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딸 둔 엄마, 의료 파업에 삭발…한 총리와는 맞절한 사연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병원을 찾아 희귀병 환자를 격려하며 "의사들이 정부와 이야기하고 싶다면 나 자신부터 반드시 달려나가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 총리는 이날 병원 방문에서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성장 장애, 사지 기형, 특징적인 얼굴 모양, 다모증 등을 증상으로 하는 선천성 희소 질환) 환자인 박하은(23) 씨와 박씨의 어머니 김정애(68) 씨를 만나 "의대 증원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생각이 많이 달라 바로 합의가 이뤄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화하겠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김씨는 세 자녀를 키우던 중 장애 아동 입양 신청을 통해 박씨를 갓난아기 때 입양해 24년간 키우고 있다. 충남 홍성군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김씨는 이번 의료계의 집단행동 와중에 막내딸의 상태가 나빠지면서 여러 차례 앰뷸런스를 타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박씨는 상태가 호전되어 이날 퇴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의 강경 투쟁에 김씨는 반발과 항의의 뜻으로 삭발과 피켓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한 총리 주재로 열린 환자단체 간담회에 참석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의사가 파업을 못 하도록 법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이날 한 총리의 방문에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다"며 눈물을 글썽였고, "놓지 말고 노력해달라 마지막까지 대화해달라"며 한 총리에 절을 했다. 이에 한 총리도 "일 있으면 언제든 전화 달라"며 "의료계 전체가 모이든, 몇 사람이 모이든, 전공의만 모이든, 의대생만 모이든, 교수님들이 모이든, 만나서 얘기해보자 하는 곳은 저희가 쫓아다닐 것"이라고 약속한 뒤 맞절을 했다.
한 총리는 이들을 격려하며 박 씨에게는 원피스를, 김 씨에게는 여름용 모자를 선물했다.
이번 한 총리의 방문은 단순한 격려의 자리를 넘어, 의대 증원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편 의료계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 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교수, 전공의, 시도의사회 대표 3인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특위엔 강경파인 임현택 의협 회장을 제외하고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전공의 대표,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올특위가 그동안 정부가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조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면서, 의정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응급·중증·희귀 질환 등을 제외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시술을 중단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투표를 통해 닷새 만에 휴진 중단을 결정했다고 이날 오후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병원 교수들이 최근 참여한 전면 휴진 관련 투표에서 73.6%(응답자 948명 중 698명)가 휴진 중단 및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20.3%(192명)로 나타났다.
한지혜 기자 han.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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