 차례 소개팅을 모집했고 기독 청년 220명이 지원했다. 대전 청주 여수 등 다양한 지역에서 참가자들이 몰렸고 외국인 여성도 지원서를 냈다. 소개팅은 참가 남녀들이 한날한시 한 곳에서 일대일로 번갈아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추씨는 “결혼정보회사는 가격대가 너무 높고 데이트 앱은 불건전한 만남이나 이단 포교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며 “러브그로우레터를 구독하는 기독 청년들이 비슷한 관심사 안에서 불안감 없이 만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고 싶다”고 소개했다.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주경훈 목사)의 ‘러브 인 갓’도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9년 시작해 이달 5기 매칭을 마친 사역에는 연인원 250명이 참석했다. 러브 인 갓은 오륜교회 청년부 출신 집사들이 후배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30~40명가량의 오륜교회 청년이 참여하다가 지난해부터 외부 교회에도 소개팅 문을 열었다.
참가자들은 3주 동안 성경적 결혼관 등 강의를 함께 들은 뒤 4주간 일대일 미팅 시간을 갖는다. 첫 3주간 프로그램에 성실히 참여한 청년에게는 호감이 가는 이성에게 선물을 줄 수 있는 ‘축복권’과 ‘데이트권’이 주어진다.
참가 남녀들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7주간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색적이다. 이름 대신 브로콜리 민트초코 라이언 짱구 등의 별명을 사용한다. 매칭 전까지는 자신의 자동차 이용도 금지된다. 재력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연인이 된 커플에게는 일종의 결혼 준비 학교인 ‘연지곤지 스쿨’ 수강 기회가 주어진다.
김정호 러브 인 갓 담당 간사는 “참가자들에게 물어보면 ‘남자는 돈이 있어야 결혼하고 여자는 예뻐야 결혼할 수 있다’는 인식이 여전히 남아 있더라”며 “패배감에 젖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인연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식은 장기 마라톤의 출발점일 뿐이다. 결혼 후 수많은 갈등이 표출돼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과 신앙생활을 공개하는 김미리(36) 서울 양천구 예배하는교회 목사와 이다영(34) 사모는 “배우자도 부모도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며 “무엇이든 1만 시간을 투자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처럼 배우자와 부모가 되기 위해 수많은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육아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며 최근 출산한 셋째를 포함한 자녀들과의 일상과 신앙생활을 구독자 4만3000명에게 매일 전하고 있다. 둘째 아들이 세 살 때 고사리손을 모으고 식전에 기도한 영상은 1360만회가 재생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목회자나 크리스천 가정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고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알고 있다”며 “저 역시 연약한 인간이기에 삶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애와 결혼 기간 자신이 실천한 방법도 공유했다. 그는 “연애 시절 데이트의 시작과 끝은 항상 기도였다”며 “하나님 안에서 함께 성장하길 원하고 연약한 부분을 솔직하게 고백했다”고 소개했다. 결혼 후에는 대화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부부는 각자 하루를 보낸 뒤 저녁에 만나 밥을 먹으며 2시간 이상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교회문화연구소장인 이의용 전 국민대 교수는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조언했다. 결혼 전 예비부부가 함께 갈등 예상 문제들을 담은 체크리스트(표 참조)를 풀어보라는 주문이다. 체크리스트에는 ‘배우자의 이성 친구 교류를 어느 정도까지 양해할 것인가’ ‘결혼 후 해결해야 할 밝히지 않은 채무 관계가 있는가’ ‘결혼 후 부모와 함께 살 것인가, 독립할 것인가’ 등의 민감한 질문도 적지 않다.
이 교수는 “결혼생활에는 수많은 갈등 거리가 놓여 있다. 예상 문제를 미리 풀어보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33가지 체크리스트 가운데 다른 점이 너무 많다면 헤어지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합의와 설득은 행복한 부부생활의 필수 요소”라고 덧붙였다.
손동준 신은정 이현성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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