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대카드 찍으면 들리던 '행복하세요' 소리, 바뀌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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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지난주에 초등학교 여자 동창 모임이 있었다. 식사하면서 나눈 주된 이야기가 주민센터에서 무료 교통카드 받았냐는 거였다. 동창들 대부분이 1959년 돼지띠로 올해 만 65세가 되었다. 물론 호적을 늦게 올려서 실제 나이보다 한 살이 줄은 친구들도 있었으나 65세가 대부분이다.
노인들이 받는 교통우대카드를 지하철에서 찍으면, 예전에는 '행복하세요'라는 멘트가 흘러나와서 다들 조금 기분이 안 좋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사용해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일반 교통카드를 찍을 때 나는 소리와 달랐다는 것이다. 친구들 말로는 '행복하세요' 소리가 나올 때, 자기가 무료로 지하철 타는 것을 다른 이들이 아는 것이 불편하다고 했다.
공짜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 어색한 건지, 이제 노인이 되었다는 것이 아쉬운 건지 모르겠는데 동창의 남편들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거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를 위해 봉사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이런 문제제기가 이미 있었는지, 얼마 전부터 개선되어 '행복하세요' 라는 멘트는 나오지 않고 '띠릭, 띠릭!' 소리만 난다고 했다(적어도 내가 사는 인천시는 그렇다). 남편은 나이가 있어서인지 '행복하세요' 멘트가 별로 거슬리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아무튼 잘 된 일이다.
▲ 남편이 사용하는 교통 우대카드 남편은 일흔 살로 만 65세에 발급받은 교통 우대카드로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
ⓒ 유영숙 |
나도 올해로 만 65세가 되었다. 지난 수요일이 생일이었다. 우리나라는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65세 생일이 다른 해 생일보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다.
만 65세가 되면 나라에서 받는 혜택도 많다고 하는데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접어드는데 나도 거기에 한몫하는 것 같아 왜인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어느새 이렇게 나이를 많이 먹었는지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든다.
65세가 되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지하철과 도시철도가 무료이다. 거기다가 토, 일요일을 제외한 주중에는 KTX도 30%나 할인을 받고, 항공료는 10%, 여객선은 20% 할인을 받는단다.
폐렴과 독감, 대상포진도 무료로 접종받고 임플란트와 틀니도 7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 할인받는 것은 아니고, 임플란트는 평생 2개, 틀니는 7년에 한 번 할인을 받아서 본인 부담금 30%만 내면 된단다.
병원이나 약국 이용 시 총진료비가 1만 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내면 된다고 했다. 생애주기 건강검진 서비스로 66세 이상 여성은 골다공증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치매 검사도 무료이다.
이것 외에도 영화 관람비도 6000원만 내면 되고 공원이나 고궁, 박물관, 국공립 미술관에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경로석에 앉을 수도 있고 노인 일자리도 신청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잘 찾아만 보면 각 형편에 따라 받는 혜택이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받는 혜택이 많다고 해도 노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도 노인은 노인이라서 마음이 조금씩 작아질 수밖에 없다.
남편의 돈꽃다발, 며느리의 떡 케이크.... 하마터면 울 뻔했다
시간을 맞추다 보니 생일 전인 월요일에 자식들이 다 모여서 축하해 주었다. 아들 둘과 며느리, 손자 셋, 그리고 이웃에 사는 시누이 부부가 왔다. 처음에는 한정식집에서 먹으려고 알아보다가 결국 손자들도 어리고 해서 집에서 편하게 먹기로 했다.
▲ 며느리가 주문해 온 떡 케이크 장식 된 꽃도 팥 앙금으로 모두 먹을 수 있다. 이렇게 예쁜 케이크는 처음 본다며 모두 예쁘다고 며느리를 칭찬했다. |
ⓒ 유영숙 |
며느리가 떡 케이크를 맞추어 왔는데 그렇게 예쁜 케이크는 처음 보았다. 며느리의 센스가 돋보였다. 내가 에세이집을 출간한 작가이고 글쓰기 플랫폼에서 작가로 불리고 있다며, 며느리가 '어머님' 대신 '작가님'으로 축하 글을 넣어와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 슈가밤 장미꽃으로 만든 돈꽃다발 남편이 65세 생일이라고 슈가밤 장미로 돈꽃다발을 주문해서 선물해주엇다. 참석한 가족 모두가 남편에게 멋지다며 박수를 보내주었다. 나도 처음 받는 돈꽃다발이라 감동이 되어 하마터면 울 뻔했다. |
ⓒ 유영숙 |
이날 모인 아들 며느리도 남편의 센스에 모두 손뼉 치며 환호해 주었다. 나도 감동이 되어 하마터면 울 뻔했다. 생각하지 못했던 이벤트라 더 놀랐다. 남편이 회사 주변에 있는 꽃집에 가서 특별히 주문해서 만들어 왔다고 했다.
▲ 남편에게 받은 꽃다발을 꽃병에 꽂아놓았다 돈꽃다발에서 돈을 꺼내고 꽃병에 꽂아 놓았는데 슈가밤 장미가 참 예뻤다. |
ⓒ 유영숙 |
돈은 비닐봉지에 하나씩 꼼꼼하게 싸서 장미꽃을 감쌌다. 돈을 떼어 내고 장미꽃을 꽃병에 꽂아 두었는데 빨간 장미보다 예뻤다. 장미꽃 이름이 슈가밤 장미라고 한다.
▲ 생일 카드 남은 인생도 남편과 서로 사랑하며 잘 살고 싶다. |
ⓒ 유영숙 |
이제 정말 노인이 되었다. 요즘 노인이란 말보다 '신중년'이란 말을 많이 사용한단다. 노인보다는 신중년이란 말이 활기차 보여서 좋다. 옛날에 비해 60대는 노인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젊다. 일을 하는 분들도 많고 퇴직 후에 제2 인생을 찾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도 많다.
나도 교사 퇴직 후에 시인으로도 등단하였고, 에세이집 출간도 하며 작가로 제2 인생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65세가 노인의 기준이 되니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은 잘 누리고, 내가 앞으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도움이 되어야겠다.
이번 65세 생일은 아마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노인의 길에 들어섰지만, 남편이 준 생일카드에 쓰인 말처럼 서로 사랑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함께 해 준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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