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하고 ‘힙’한 빙그레…그 뒤엔 내가 있다 [CEO LOUNGE]
덩달아 ‘빙그레’를 바라보는 투자자 관심도 뜨겁게 타오른다. 6월 13일 종가 기준 빙그레 주가는 10만8500원. 3개월 전과 비교하면 2배가 넘게 오른 급등세다. 6월 10일에는 하루에만 2만2000원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빙그레 고공비행 배경을 단순히 ‘날이 더워서’로 치부해선 곤란하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에 이어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됐다.
특히 국내 식음료업계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글로벌 성장세’가 실적 개선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더 고무적이다.
K-아이스크림 선봉장으로 떠오른 메로나를 필두로 해외 매출 비중을 매년 늘려가며 전망을 밝히고 있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63)을 빼놓고 달라진 빙그레 분위기를 설명하기 어렵다. 2019년 대표 취임 이후부터 회사 덩치는 물론 수익성까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실적뿐 아니다. 이색 마케팅과 신사업 발굴 등 빙그레를 둘러싼 전방위 혁신을 이끌어가는 중이다. 덕분에 과거 보수적인 색채가 강했던 빙그레가 요즘에는 ‘핫’하고 ‘힙’한 이미지를 얻게 됐다는 찬사를 받는다. 최근 해외 호실적 역시 전 대표가 꾸준히 추진해온 글로벌 진출 노력의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사 첫 매출 1조·영업익 1000억원
전 대표는 지금껏 40년 가까이 빙그레에 몸담고 있는 ‘빙그레맨’이다. 1985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빙그레에 입사한 후 회사를 떠난 적이 없다. 인재개발센터장과 관리 담당, 경영관리 담당 등을 역임하며 회사 전반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고 2019년에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빙그레를 이끌어오는 중이다.
“기존 사업 구조와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해 새 사업 모델을 만들겠다”는 취임사를 120% 실현해내는 모습이다. 매년 굵직한 경영 성과는 물론 그동안 빙그레에 없었던 시도를 계속하는 중이다. 대표로 부임한 2019년 만든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는 이후 ‘더단백’ ‘마노플랜’ 같은 신규 브랜드로 이어졌다. 2020년에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꽃미남 캐릭터 계정을 활용해 젊은 세대 호평을 이끌어낸 SNS 마케팅도 그의 공로다.
하지만 역시 업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던 변화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다. 전 대표는 빙그레와 해태아이스크림 물류·유통망 통합 시너지 효과를 목적으로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를 추진, 같은 해 최종 완료했다.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로 이전까지 빙과업계 2위였던 빙그레는 업계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물론 이후 롯데제과와 롯데푸드가 합병한 롯데웰푸드가 탄생하며 다시 2위가 되기는 했지만 상황은 긍정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빙과 시장점유율 1위는 롯데웰푸드(39.86%), 2위가 빙그레(39.85%)다. 격차가 0.01%포인트 차이에 불과해 사실상 순위를 가르는 의미가 없다. 빙그레가 롯데웰푸드를 바싹 따라붙는 형국이다. 2022년에는 롯데웰푸드 점유율이 42.4%, 빙그레가 38.8%였다.
전 대표가 진두지휘해 성공시킨 해태아이스크림 인수는 2021년 빙그레 창사 이래 최초 매출 1조원 돌파로 이어졌다. 여기서 끝났다면 단순히 ‘인수 효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빙그레 실적은 가파른 우상향곡선을 그려나갔다. 2021년 1조1474억원이었던 빙그레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 1조2677억원, 지난해에는 1조3943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증가폭은 더 극적이다. 2021년(262억원), 2022년(394억원)에 이어 지난해 영업이익 1123억원을 기록, 2년 새 4배가 넘는 성장을 보였다. 창사 이래 빙그레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긴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공격적인 글로벌 공략 주효
메로나에서 다른 제품까지 확산
실적 개선을 이끈 건 역시 해외 사업 호조다. 빙그레 연결 기준 수출액은 2021년 823억원에서 2022년 1042억원, 2023년 1253억원까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내수 기업 이미지가 강했던 빙그레 해외 매출 비중을 어느덧 1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최근에도 글로벌 강세가 이어진다. 올해 1분기 빙그레 별도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로 전년 동기 13.9%에서 크게 늘었다.
전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진출을 강조해왔다.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베트남을 선택하고 2019년 9월 베트남 호찌민에 신규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베트남 법인 매출은 102억원까지 뛰었다. 전 대표 취임 전인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해외 수출액은 154% 늘었다.
빙그레 수출 효자 제품은 단연 ‘메로나’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수출액에서 메로나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선전이 돋보인다. 연간 1800만개 넘는 메로나가 팔리고 있다. 2017년 국내 빙과업계 최초로 미국 현지에서 메로나를 생산·판매한 데 이어 전 대표 취임 후에는 미국 코스트코 전 점포 입점에 성공하며 판매량이 급증했다. 메론뿐 아니라 딸기·망고·코코넛·피스타치오 등 맛으로 현지화에 성공하며 더욱 인기몰이 중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로나 글로벌 인기가 심상치 않다. 여기 힘입어 올해 빙그레 해외 매출 성장률을 18% 정도로 예상한다”며 “메로나·바나나맛 우유 등 주요 수출 제품이 메인 채널에 안착한 효과로 여타 제품까지 해외 포트폴리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화두 ‘글로벌’ ‘신사업’
건기식 확대로 ‘날씨 변수’ 상쇄
글로벌’이다. 올해 3월 열린 빙그레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는 “해외 수출 브랜드와 진출 국가 수를 늘려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신사업에도 힘을 줄 예정이다. 아무래도 날씨에 큰 영향을 받는 기존 빙과·유제품 외에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위해서다. 2021년 선보인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을 비롯해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더:단백 초코드링크 제품은 판매 3개월 만에 120만개를 돌파하더니, 지난해 4월 기준 누적 3000만개가 팔리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단백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최근에는 다이어트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모습이 포착된다. 최근 ‘썸머 프로젝트’ ‘슬림바이브’ ‘커티커팅’ 등 상표를 잇따라 출원한 것이 방증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신사업 발굴 준비가 올해 주요 경영 목표”라며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해 B2B, 이커머스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4호 (2024.06.19~2024.06.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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