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밀착에...美 "우크라에 미국산 무기로 러 전역 공격 허용"

이승호 2024. 6.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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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우크라이나 남부 하르키우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향해 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산 무기로 모든 국경지역에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향후 자국에서 생산되는 패트리엇과 첨단 지대공 미사일 체계(NASAMS) 등도 다른 국가들에 대한 공급 일정을 미루고 우크라이나에 우선 배정하기로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베트남을 방문한 직후 미국이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대(對)러 압박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20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CNN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는 러시아군의 공격 장소가 러시아 어느 곳이든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이용해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찰리 디츠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본토)에 미국이 제공한 무기를 발사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지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


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우크라이나군에 무기를 지원하면서도 확전을 우려해 자국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건 막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러시아의 공세로 전선 상황이 악화하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허용범위를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인근 국경으로 제한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이 벌어지는 접경지역 전체에서 미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 어디든 반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7일 미 공영방송 PBS에 “이건 지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라며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려 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이에 반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인 전락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이러한 변화는 전황 반전을 위해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제한을 더 풀어달라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들의 요청이 영향을 미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군이 러시아 쪽 국경을 넘자마자 안전해진다면 우크라이나 방어는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자위권을 위해 러시아 영토 내 군사목표물을 타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함에 따라 북한산 포탄이 전선에 추가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다만 미국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계속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ABC에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받은 무기를 모스크바나 러시아 정권을 공격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패트리엇 미사일도 우크라 우선 배정


지난 11일 독일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의 한 군사훈련시설을 방문해 페트리엇 포대 옆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은 향후 16개월간 생산되는 패트리엇 및 NASAMS 방공시스템 전량을 우크라이나에 우선 인도하는 조처도 발표했다. 대외군사판매(FMS) 계약을 맺고 다른 나라에 인도하기로 했던 방공미사일 수출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우크라이나에 먼저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도시와 민간 시설들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 강화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방공시스템 인도가 지연되는 동맹국들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며 “파트너들의 이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조처가 러시아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우크라이나보다 오래 버틸 수 있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우리보다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미국과 독일이 제공한 3∼4개 패트리엇 포대가 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소 7개 패트리엇 포대가 있어야 방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패트리엇 물량, 우크라이나에 먼저 가나


공군이 2022년 10월 호국훈련의 일환으로 '전구탄도탄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사진은 발사대를 예비진지로 이동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패트리엇 포대 작전요원들. 사진 공군

이로 인해 한국이 주문한 패트리엇 미사일의 인도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국가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를 지목했다. 방위사업청은 2022년 5월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패트리엇의 최신 버전인 PAC-3 미사일을 추가로 확보하고 PAC-2 발사대를 PAC-3로 개량하기로 하고 2027년까지 약 75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UAE 외에도 독일, 폴란드, 루마니아 등이 미사일 인도가 늦어질 수 있는 국가로 거론된다. 다만 커비 보좌관은 이번 정책이 이스라엘과 대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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