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런성재', 채상병특검법 처리 전 법무장관 "줄행랑"
[곽우신, 이경태, 유성호 기자]
▲ 박성재 법무부 장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임기훈 국방대 총장,박진희 육군 56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7대대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참석해 증인 선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증인 선서를 거부한 채 자리에 앉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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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법무장관 : "지금부터 진행되는 회의에 출석요구를 받은 바 없다."
의원들 : "장관! 지금 뭐하는 건가?!"
박성재 법무장관이 21일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채상병특검법(순직해병 수사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심사를 앞두고 "출석요구를 받은 바 없다"며 자리를 떠났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주무부처 장관이잖느냐, 앉아라. 법원행정처장도 오셨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박 장관은 "말씀 드릴 기회도 달라고 했는데 안 주셨고, 지금은 공무를 다 했다"라며 이를 무시했다. 위원장의 허락 없이 자리를 떠나는 그를 향해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던 법사위의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를 마치고, 특검법 심사 및 의결을 위한 회의로 전환되던 순간이었다. 법무장관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이날 밤 '채상병특검법'을 처리했다.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하거나, 증언을 회피했던 정부 인사들은 마지막까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날 산회를 선포하며 "박성재 장관은 위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라며 유감을 표했다.
▲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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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장관은 이야기한 '말씀드릴 기회를 주지 않으셨다'라는 건, 직전에 있었던 소회 발언을 일컫는다. 정청래 위원장은 이날 입법청문회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오전에 박성재 장관께서 대표로 증인 선서를 하셨고, 오늘 본인이 직접 답변요구를 받지는 않았지만 느낀 소회 있을 것 같다"라며 3분의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자 박성재 장관은 미리 준비한 듯 종이를 꺼내며 "하루종일 증인석에서 위원장의 꾸지람을 듣다가 발언 기회를 받게 되어서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증인으로써 말씀드리는 게 아니고, 오늘 특검법안에 대한 입법 청문회인만큼 주무장관으로서 특검법안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자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정 위원장은, '특검법안에 대한 축조심사를 곧 진행할 예정이니, 법안에 대한 입장은 그때 이야기해달라'며 일단 청문회 소회에만 집중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가 이야기한 '기회'는 특검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말하지 못했다는 취지인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때 박 장관은 잠시 후 있을 법안 심사 때 본인이 이석할 거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회'를 밝히는 시간도 사실상 '특검법 힘빼기'였다. 그는 "이 정도 사건이면 업무상 과실치사는 경찰에서 수사 가능할 것이다. 중대재해사건보다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지 않다"라고 평했다. 이어 "직권남용 부분도 의원들께서 말하신 부분을 보면, 사실관계는 여러 가지 나온 것 같다"라며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해서 규명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정상적 법 제도 기구에서 수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의 말인즉, 경찰과 공수처에서 이미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을 잘 수사할 것이니 특검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인 셈이다.
▲ 임기훈 국방대 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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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박 장관은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나버린 셈이지만, 정작 이날 청문회는 특검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청문회 시작부터 증인 선서를 거부한 핵심 증인들, '기억이 나지 않는다'와 '수사 중'이라는 답으로 일관한 이들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임성근 전 제1사단장은 당시 해병대 병사들의 수중수색 사진이 청문회장 스크린에 등장하자 "물속에 들어가서는 절대 안 되는 작전을, 땅육지에서만 하라고 했던 작전을 임의로 수중에 들어가서 작전을 한 게 잘못된 것"이라며 면피성 발언을 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수중수색 사진을 당시에 보지 못했다는 그의 증언은 이용민 전 포병여단 포병7대대장의 변호인인 김경호 변호사에게 조목조목 반박당하기도 했다.
임기훈 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소위 'VIP 격노설' 관련 질문에 '모르쇠'로 답하며 야당 인사들을 분노케 했다. 청문회 막바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변호인인 김규현 변호사는 참고인 자격으로 발언 기회를 얻어, 임기훈 전 비서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를 직접 들었는지 물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그가 국방비서관으로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병대 수사단 수사 결과를 직접 보고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 전 비서관은 "국방비서관으로서 직무수행과 관련이 있고, 안보상 중요한 사항이라 이 자리에서 답변드릴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게 왜 안보냐?" "증언 거부 사유가 안 된다"라는 항의가 쏟아졌으나, 그는 "제 답변은 동일하다"로 일관했다. 박균택 의원은 "대통령이 격노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국가안보? 당신이 그러고도 3성 장군이냐?"라며 "공직자가 아니라 인간도 아니다. 군의 명예와 대한민국의 체면을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거듭된 사과 요구에도 임 전 비서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현장에 있는 야당 인사들은 이를 사실상 VIP 격노설의 실체를 시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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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도 마지막으로 소회를 밝힐 기회가 왔다. 그는 "오늘 하루, 장시간에 걸쳐서 그간 말 못하고 가슴에 담았던 많은 얘기들을 하고 가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후련한 기분"이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이 사건은 여와 야의 문제도 아니고 진보와 보수의 문제도 아니다"라며 청문회를 보이콧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호소했다. 그는 "이 자리에 비록 안 계시지만, 작년 7월 20일부터 22일까지 장례식장에 많은 여당 국민의힘 의원 분들이 다녀가셨다"라며 "그때 채수근 상병의 영정 앞에서 참으로 안타까워하고, 그 유가족들에게 '반드시 진상규명하겠다' 약속하시는 눈빛을 기억하고 있다"라는 강조했다.
박 대령은 "부디 이 문제를 우리 사회 정의의 문제로 바라보고, 채수근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처럼 조용히 수근이를 추모하면서 남은 여생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남은 저희들이 반드시 지켜줬으면 좋겠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벌써부터 거부권 명분쌓기?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날 입법청문회와 특검법 처리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면서 또 다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혜란 대변인은 청문회를 포함한 특검 추진을 '이재명 대표 방탄용'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금 입법부가 이렇게 무너진 것, 국회가 방탄용 정쟁의 장으로 전락한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라며 "민주당은 삼권분립마저 파괴하며 오직 이재명 대표만을 위한 헌정용 법안, 특검, 청문회 등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재명사법파괴저지특별위원회' 역시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은 특검 정국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여 이재명 지키기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말을 얹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민주당은 단독 개최한 채상병특검법 청문회에서 경찰과 공수처가 수사 중인 사건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고, 특검 정국을 위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있다"라며 오히려 "채상병 사건의 진실 규명을 방해하고,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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