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휴진 중단"…의협이 꺼낸 '27일부터 무기한 휴진'도 타격
지난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일주일 여 만에 휴진을 중단하고 정상 진료하기로 했다. 휴진이 더 오래 이어지면 환자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해 교수 10명 중 7명(73.6%)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대형병원들로 번지던 집단 휴진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21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서울대 비대위)는 “투표 결과에 따라 전면 휴진을 중단한다”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날(20일)부터 이틀간 4개 병원(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서울대병원강남센터) 교수를 대상으로 휴진 지속 관련 의견을 물었고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가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3%(192명)였다. 구체적인 향후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중복 응답 가능)에는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를 택했고, 55.4%가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서울대 비대위는 지난 17일부터 응급·중증 질환 진료는 유지하고 교수 절반(54.8%)이 외래 진료나 급하지 않은 정규 수술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휴진해왔다. 투표 결과에 따라 24일부터 서울대병원 등 4개 병원은 정상 진료 체계로 복귀한다.
비대위는 휴진을 멈추는 이유에 대해 “현 상황이 장기화했을 때 진료 유지 중인 중증 환자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불통이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며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 앞으로 닥칠 의료계의 혼란과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라고도 경고했다.
또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서울대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중단과 관련, “휴진 중단을 결정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집단휴진 확산세 꺾일듯…‘올특위’ 구성은 삐걱
서울대병원의 진료 복귀는 다른 대형병원들로 번지던 집단휴진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빅5’ 병원 가운데 세브란스병원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서울아산병원이 다음 달 4일부터 일주일 휴진을 결의한 상태이고, 서울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아직 이렇다 할 결정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미 의대 정원이 확정된 상황에서 휴진의 명분이 약하고 환자 피해가 커지며 여론도 악화하고 있는 만큼 서울대 결정을 기점으로 동력이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성모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 비대위 관계자는 “‘무기한 휴진’이라는 투쟁 방식으로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 전달되기보다는, 환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인식만 강해지는 측면이 있다”며 “교수들이 진료만 보고 의대 강의를 거부하는 등 휴진이 아닌 다양한 투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각각 휴진 찬반을 설문 조사한 뒤, 25일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예고한 무기한 휴진도 힘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는 22일 처음 열리는 의협 산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이 18일 대규모 집회서 언급한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논의할 계획인데 전공의와 의대생들 참여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고, 의대생 대표도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특위는 전공의들 의견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에서 구성원 14명 중 4명 몫을 전공의에 배정하고, 모든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기로 정했다. 이들 자리가 채워져야 실질적인 역할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의교협 관계자는 “앞으로 올특위가 단일한 창구가 되겠지만, 전공의가 참여하지 않고 있어 걱정”이라며 “참여를 계속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단연)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는 다음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1000여명 규모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집회를 연다. 환단연은 “오늘 서울의대 비대위가 무기한 휴진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충분치 않다”며 “환자의 불안과 피해를 도구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투쟁방식에 환자단체들은 더는 인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수현 기자 nam.sooh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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