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후임 김홍일 ‘탄핵’ 운띄운 野 "사퇴 의사 없다면 탄핵"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만이 참석해 열린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입법청문회에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제기됐다. 김 위원장 탄핵 가능성도 언급됐다. 지난해 12월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이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자진 사퇴한 지 6개월여 만에, 민주당은 후임자인 김 위원장 탄핵까지 밀어붙일 태세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후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입법청문회를 야당 단독으로 개의했다. 과방위에서 입법청문회가 열린 건 10년 만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민주당 의원 11명과 조국혁신당 이해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민주당이 발의한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은 ▶국회가 추천한 방통위원을 대통령이 즉시 임명토록 하고 ▶5인 위원의 방통위에서 4인 이상이 출석해야 회의가 유효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은 지난해 8월 이후 방통위가 대통령 추천 몫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민 위원의 2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은 “합의제 기구는 모두 다 재적위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라는 게 일반 상식”이라며 “2인 체제는 헌법정신 위반이고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라고도 비판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12월 서울고등법원은 2인 체제가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어떤 자신감으로 2인 체제를 계속 지키려고 하나”라고 물었다.
이에 법률가 출신의 김 위원장은 ‘2인 체제’의 방통위에 대해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위법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법원이) 2인 체제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2인 체제 방통위가 지속된 데 대해서도 “상임위원이 전부 임명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제가 인사청문회 끝날 때도 국회에 조속히 빈 세 자리의 방통위원을 추천해 주셔서 방통위 상임위원 구성이 끝나도록 도와주십사 말씀드렸다”고 했다.
YTN 노조위원장 출신인 노종면 민주당 의원은 “단 두 명이 YTN이라는 공영방송을 팔아넘긴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사퇴 의사가 없다면 입법부에서는 탄핵이라는 방법으로 국민이 명하는 해고를 실행에 옮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을 이야기하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이 의원의 질의에, 김 위원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이날 야당이 김 위원장 거취 문제를 들고나온 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기가 8월 12일 끝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 전에 김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방문진 이사진 교체는 늦춰지게 되며, 자연히 MBC 사장 등 경영진도 현 방문진 입김에 좌우된다.
김 위원장은 2인 체제 방통위서 방문진 이사진을 선임할 계획이냐는 질문엔 “8월 임기 만료가 닥쳐왔기 때문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기가 만료되는데 그걸 그냥 방기하고 있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정족수를 4인 이상으로 한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시급한 현안이나 기한의 정함이 있는 안건에 즉시 대처할 수 없게 된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날은 국회 법사위에선 채상병특검법 입법청문회도 열렸다. 하루 2차례 입법청문회가 열린 건 이례적이다. 입법청문회는 2000년 국회법에 따라 도입됐는데 지난 24년간 개최된 건 4차례에 불과하다. 이처럼 사실상 사문화됐던 입법청문회가 부활한 건 현재 국회 상황과 연관이 깊다. 여당을 배제한 채 상임위를 가동하고 있는 야당이 청문회의 처벌 조항을 이유로 정부 인사를 국회에 불러내기 위해서다. 청문회에 채택된 증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하거나 위증(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할 경우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명분은 입법청문회이나 실제로는 방통위 무력화 투쟁”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상임위 독식으로 국회 출입구를 사실상 봉쇄한 민주당은 합의제에 기초한 의회 민주주의 원칙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힘으로 점거한 과방위에서 만든 법도, 결정도 모두 무효이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어 대통령실의 업무보고를 요구하는 등 대여 압박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이 출석을 거부하자, 야당 의원들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안보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3실장 6수석’을 모조리 증인으로 의결해 7월 1일 현안질의를 열기로 했다. 윤재순 총무비서관과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안보실 1ㆍ2ㆍ3차장 역시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역시 처벌 조항을 무기로 출석을 강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오현석·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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