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자연스레 올린 자녀양육일기의 위험성
[윤혜주·길다영·유지니·최유진기자]
자신이 어렸을 때 씻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뛰어놀던 모습들이 아날로그 앨범뿐만 아니라 카카오스토리, 싸이월드를 거쳐 현재의 인스타그램, X ,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올라왔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일 것이다. 이제 인터넷상 자녀 양육일기는 가족이나 지인만 게시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대를 넘어서 국경을 초월해 거의 대다수가 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였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는 전 과정을 SNS에 올리는 셰어런팅(share+parenting의 합성어)은 범국가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지금 당장 SNS에 들어가 추천 게시물 몇 개만 내려봐도 처음 보는 아이들이 웃고 뛰어다니는 사진과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셰어런팅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소셜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아동의 프라이버시와 권리 보호 측면에서 그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셰어런팅의 범죄악용 가능성 및 자녀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라는 문제가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시민의식은 현저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셰어런팅 경험 통계 |
ⓒ 세이브더칠드런 |
세이브더칠드런의 202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만 5세 이하일 경우, 89%에 가까운 부모가 셰어런팅을 하고 있거나 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한 부모 1000명 가운데 86.1%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을 SNS에 공유하고 있었으며 약 84%의 부모는 주기적으로 자녀 사진을 SNS에 공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녀가 만 5세 이하일 때 셰어런팅이 특히 더 많이 이루어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장 인스타그램에 '육아스타그램'이라고만 검색해도 약 4600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셰어런팅 자체가 왜 문제인가?
따지고 보면 셰어런팅이라는 사회현상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씨앗임은 분명하다. 셰어런팅은 평범한 양육의 경험을 나누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보호자와 지혜, 위로를 나누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정보 노출 및 범죄 악용 가능성이 높고 아동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있다.
실제로 호주 사이버안전위원회가 호주 소아성도착증 범죄 사이트에서 발견한 사진의 절반가량이 SNS 사진이었다. 성인이 어릴 때, 이들의 부모가 올린 사진·영상이 추후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서도 2021년 10월 한 범죄자가 SNS에서 확보한 정보를 활용해 9세 여아에게 접근해 유괴했다가 미성년자 유인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셰어런팅 당사자와의 인터뷰
우리는 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실제 관련 당사자분께 듣고 싶어 TV 육아 프로그램 '슈퍼맨이돌아왔다'에 출연한 적 있는 장준우님을 인터뷰했다.
- 과거에 슈돌에 나와 흔적 또는 추억들을 남긴 것에 대하여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쉽게 얻을 수 없는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었기에 매우 만족하며, 특히 아버지와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슈돌에 출연한 것에 대하여 주변 사람들 또는 대중들의 반응들 중에 상처를 받거나 기억에 남는 코멘트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떤 것인가요?
"성장한 저의 모습을 보시며 어릴 때보다 많이 못생겨졌다, 역변했다 등의 악플이 조금 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친구들에게 학창 시절에 놀림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아버지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살아갔던 부분도 있던 것 같습니다."
-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에 노출된 아동들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음을 인식 해보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인권이 침해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촬영 환경 자체에서는 전혀 인권침해가 없다 생각합니다. 또한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고 참여하는 것이기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영유아의 경우 자신의 의사권을 명확히 표현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생길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해당 인터뷰를 통해 셰어런팅 당사자에게는 오랜 시간 동안 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실제 셰어런팅을 하고 있는 한 부모는 인터뷰 과정에서 '셰어런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고, "'부모 기준'으로 예쁜 모습을 올린 거라 아직까지 싫어할 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부모의 의도와 달리 셰어런팅으로 인해 개인정보 유출, 딥페이크와 같은 사이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해 보였다.
▲ 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변호사 인터뷰 |
ⓒ 윤혜주, 길다영 |
아동인권법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법무법인 법승 '이승우' 대표변호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변호사는 YTN 라디오에서 '예쁜 내 자녀 사진 올렸다간 셰어런팅으로 소송당해'라는 내용의 사건파일을 다루기도 했다.
- 최근 들어서 증가하는 육아 예능이나 SNS상에 육아 일기를 올리는 현상이 아동 인권을 침해하거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매우 심각하고 중대한 아동 인권 침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장하는 과정까지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떤 사건이 발생했으며 어떠한 성격을 갖고 있고 어떨 때 화를 내고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고 그런 게 다 공개가 됩니다. 마치 영화 트루먼쇼처럼요. SNS라는 매체의 특징 때문에 공유가 또 활발하니까 제3자가 충분히 재생산하기도 쉽고 범죄 피해로 연결되기가 되게 쉽죠. 아동의 동선, 연 시간 이런 것이 노출되게 되면 아동 성범죄자 또는 아동 범죄를 통해서 납치, 유인을 하려고 하는 이런 범죄에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정보가 되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서는 매우 심각한 상태를 초래할 수가 있습니다."
- 셰어런팅과 관련되어 시민들의 문제의식을 깨워주기 위해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플랫폼 사업자에게 직접적인 채무를 부여하는 형태로 그렇게 규정이 아예 변경되면 좋겠고요. 데이터 저장에 관한 비용은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SNS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공개 설정 범위를 프라이빗으로 설정하는 것을 디폴트 밸류로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통하여 사업자들과 개인들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중요성을 명확하게 인식한 후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식이 자리 잡은 시점에 형사 법제화가 진행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소셜 미디어 속에서 노출되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자극적인 영상이나 아동들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육아 노출에 관해서는 경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방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도하게 자극적이거나 아동인권을 유린할 수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명확히 제재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충돌하게 되었을 시 자기 결정권이 우선되는 게 옳다고 생각해요. 기본권 중에서도 자기 스스로에 대하여 결정하고 노출시킬 수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중추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부모들도 해당 권리를 침해하지 않기 위하여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요."
- 셰어런팅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해주실 말씀이 있다면?
"외롭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육아와 양육 스트레스를 SNS를 통하여 알지도 못하는 제삼자에게 공유하시거나 또는 상업적으로 그와 같은 정보를 사용하시는 것은 향후 2~3년 안에 매우 심각한 법적 분쟁 상태를 야기할 것이므로 각별한 자제를 요청드리고 최소한 SNS 및 그런 목적으로 사용하신다 하더라도 공개 범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셰어런팅의 문제점을 지워나갈 수 있을까?
우리는 3개월동안 셰어런팅 관련 논문들을 살펴보고, 셰어런팅 당사자 및 전문가(변호사)님과의 인터뷰를 통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셰어런팅의 위험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제고였고,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결과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첫째로, SNS 및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의 잊힐 권리를 자발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정부의 가이드라인 규정 및 관련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사용자가 처음 플랫폼에 가입 또는 게시물을 게시할 시 공개설정범위를 비공개로 설정하는 것이 디폴트(기본값)으로 되도록 해야 한다. 식별가능한 정보, 인적 데이터와 관련된 비용은 플랫폼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공익광고 및 공영방송 라디오를 송출하는 것이다. 셰어런팅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셰어런팅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시민들의 인식 수준이 향상한 이후 관련 형사적인 내용의 법안을 도입하거나 관련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피니언 리더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 또한 오디오 플랫폼을 많이 청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오디오 또는 방송 송출을 통해 지속적인 캠페인을 한다면 시민들에게 셰어런팅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효과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자극적인 게시물 및 과도한 영상 대상 수익 창출을 규제하고 임의적으로 삭제하는 것이다. 위에서 다루었던 미국의 '일리노이법' 제정 배경을 다시 살펴보자면, 유명 유튜버가 평소 6명의 자녀의 일상을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8패신저스'를 운영하였으나, 지속적으로 자녀를 학대하여 체포되었다.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는 목적으로 우리나라 또한 아동이 출현한 게시물 중 자극적이거나 심리적인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게시물은 SNS 실시간 운영자가 강제적으로 삭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게시물에 대하여 시청 수익 창출은 불가능화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예시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플랫폼을 들 수 있다. 페이스북은 유아의 알몸 이미지가 발견되는 즉시 임의로 지우고, 혹자가 허락 없이 사진을 퍼가서 올리면 삭제 요청이 가능하다. 유튜브는 침실, 욕실에서 미성년자 촬영하거나 개인 신상 노출된 영상을 게시하지 말 것을 권고하며, 이를 어기면 일부 기능이 중지된다. 실제로 한 방송인은 딸이 낮잠 자는 모습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아동보호 정책 위반으로 영상이 삭제되었다.
넷째, 셰어런팅에 관한 부모, 자녀 대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2023년 6월부터 아동·청소년 자녀가 있는 학부모와 학교 교사 등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10회에 걸쳐 가정과 학교에서 사진 공유시 유의 사항 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 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대두된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양청삼 개인정보위 개인정보정책국장은 "부모가 사회 관계망에 올린 자녀의 일상 사진으로 자녀의 얼굴과 일상생활 등 개인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며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춰 개인정보 교육 체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해당 활동들과 소수의 시민의식만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 중인 셰어런팅을 급제동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시민 참여적인 활동들이 모여 실제로 시민단체 활동, 입법안 논의, 관련 정책들의 방향성을 가리켜주는 지표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시민들의 작은 관심들이 모여 변화를 도모하고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대안으로까지 이룩할 수 있다. 우리는 단순히 셰어런팅 영상들을 보고 지나칠 것이 아니라 셰어런팅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미래에 후손들, 자녀들이 깨끗한 디지털 세상을 살 수 있도록 책임지고 발돋움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셰어런팅과 아동인권'을 주제로 활동한 팀플을 하느라 셰셰셰조(윤혜주, 길다영, 유지니, 최유진)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를 담은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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