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화장품’ 시장 꾸준히 성장… 상품 다양화 한계 넘어야

신소영 기자 2024. 6. 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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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트렌드]
단순한 스킨케어뿐 아니라 색조 화장을 하는 남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직장인 남성 김모(28·서울)씨는 최근 드럭스토어에서 화장품을 잔뜩 사왔다.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 화장하는 동료들을 보고 덩달아 관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깔끔한 인상이 호감도를 높이고, 자기만족 또한 충족되는 것 같다”며 “이제 외출할 때 피부 잡티 커버, 눈썹 그리기, 립밤 정도는 항상 바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남성도 화장하는 시대다.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족’이 늘고 있다. 남성도 화장품 트렌드를 파악해야 한다.

◇‘젠더 뉴트럴’ 트렌드가 남성 화장품 시장 키워

지난 14일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는 기안84가 컨실러를 바르는 모습이 담겼다./사진=MBC ‘나 혼자 산다‘ 캡처
남성 화장품 시장의 변화에는 미디어 매체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외모를 공유하고 인정받길 원하는 미디어 문화, 시각적인 만족을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들이 생겨남에 따라 보여지는 것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기업들은 이러한 수요에 발맞춰 여러 제품을 선보인다. 남성 구매율은 어떨까. CJ올리브영에 따르면 2021~2023년 남성 회원 매출이 연평균 30% 증가했다. 지난해 남성 고객의 배송 서비스 주문액은 전년보다 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스킨케어 제품에 그치지 않고, 그 관심은 여러 상품군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남성 색조, 남성 헤어 케어 등 다양한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젠더 뉴트럴’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젠더 뉴트럴은 남녀 구분을 없애 자신을 표현하고, 성에 고정되지 않은 자기 자신 그대로 생각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뷰티·패션과 같은 소비 분야뿐 아니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업무, 사회 문제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듯, 온라인상에서 남성 회원들이 패션과 미용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동호회가 점차 늘고 있다. 남성 화장품을 리뷰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남성 뷰티 유튜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구독자 수는 100만 명 이상이다.

◇자연스럽고 사용법 간단한 제품 선호
드럭스토어 내부 남성 화장품 매대. 다양한 브랜드의 남성 화장품들이 진열돼 있다./사진=신소영 기자
남성 화장품은 주로 ‘자연스러움’에 초점을 맞춰 기획된다. 화장한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생기는 더해주는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찾는 제품군은 주로 파운데이션, 아이브로우, 컬러 립밤이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조사한 ‘남성 그루밍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눈썹 관리를 하는 남성은 10명 중 4명이다. 20대 남성 중 23%는 BB크림과 같은 피부 톤 보정 화장품을 쓰고, 17%는 틴트나 컬러 립밤 같은 색조 제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모레퍼시픽의 남성 화장품 브랜드 ‘비레디’ 관계자는 “최근 남성들의 일상 속에서 메이크업이 더욱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BB, CC크림 등이 전 연령대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고, 립밤 또한 단순 보습 기능을 넘어서 건강하고 혈색 있는 모습으로 연출해주는 제품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뷰티업계 관계자들은 남성화장품을 만들 때 남성들의 피부 타입에 맞추면서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고 말한다. 피지선이 발달한 남성들은 유분기 없고 매트한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번들거리지 않는 파운데이션, 가벼운 선크림 등이 남성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다.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올인원 제품도 많다. 비레디 관계자는 “로션 하나로 스킨케어, 자외선 차단, 피부 톤 커버가 가능한 제품이 주로 인기를 끈다”며 “사용하기 쉽고 부담이 없으면서도 바로 매력도를 높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지 분비량 많은 남성, 클렌징에 신경 써야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들은 피부 관리도 달라야 할까? 의정부을지대병원 피부과 한별 교수는 “남녀의 피부 차이점은 유분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며 “남성호르몬이 많으면 피지선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남성이 여성보다 피지 분비량이 더 많다”고 말했다. 색조 제품을 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남성에게 특히 중요한 건 꼼꼼한 클렌징이다. 색조 화장을 지우는 데 아직 서툰 경우 세안 후에도 찌꺼기가 남을 수 있다. 남성들은 유분기가 더 많고, 땀도 더 많이 흘리기 때문에 깨끗한 세안이 필수적이다.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기본적으로 피지 분포도가 높은 남성들은 여드름 적합성 제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분이 많아져 나중에 여드름이 올라올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크업을 할 때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매일 면도하는 남성들은 하관부가 예민하기 때문에 화장품이라도 자극이 덜한 제품을 쓰는 게 좋다. 한별 교수는 “청량감을 위해 알코올 성분이나 향료가 들어있는 경우 자극을 줄 수 있다”며 “사용해보고 피부 자극이 느껴지면 이런 성분이 없는 제품을 선택하라”고 말했다. 또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올인원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선크림은 따로 바르는 게 좋다. 한별 교수는 ”남성들은 자연스러움을 선호해 파운데이션을 얇게 바를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면 차단 효과가 있는 제품이더라도 자외선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선크림을 따로 먼저 충분히 바른 뒤 메이크업을 해야 한다.

◇제품 스펙트럼 넓혀야 한다는 한계도
한편, 남성 화장품 시장이 꾸준히 성장 중임에도 한계점도 다소 있어 보인다. 상품의 다양성이 가장 큰 과제다. 남성 유모(32·대구)씨는 "남자도 천차만별의 톤을 가지고 있는데 파운데이션이나 립밤 등의 색을 한두 가지로 단순하게 내는 게 아쉽다"며 "여성 화장품처럼 컬러 구분이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장품 소비자의 80% 이상이 여전히 여성이기 때문일까. 남성 화장품은 '기본에 충실한' 제품이 대다수다. 남성들은 더 다양한 종류의 제품과 색상을 필요로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역시 제품 개발과 개선에 있어 아쉬운 점을 내비친다. 비레디 측은 "여성 화장품에 비해 남성 화장품에 대한 실제 사용 후기가 적다 보니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며 "주요 번화가나 2030세대가 많이 방문하는 지역을 유심히 관찰하는 등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제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 화장품 시장이 더욱 커지려면 결국 더 많은 남성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상품을 개선해 재구매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게 과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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