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썼다 지운 김계환의 메모, '옷 벗을 각오로 건의' 뜻"
[김도균, 유성호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
ⓒ 유성호 |
▲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업무수첩 |
ⓒ 박정훈대령변호인 |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의 갑작스런 이첩 보류 지시에 대해 본인이 전역을 각오하고 (경찰 이첩을) 건의할 의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사령관이 작년 8월 1일 본인의 업무수첩에 썼다가 지운 "장관님 :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이라고 적힌 문구에 대한 박 대령의 판단이다.
이 업무수첩 내용은 박정훈 대령의 항명 사건 공판 과정에서 파악된 것이다. 김 사령관이 작년 7월 31일 오후로 예정되어 있었던 해병대수사단의 언론브리핑이 갑자기 취소된 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받은 조언 내용을 자신의 업무수첩에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수사의 위압(외압)"이라는 단어 아래 "사망했다는 사실만 넘기라는 것이냐?"는 메모도 존재해 당시 국방부의 이첩보류 지시 등을 김 사령관도 '수사외압'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관련기사 : "수사의 외압"...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수첩에 적힌 메모 https://omn.kr/26ocx).
▲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채상병 특검(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입법청문회에 화상으로 참석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유성호 |
김 사령관은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순직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장관님 :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이란 문구를 왜 썼다가 지웠냐"는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제 노트에 있던 부분"이라면서도 "그걸 제가 썼는지, 제 생각을 적은건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정훈 대령은 당시 본인과 김 사령관이 나눈 대화를 복기하면서 해당 문구의 의미를 '본인이 옷을 벗을 각오로 장관(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에게 경찰 이첩을 건의하겠다'는 뜻이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박 대령은 "(작년) 7월 31일 이첩이 보류되고 8월 1일까지 사령관과 수사 축소 외압에 대해 고민을 할 때 제가 사령관에게 '해병대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국방부 조사본부로 (조사기록을) 이첩하든지, 아니면 계획대로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랬더니 사령관이 '내가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장관님에게 건의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면서 "제 판단에는 (사령관) 수첩에 '장관님 : 제가 책임지고 넘기겠다(내일)'은 해병대 사령관의 세 번째 선택 내용(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건의드리는 방법)을 작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 의원은 "박정훈 증인이 증언하듯 '내가 옷을 벗더라도 한번 건의해보겠다'란 말은 '이첩보류 지시가 잘못됐다'고 김 사령관이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첩보류가 잘못되었고, 누구누구는 (혐의자에서) 빼라고 하는 것에 대해선 김계환 사령관도 박정훈 대령과 같은 입장이었던 것이냐"고 박 대령에게 다시 물었다. 이에 박 대령은 "사령관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고 (이첩보류 지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실제로 지난 3월 JTBC 보도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해당 업무노트 내용와 거의 같은 내용들을 이종섭 전 장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비서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 문제와 관련하여 먼저 문자드리고 (이종섭) 장관님과 통화를 해야 할 것 같다"고도 의사를 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대질심문 이뤄진 'VIP 격노설'... 김계환은 수사 이유로 증언 거부
한편, 박정훈 대령은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대통령(VIP) 격노설'을 들었다고 재차 확인했다. 김 사령관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를 받고 있어서 답변할 수 없다"면서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이는 자신을 'VIP 격노설' 발설자로 지목한 것과 관련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는 입장을 줄곧 폈던 것과는 다른 태도였다.
김 사령관은 '대통령 격노설을 (해병대사령부 간부들에게) 얘기한 적이 있느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질문에도 "제가 공수처에 피의자로 관련된 수사를 받고 있고 그것과 관련된 것은 형사소송법 148조에 의거해 답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야당 법사위원들은 박정훈 대령과 김계환 사령관에게 'VIP 격노설'에 대해 번갈아 질문했다. 사실상의 대질 신문이 이루어 진 것이다. 박 대령은 'VIP 격노설'을 분명히 김계환 사령관으로부터 들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했지만, 이에 대해 김 사령관은 즉답을 피하거나 침묵을 지켜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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