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해서 좋습니다, 제발 '탈시설 조례' 폐지를 막아주세요"
[이성민 기자]
서울시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성동구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동센터), 마을이신나는장애인야(野)학(아래 마을야학)입니다.
저희는 2024년 6월 17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아래 탈시설조례) 폐지안,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아래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에 대한 성동 지역 장애인들의 의견을 의원님들께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 의견을 잘 읽어주시고, 탈시설조례 폐지안,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당사자, 가족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임** 님이 서울시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자세한 내용은 기사 아래) |
ⓒ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
저희가 활동하는 성동구에서는 비장애인들이 생각하기에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이 일하고, 배우고, 이동하며 삽니다. 세금을 납부하고, 생산과 소비로 지역의 경제를 지탱하고, 투표를 통해 정치에 참여하고, 각자의 공동체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삽니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 2009년 오세훈 서울시장 이후 시장, 의원님들이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확충해 온 탈시설조례와 자립생활조례, 여러 탈시설 지원 정책들이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시설 밖으로 나오기 어렵다고 했던 어떤 장애인 당사자는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센터지원사업을 통해 시설 밖의 삶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당사자는 시설 밖으로 나와 자기가 스스로 살 곳과 하고 싶은 것을 정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시설 거주인들에게 시설 밖으로 나오라고 설득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장애인 당사자는 시설에서의 자신을 밥만 축내는 벌레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설 밖에 나와보니 자신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하고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에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실제로 자신의 생각과 탈시설 이후의 삶을 경향신문 등 인터뷰를 통해 알려낸 바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중증장애인 당사자를 시설로 보내려고 했던 어떤 가족은 단기체험으로 당사자가 시설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 이곳에서는 당사자가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서울시, 성동구의 탈시설 지원 제도를 근거로 운영하고 있던 자립생활주택을 통해 시설에 갈 뻔한 중증장애인이 지역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허* 님이 서울시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자세한 내용은 기사 아래) |
ⓒ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
탈시설 자립생활 정책에서 당사자들의 권리는 우선적으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시설이 장애인을 신체적 위험이나 돌봄 부재로부터 보호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고립된 시설 공간, 단체 수용생활, 다대일 지원 등 여러 요인들로 인해 개인의 직업, 교육, 사회적 관계, 자기선택권과 결정권, 프라이버시 등을 보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탈시설조례 폐지안,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은 헌법, 협약 등에 규정된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큽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규정합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는 '협약의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고,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합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탈시설가이드라인에서는 '시설 거주를 선택으로 고려해서는 안 된다'라고 합니다.
물론 탈시설조례 폐지안,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을 요구한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 법을 발의한 의원님들이 장애인 당사자를 위하는 마음으로 그리하셨으리라 이해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장애인 당사자를 위하기 때문에 탈시설, 자립생활을 지지하고 시설 수용을 반대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설령 버거운 돌봄 책임을 견디기 어려워 시설에 당사자를 보냈더라도, 만약 지역사회에서 돌봄 부담을 나눠질 수 있었다면 시설을 선택하지 않았을 장애인 가족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탈시설조례와 자립생활조례는 시설에 장애인 당사자를 보내야 했던 가족들을 돕는 조례이기도 합니다.
의원님들, 이런 점에서 저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탈시설조례 폐지와 자립생활조례 개정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장애인을 비롯한 누구라도 지역사회에 정착해서 사는 것이 인권입니다. 중증장애인은 '지역사회 정착이 불가능'하니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려해주시기 바랍니다.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 장애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동료 의원들과 함께 논의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합니다.
▲ 장애인 당사자 김** 님이 서울시의원에게 보내는 편지. (자세한 내용은 기사 아래) |
ⓒ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
탈시설 지원조례 폐지 안 하게 해주세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함께 투쟁해서 다시 되찾게 해주세요.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계속 하고 싶어요. - 김**
서울시의원에게
저는 자립해서 혼자서 아파트에서 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일자리에 나와서 동료들과 집회도 함께 참여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제가 살던 시설)에서 아직 살고 있는, 갇혀있는 사람들을 나오게 하고 싶습니다. 의원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하지 마십시오! - 임**
의원님, 탈시설 후 처음으로 직업을 가져봤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제가 가야 할 곳이 생겨 장애인이 된 후 처음으로 보람과 기쁨을 느꼈습니다. 계속 일하고 싶어요! -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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