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장기 프로젝트 기대"... 가장 표현 어려웠던 캐릭터는?

이선필 2024. 6. 2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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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픽사 스튜디오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 심현숙 애니메이터

[이선필 기자]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 포스터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난 6월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9년 전 500만 명 가까이 동원한 1편의 인기 덕일까. 분명한 건 한 소녀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의인화 한 이야기가 한국뿐 아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2편은 전작에 등장했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캐릭터에 더해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 등의 캐릭터가 추가됐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 라일라의 내면 또한 더욱 복잡해지며 관객들에게도 제법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들 사이에선 저마다 눈물 버튼이 달랐다며 생생한 후기 또한 심심찮게 들려온다. 21일 본 작품에 참여한 한국인 애니메이터 2인을 화상으로 만나 작품 제작 관련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전통 애니메이션 작업 방식 고수

지난 2021년 픽사 스튜디오에 입사한 김혜숙, 심현숙씨는 각각 시니어 애니메이터와 애니메이터 역할로 참여했다. 감독의 요구에 맞게 각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표정 하나하나를 전담한 이들이다. 두 사람은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 안에서도 한국에서의 흥행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고무적인 소회부터 드러냈다.

이번 작품의 특이점은 그간 AI 기술을 활용한 여러 애니메이션이 명멸한 가운데 픽사 만큼은 여전히 손수 사람이 기획해서 그리고, 회의해서 수정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했다는 데에 있다.

김혜숙 시니어 애니메이터는 "일반적으로 한 작품에 애니메이터만 60에서 70명 정도 참여하는데 이 작품에선 150명을 훌쩍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AI 도움 없이 감독님의 설명과 요구사항을 듣고 애니메이터들이 같이 고민하고 탐색하는 기존 작업 방식을 택했다"고 알렸다. 심현숙 애니메이터 또한 "켈시 맨 감독님이 애니메이터들의 의견을 많이 존중하고 묻기도 했다"며 "그림을 직접 그려주면서까지 서로 이해도를 높이려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그만큼 엄청 탐구한 결과물이 지금의 작품"이라 말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시니어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김혜숙씨.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관객마다 선호하고 애정하는 캐릭터가 있듯 애니메이터들에게도 있었다. 전편에 등장한 다섯 감정 캐릭터를 담당한 김혜숙 시니어는 기쁨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로 꼽았다.

"만약에 제가 우울하다든지 소심해진다든지 할 때마다 웃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도 가벼워지는 걸 많이 경험했다. 제게 도움이 된 감정이라 기쁨이를 작업할 때 그 특징들을 공부하려 많이 노력했다. 작업 면에선 소심이가 표현하기 까다로웠다. 표정이나 동작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진행해야 했거든. 기쁨이 또한 동그랗고 사람과 비율이 비슷한 터라 예쁜 포즈를 만들기가 참 어려웠다." (김현숙 시니어 애니메이터)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까칠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굉장히 여성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인데 손짓 등 액션을 할 때 자연스럽게 나오더라"며 "소심이 같은 경우는 몸짓이 작은 편이라 표현이 어려운 편"이라 답했다.

스태프로서 두 사람은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장기 프렌차이즈화에 내심 기대를 드러냈다. 이미 디즈니에선 2025년 <인사이드 아웃>의 스핀오프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상황. 자세한 정황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3편 얘긴 아직 없지만, 워낙 이야기와 캐릭터가 단단해서 꾸준히 장기 프로젝트로 가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혜숙 시니어 또한 "관객분들이 사랑해주시고 제작진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다면 계속 이어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3편에 새롭게 추가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냐는 질문에 심 애니메이터는 "아무래도 라일라가 성인이 돼 사회로 나갈 때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인내' 캐릭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시니어는 "요즘 사회에 필요한 게 공감력이라고 생각하기에 '공감이' 캐릭터가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제 경우 문화와 언어가 다른 미국에 와서 할 줄 아는 건 그림뿐이라는 사실에 외롭고 힘든 적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바로 공감해줄 때마다 위로를 받았다"고 전했다.

"해외 진출의 길 열려 있어"

두 사람 모두 비슷한 시기에 픽사에 입사했다. 직후 <버즈 라이트이어>(2022), <엘리멘탈>(2023)에 참여하며 커리어를 쌓아오고 있다. "해외로 취업하겠다는 계획이 없었는데 처음 입사하게 됐을 때 영어 때문에 고생했다"고 운을 뗀 김혜숙 시니어는 "영어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도 하시는데 더욱 실력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며 "영어가 안 들릴 때마다 휴대폰에 대화를 녹음해서 반복해서 듣곤 했다. 그리고 나보다 실력 좋은 분들에게 질문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고 나름의 적응 비법을 공개했다.

심현숙 애니메이터는 "손으로 그리는 클래식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는데 그때 산업적으로 사양세였다"며 "컴퓨터 작업을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했다. 2D에서 3D로 넘어가는 걸 배울 때 참 힘들었다.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심현숙씨.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회사에서 보면 도와주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 혼자 구석에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거든. 그리고 전에 비해 매우 많은 자료들이 온라인에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해당 소프트웨어를 배울 수도 있고, 양질의 온라인 스쿨도 있다. 두드리면 자료들이 많으니 적극 찾아보면 해외 진출 길이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 (심현숙 애니메이터)

두 사람은 디즈니 픽사 내에서도 위상이 높아진 한국 콘텐츠를 체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심 애니메이터는 "<엘리멘탈> 때 제가 질문하면 한국 드라마 주인공 예를 들면서 설명해주시던 스태프분이 계셨다"며 "보편적으로 한국 콘텐츠가 미국에 퍼져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김혜숙 시니어는 "샌프란시스코에 한국 빵집이 있는데 그곳 빵을 자주 사서 직원분들이 제게 주신다"며 "같이 식사할 때도 한국 작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엘리멘탈> 때도 한국말이 적혀 있는 포스터가 회사 내에 붙어있었는데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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