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 문명의 방랑자 ‘유목민’이 써 내려간 인류사 [신간]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4. 6. 2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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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까치/ 2만2000원
유럽을 뒤흔든 훈족의 아틸라,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칭기즈칸, 동·서양의 패자로 군림했던 티무르. 셋의 공통점은 모두 세상을 떠돈 ‘유목민족’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기록물과 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역사에서 유목민은 야만인, 미개한 종족으로 그려진다. 주류 세계사에서 유목민의 위치는 침략하는 자, 살생하고 파괴하는 무리일 뿐이다.

지정학과 인류 문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 앤서니 새틴은 유목민을 배제하는 역사관에 강력히 반대한다. 이어 인류 문명사에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유목민을 배제하는 것은 ‘반쪽짜리 역사’를 배우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책을 통해 유목민이 인류사에 미친 심대한 영향을 소개한다. 유목민은 광활한 대초원 지대를 가로지르며 자신들만의 문명을 이룩해냈다. 훈족, 아랍인, 몽골인, 중국 원나라의 여러 민족을 비롯한 다수 유목민족은 중국 만리장성으로부터 헝가리까지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시켰다. 유목민의 왕성한 활동은 유라시아 대륙 양 끝의 교류에 결정적인 역할을 맡았다. 유목민을 통한 문명의 교류는 유럽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는 데 기여했다.

유목민족의 화려한 역사는 대항해시대 등장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인류의 무대가 대륙이 아닌 바다로 옮겨지면서 유목민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어들었다. 18세기 이후 영어사전에서 유목민을 가리키는 ‘nomad’가 아예 사라질 정도였다. 이후 유목민은 단 한 번도 인류사의 중심에 서지 못했다. 유목민족을 ‘미개한 민족’이라고 부르는 역사관은 이때부터 형성됐다.

책 말미에는 유목민족을 바라보는 시선 변화를 소개한다. 최근 유목민의 자유로움과 자연을 향한 태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화 영향으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하는 문화가 대세로 떠올랐다. 무자비한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으로, 자연에 순응하며 살던 유목민족의 풍습을 주목하는 이도 많다. 저자는 ‘새로운 유목민’의 출현이라고 말하며 이들이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65호 (2024.06.26~2024.07.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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