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북·러 조약에 "안보리 결의 위반"…한·미·일 공동 대응 약속

정영교, 박현주 2024. 6. 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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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북·러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대해 "북한의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어떤 직간접적 지원과 협력도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했다. 조 장관은 미국 국무장관, 일본 외무상과 통화에서도 해당 조약에 대해 한·미·일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공동 대응을 약속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사이버 위협 관련 고위급 공개 토의에 앞서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결의 위반 개탄"


조 장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사이버공간 내 위협과 국제 평화 안보'를 의제로 한 고위급 공개 토의에서 러시아를 겨냥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스스로 채택에 동의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하는 여사(如斯)한 불법행위를 규탄·대응하는데 단합해야 하며 정부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동에도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북·러는 지난 19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통해 유사시 자동 개입의 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는 북·러 조약을 체결했다. 이 조약은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유엔 헌장 51조와 양국 법에 준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사이버공간 내 위협과 국제 평화 안보'를 의제로 한 고위급 공개 토의. AFP. 연합뉴스.


의장국 맡아 사이버 회의 주재


이날 공개 토의는 이달 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한국이 준비한 '대표 행사'(signature event)다. 조 장관이 직접 뉴욕 출장을 통해 회의를 주재한 이유다. 안보리가 사이버 안보를 주제로 대면 공식 회의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토의에는 안보리 15개 이사국을 포함한 약 70개국이 참석했다.

조 장관은 공개토의 발언을 통해 "북한은 디지털 수단을 통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체계적으로 회피하며 국제사회의 비확산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3월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임무가 중단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 패널이 발간했던 보고서를 거론하며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자금의 40%가 불법 사이버 활동을 통해 조달된다"고도 지적했다.

공개토의에 앞서 조 장관은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한·미·일을 포함한 63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공동발언(joint statement)도 했다. 공동발언은 "핵심 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나 가상자산 탈취 등 불법 활동을 통한 WMD 개발은 국제평화와 안보에 직결되는 문제"라며 "안보리가 사이버 위협 대응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안보리 계기에 발표된 최초의 사이버 안보 관련 공동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한·미·일을 포함한 63개국과 유럽연합(EU) 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공동발언(joint statement)을 했다. AFP. 연합뉴스.


한·미, 한·일 장관 연쇄 통화


조 장관은 이날 밤 뉴욕 현지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유선 협의를 통해 북·러 정상회담의 여파에 대한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양국 장관들은 이날 통화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북·러 조약을 통해 상호 군사·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한·미 양국의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자 한반도와 역내의 평화·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규탄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또 "한·미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주도하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자"며 대북 독자 제재와 대러 수출통제 품목 신규 지정 등 정부가 전날 발표한 대응 조치를 설명했다. 전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북·러 조약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한국 측이 안보 위협에 대응해 취하는 정당한 조치를 적극 지지한다"며 "미국도 북·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0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조 장관 왼쪽은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AFP. 연합뉴스.

조 장관은 같은 날 블링컨 장관과 통화에 이어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외무상과도 통화했다. 양 장관은 "북·러 조약과 양국 간 군사·경제 협력이 한·일 안보,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가미카와 외무상 또한 조 장관이 밝힌 한·일, 한·미·일 공조 의지와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적극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주한 러시아 대사 초치


한편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은 21일 오후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북·러 조약 체결과 군사 협력에 대해 항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 차관은 북한이 수십년 간 불법적인 핵․미사일을 개발해오면서 우리에 대한 핵 사용 위협도 서슴치 않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하고,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한국 안보에 위해를 가해오는 것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고, 러시아에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지노비예프 대사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주의 깊게 들었으며, 이를 본국에 정확히 보고하겠다고 했다.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 대사가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조치되는 모습. 뉴스1.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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